여행하기 전에 찾아본 여행 후기와 여행책자는 한결같은 톤으로 말하고 있었다. 실제로 피렌체에 가 본 후의 내 소감 역시 그러하다. 피렌체는 소도시인데 웬만한 관광거리들이 한 곳에 집결되어 있는 곳이다. 로마처럼 굳이 버스를 타면서 이동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피렌체에서는 3박 4일 동안 머물렀지만 하루는 피사와 친퀘테레 여행에 할애했고 하루는 그 유명한 '피렌체 더몰' 쇼핑에 썼기에 피렌체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날을 하루뿐이었다. 만약 내게 시간이 더 있었다면 로마, 피렌체, 베니스, 돌로미티 중 피렌체에 하루 더 할애하고 싶을 정도로 도시는 마음에 들었으나 '하루'만으로도 관광은 충분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피렌체는 이탈리아 지자체 중 돈이 많은 곳이고 유서가 깊은 곳이라 치안도 좋아서 밤에 돌아다녀도 안전한 곳이다. 우피치 미술관 가이드가 그렇게 말해주었다. 실제로 밤늦게까지 돌아다니지는 않았지만 로마에 비해 외제차도 많았고 사람들의 북적임 정도도 베니스나 로마에 비해 적어서 안정감을 느꼈다. 피렌체는 다른 도시와 달리 술을을 밤 9시 이후로 살 수 없으니 미리 사야 하는 곳이라는 점을 잊지 말길 바란다.
우리 가족은 늘 그렇듯 새벽 5시에 눈을 떴고 비비고 국물과 햇반으로 끼니를 때웠다. 커피 수혈이 필요했던 나는 미리 점찍어두었던 카페 리스트 중 '카페 질리'와 'Ditta Artigianale Neri'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가 우피치 미술관 근처에 있는 후자를 택하기로 했다. 카페 질리는 1733년 문을 연 카페로 피렌체에서 제일 오래된, 티라미수 맛집이지만 불친절하다는 평가가 있는 곳이었다. 반면 Ditta Artigianale Neri는 로마 남부투어 가이드 '엘레나'님이 추천해 준 곳으로 피렌체에만 매장이 4곳이나 된다고 했다. 로마 3대 커피 맛집 중 2곳을 가 보며 커피 맛이 별반 차이 없다고 판단한 나는 Ditta Artigianale Neri를 가기로 했다. 7시 20분경 숙소에서 나와 베키오 다리를 지나서 카페에 도착한 우리는 콜드브루, 카푸치노, 카페라테, 크루아상을 시키며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8시 무렵 카페에 도착했는데 카페에는 사람이 많았다. 로마에서 갔던 카페들과 달리, 자리에 앉아 있으면 서빙을 해 주는 시스템이었고 한국의 카페와 유사한 느낌을 받았다.
한국에서 마이리얼트립으로 예약해 둔 '우피치 미술관투어'의 모임장소는 사비나의 강탈상 앞이었다. 9시가 되자 한국인 가이드가 나타났고 '남부투어'나 '바티칸투어'에 비해 훨씬 적은 사람들과 함께 투어를 시작했다. 우리 포함 8명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프랑스의 '루브르'나 영국의 '내셔널 갤러리', 오스트리아의 '벨베데레'에서도 하지 않았던 투어를 '우피치 미술관'에서 신청했던 이유는 전문 가이드와 함께라면 조금 더 깊숙이 미술관에 대해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투어의 전체 내용이 기억나지 않으나 인상적인 것들이 몇 가지 있었다. 조각상이 신인지 인간인지 어떻게 판단하는지, 보티첼리 그림의 특징이 무엇인지, 미술사조에 어떤 변동이 있었는지 등등 여행한 지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들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이탈리아에서 했던 투어들 중 우피치 미술관 투어는 그나마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림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지지만 어느 정도 가이드가 있으면 그림을 더욱 풍성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루브르 하면 떠오르는 그림이 '모나리자'이듯이 우피치에서 제일 기억에 남았던 그림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었다. 파스텔톤의 색감과 유려함이 느껴져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관 투어가 12시쯤 끝났던 터라 1시간이 비었던 우리는 가이드님이 추천해 준 Perche no! 에 가서 수박 슬러쉬를 먹었다. 엄마, 아빠 취향 저격이었고 두 번이나 들렀다. 젤라토 맛집인데 여름에만 슬러쉬를 한다고 하니 꼭 가보시길 바란다. 슬러쉬를 먹으며 거리를 배회하다가 The Fork 어플로 예약해 두었던 Trattoria dall'Oste Cucina Toscana에 갔다. 달오스떼는 지점이 여러 군데였지만 우피치 미술관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예약했다. 원래는 로마의 가이드님께서 추천해 주셨던 Ristorande Buca Lapi에 가려고 메일로 문의했으나 예약이 꽉 찼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래서 밑져야 본전이지 하는 생각으로 한국인들이 많이 간다는 '달오스떼'로 가기로 결정했다. 전날 달오스떼 후기들을 보다가 The Fork 어플로 예약하면 20~30% 할인 쿠폰을 받을 수 있다기에 냉큼 어플을 깔았고 어플을 통해 예약했다. 덕분에 20%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다음 날, 피렌체 더몰을 갔다 와서 점심 식사를 할 때도 The Fork 어플로 Matto Matto를 예약했고 20%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Matto Matto에서 먹었던 트러플 파스타와 모스카토 와인이 정말 맛있었다. 생각보다 유용하니 The Fork 어플을 잘 이용하셨으면 한다. 달오스떼는 JTBC 비정상회담에 나왔던 '알베르토'의 지인이 운영하고 있어서 알베르토가 메뉴판의 모델로 등장하기도 한다. 한국인들이 워낙 많이 오기에 한국인들을 위한 한국어 메뉴판도 있다. 우리는 스테이크, 구운 야채를 시킨 후 배불리 먹었다. 한국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맛있는 스테이크를 흡입했다. 요리가 자신 있다 하시는 분들은 이탈리아에 오셨으면 스테이크를 사서 직접 요리를 해 드시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우리는 로마, 피렌체, 베니스 에어비엔비에 머물면서 저녁으로 스테이크를 구워 먹기도 했다. 확실히 한국에 비해서 고기와 와인이 많이 저렴하니 꼭 해 드시길 바란다.
