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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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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 Jan 10. 2021

둘째를 결심하다

더 늦기 전에 낳아야겠어

아이가 5살이 되어 유치원 입학을 했다. 시간이 흘러 여름방학이 지나자  아이는 훌쩍 커서 어린이가 되었다. 아이가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말하고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자 나도 조금은 생각할 여유가 생겼다. 둘째, 낳을 것인가 말 것인가. 


남편은 꾸준히 둘째를 원했다. 나도 생각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낳아야겠다 확신도 없었다. 무엇보다 내 눈엔 첫째가 여전히 아가아가하게 느껴졌다. 8개월부터 1년은 외할머니가, 그 뒤 1년은 어린이집 종일반에서 돌봄 받은 안타까움 때문에 둘만의 시간을 더 보내고 싶기도 했다. 어쩌다 퇴사했지만, 다시 일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렇게 애써 미뤄두었던 둘째 계획이 첫째가 제법 컸다는 생각이 들자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낳으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은 아이를 낳아보기 전 이야기다. 이제 난 아이 하나를 키워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한지 너무나 잘 안다. 절대적으로 소비되는 엄마의 시간과 경제적인 문제는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런데도 둘째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건 세 식구가 함께할 때였다. 아이가 어릴 땐 어른 둘이 매달려도 부족했는데 이젠 하나가 보아도 남으니 어쩐지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첫째는 남편과 똑 닮은 아들이었는데 둘째는 어떨까. 더는 아이를 낳을 수 없어졌을 때 후회하면 어떡하지. 심지어 난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둘은 있어야지'라는 통념에 발목 잡혀 신생아 용품을 지금껏 끌어안고 있었다. 


어떤 부모는 첫째를 위해 둘째를 생각한다고 하지만 우리 부부는 아니었다. 둘 다 어릴 땐 왜 그랬을까 후회할 정도로 동생들을 귀찮아했고 커서는 형제가 있다는 것에 부모님께 감사했다.  그런 우리의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아이는 동생이 있어도 없어도 자신의 삶을 잘 살아 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중에 아이 둘이 나란히 앉아 둘만이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추억하는 걸 본다면 꽤 행복할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난 둘째를 낳고 싶은 쪽에 더 가까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란 갖고 싶다고 해서 뚝딱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안타깝고 억울하게도 임신과 출산은 인간의 나이에 큰 영향을 받는다. 안 되겠다.

더 늦기 전에 낳아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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