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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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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 Mar 28. 2021

모르는 게 약?

경산모의 끝없는 걱정

첫째를 임신했을 땐 정말 멋몰랐다. 임신과 출산은 그냥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되는 건 줄 알았다.

그러나 둘째는 다르다. 내가 들은 게 많아졌다. 계류유산이나 자궁외임신, 기형아 검사 재검사 소견, 임신 당뇨, 임신 중독증, 조기 출산 등이 매우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것. 첫째는 문제가 없었는데 둘째 때 유산을 두 번이나 한 이야기, 아이 셋을 모두 조산으로 낳아 아이들이 자라는 내내 마음 졸인 이야기, 쌍둥이를 임신했지만 한 아이를 유산하고 한 아이만 출산한 이야기. 더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첫째를 얼마나 걱정 없이 낳았는지 새삼스러워진다. 


첫 아이의 첫 산부인과 방문 때 처음 마주한 것은 아주 작은 아기집이었다. 초음파 사진에 작은 점 하나. 그리고 2주 뒤 정기검진을 하며 아기의 첫 심장 소리를 들었다. 출근 탓에 주말마다 오는 정기검진은 예약했음에도 매번 대기가 길었다. 더구나 중간에 담당 선생님이 분만이라도 하러 가시면 대기 시간은 한도 끝도 없이 늘어졌다. 남편과 난 우리나라 출산율이 낮다는 건 다 거짓말이 가봐 라는 바보 같은 대화를 나눴다. 저조한 출산율 때문에 분만하는 산부인과가 줄고 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다른 만삭 산모들을 보며 나의 시간만 더디게 가는 듯 출산일은 까마득하게 멀게 느껴졌다. 39주 동안 아이는 뱃속에서 잘 자라 주었고 임신 기간에 받았던 모든 검사는 한 번의 재검도 없이 무사히 넘어갔다.


철저히 계획했던 둘째는 임신 사실을 더 빨리 알아차렸다. 극초기에 병원을 가봐야 확인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2주를 더 기다리고 산부인과로 갔다. 임신 확인을 너무 일찍 한 탓인지 이번에도 작은 아기집만 보인다. 다행히 착상은 잘되었다니 안심이지만 애써 몇 주를 늦게 방문했건만, 심장 소리를 듣지 못해 서운했다. 담당 선생님은 진료를 마치기 전 임신확인서를 받아 가라고 말한다. 이번엔 오히려 내가 묻는다. 심장 뛰는 걸 확인하지 못했는데 왜 이리 일찍 주시냐고. 임신 확인서 없이는 정부 보조를 받을 수 없는데 그동안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지원을 아예 받지 못하기 때문에 나름의 배려였다. 세상 찝찝한 임신 확인서다. 임신 확인서를 들고 병원을 나오며 괜한 걱정이 앞선다. 다음에 병원에 와서 아이 심장이 안 뛰면 어떡하지. 기다리던 검진 날이 되었다. 초음파 영상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심장이 보인다. 그러나 소리가 없다. 소리는 다시 2주 뒤 확인해야 한다. 다시 터덜터덜 병원 문을 나온다.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만으로는 위로가 되지 않는다. 2주를 또 어떻게 기다리지. 길었던 2주가 다시 지나 드디어 쿵쾅쿵쾅 우렁찬 심장 소리가 들렸다.


마음을 놓는 것도 잠시. 연이은 기형아 검사에 마음이 두근거린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앞으로 있을 여러 검사가 벌써 걱정이다. 첫째를 낳고 5년 만에 임신이다. 그동안 나도 남편도 나이를 먹었다. 이왕 낳기로 한 거 더 빨리 가질 걸 그랬나. 이런 생각 저런 후회를 하며 기형아 검사 관련 유튜브 영상을 열심히 찾아본다. 산부인과 의사들의 채널을 집중해서 보다 위로가 되는 한 줄을 발견하고 폭풍 검색을 그만두었다. "의사는 의심해야 하는 직업이기에 어쩔 수 없지만, 엄마아빠들 까지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엄마아빠 만큼은 우리 아기를 믿어 주시고 힘내라고 말해주세요." 

아가야, 넌 건강하게 잘 태어날 거야. 잘 해낼 수 있어. 엄마 아빠가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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