피렌체에 왔으면 '우피치 미술관'을 가 봐야 하고 스테이크도 먹어봐야 하지만 또 어딜 가 봐야 하느냐 물으신다면 '피렌체 두오모 성당'을 꼭 가봐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로 유명한 두오모 성당 쿠폴라는 인터넷으로 예매해서 시간을 정할 수 있다. 나는 한국에서 조토의 종탑과 함께 예매해 두었다. 쿠폴라는 3시로 예매해 두었던 터라 시간을 맞춰 가야 했다. 밥을 먹고 한 시간 정도 비었던 터라 1시간가량 가죽공방을 둘러보기로 했다. 피렌체 중앙시장의 경우, 가격이 저렴하나 품질은 별로라는 평이 있었다. 사전 조사를 통해 봐 둔 크로스백이 있는 Furo e Punteruolo를 갔으나 블로그로 봤던 가방이 예쁘긴 하나 실용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여 우피치 가이드가 알려준 가죽공방 두 곳을 더 가보기로 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을 하다가 3시가 다가와서 부리나케 두오모 성당으로 향했다. 두오모 성당의 경우, 짐 보관소에 짐을 맡긴 후 입장해야만 했다. 꿈에 그리던 두오모 성당을 오르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헐떡거리며 두오모 성당을 오르면서 새삼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튼튼한 구조물을 어떻게 지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티칸에서는 화려함을 느꼈다면 두오모 성당에서는 위대함을 느꼈다. 바티칸 쿠폴라에서 느끼지 못한 압도감을 두오모 쿠폴라에서는 느꼈고 쿠폴라에서 바라본 피렌체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오모 성당을 힘겹게 오르내린 후, 조토의 종탑으로 향한 우리에게 직원분이 바로 가면 힘들다고 만류했으나 우리 가족은 주저하지 않고 조토의 종탑 오르기에 성공했다. '조토'는 Heaven으로 유명한 가수 김현성 씨가 쓴 책, '이탈리아 아트 트립'과 우피치 미술관 투어에서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위대한 화가였다. 조토의 종탑에 오르면 두오모 성당이 보이지만 철장이 있어서 사진에 예쁘게 담아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조토의 종탑 뷰가 더 좋다는 리뷰를 봤던 터라 기대했으나 개인적으로 두오모 성당 쿠폴라에 올랐을 때가 더 좋았다. 힘겹게 두 탕을 뛰고 난 후, 흑임자맛 젤라토로 유명하다는 gelateria Santa Trinita에 들러서 젤라토를 사 먹었다. 과일맛 세 맛을 시켰던 나는 만다린맛에 감탄했다. 젤라토는 로마에서 마지막 날 먹었던 '지올리띠'의 수박맛이 제일 맛있었지만 피렌체의 이곳도 손에 꼽을 정도로 맛있었다.
두 가지 중대한 미션(우피치, 두오모)을 수행한 후 Ottino라는 가죽공방에 들러서 크로스백을 산 후, 피렌체 중앙시장으로 갔다. 개인적으로 제일 먹고 싶었던 곱창버거를 사들고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향했다. 미켈란제로 언덕은 생각보다 멀었기에 우리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체력이 좋은 사람들이라면 걷기를 추천하는 바이지만 두오모, 조토의 종탑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체력을 소진했던 우리 가족은 너무 힘들어서 버스를 탔다. 피렌체 버스들은 꼬불꼬불 돌아가는 루트였던 터라 다소 늦게 미켈란젤로 언덕에 도착했다. 미켈란젤로 언덕과 베키오 다리에서 보는 일몰이 유명하다고 해서 일몰을 볼까 하다가 일몰 시간이 너무 늦어서 포기했다. 힘겹게 미켈란젤로 언덕을 오르내리면서 굳이 이곳은 오지 않아도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7시 54분쯤 버스를 겨우 잡아타서는 8시 30분쯤 숙소에 도착했다. 이탈리아는 해가 늦게 져서 저녁 8시 30분도 오후 4시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래서 유럽은 겨울여행보다 여름여행이 시간 가용이라는 측면에서는 낫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8월인 지금 여행하라고 한다면 더워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덧, 그다음 날 피렌체 더몰을 갔는데 잔뜩 기대를 하고 갔답니다. 9시 출발, 15시 도착으로 미리 끊어놨는데 생각보다 물건이 없어서 13시 버스를 타고 돌아왔답니다. 가기 전에 여러 블로그를 보고 갔는데 어떤 분은 물건이 많다 하시고 어떤 분은 물건이 없다 하시더라고요. 저희가 갔을 때는 물건이 많이 없어서 실망하고 돌아왔어요. 그래서 저희는 로마공항에서 출국하는 날에 쇼핑을 했답니다. 스페인 광장 근처의 거리에도 가 보았지만 로마 공항에서 출국하면서 여유롭게 쇼핑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