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만 갔다하면 10만원이네?
"블리야 밥 먹자" 아침 6시 30분이 되면 자동급식기에 녹음된 동생 목소리가 흘러나오며 블리의 사료가 우두둑 쏟아진다. 녀석은 쏜살같이 달려가 허겁지겁 사료를 먹는다. 그게 일상인데? 그래야 하는데? 오늘 아침엔 왠일인지 블리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이름을 부르니 나에게로 다가와 낑낑거리며 안아달라고 보챈다. 애교 많은 블리지만 스킨쉽은 좋아하지 않는 녀석이라 먼저 와서 안아달라고 떼쓰는 일이 거의 없는데 이상했다. 자꾸 울면서 품안을 파고들길래 내내 지켜봤더니 혈뇨를 보는 게 아닌가? 처음엔 살짝 붉어보여서 혈뇨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는데 나중에 보니 피가 확실해 보이는 빨간 액체가 뚝뚝 묻어나온다.
곧장 동물병원에 연락해 예약을 했지만 5시간 뒤에나 진료를 볼 수 있다고 했다. 5시간 내내 블리는 밥도 물도 먹지 않은채 오줌만 쌌다. 나중엔 화장실까지 가기도 힘든지 여기저기 발이 닿는 곳에 급하게 오줌을 누었다. 워낙 대소변을 잘 가리는 똑똑한 아이라 그 모습이 그저 안쓰러웠다. 진료 시간만 기다리며 내내 안고 달래는 일 밖엔 할 게 없었다.
병원에 가니 담석이 있을 수도 있고 염증이 있을 수도 있으니 초음파 검사와 엑스레이 검사 등을 진행해보자고 했다. 소변이 남아 있지 않아서 쪼그라든 방광 때문에 처음 찍은 초음파로는 정확한 검진이 어렵다 하여, 소변이 다시 차길 기다렸다가 초음파 재검사를 진행했다. 다행히 큰 병이 있는 건 아니었고, 방광염이라고 한다. 세균에 감염된 것 같으니 약을 먹으면서 지켜보자며 일주일치 약을 처방해줬다. 그리고 내가 낸 진료비는 9만 9천원. 2주 전에 갑작스러운 알레르기 반응으로 병원을 갔을 때도 10만원 정도가 나왔더랬다. 이번 달 블리의 치료비로만 20만원이 넘는 돈이 쓰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강아지 보험을 검색했다. 한 달에 5만원 정도 들던데,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보장되는 건지 정확하지도 않고, 보험을 드는 게 답인지도 잘 모르겠어서 고민만 늘었다. 슬개골 수술을 할때나 보험을 드는 게 이득이라는데, 그걸 내가 어찌 안단 말인가. 수술을 바라며 보험을 들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매번 몇 십만원씩 나가는 병원비를 감당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고. 새삼 국민건강보험에 감사를 느끼며 아플 때 큰 고민 없이 병원에 갈 수 있는 현실에 안도했다.
이틀 정도 약을 먹더니 까불이 블리가 되살아났다. 다시 종이를 엉망진창으로 뜯어 놓기도 하고, 개켜놓은 빨래 더미에서 팬티를 찾아 입에 물고 도망다니기도 한다. '역시 건강이 최고야'하면서 보험을 검색해보고는 다시 '역시 돈이 최고야'하며 통장 속 잔고를 확인해본다. 한 달만 더 고민해봐야지. 보험을 드는 게 나을지, 차라리 5만원씩 블리 병원비 적금을 드는 게 나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