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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두끼 Jun 07. 2024

아찔했던 첫 식사

루앙프라방의 첫인상을 결정할지도 모를 호텔이라 신중에 신중을 기했던 호텔, 메종 달라부아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호텔 입구와 로비가 작아서 엄마가 약간 실망하신 듯했다. 여기서 4박 5일이나 지내야 하는데.. 사진에서 보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서 초조하던 차에 객실을 안내받아 들어선 정원을 보고 환하게 웃으시던 엄마.


이렇게 멋진 연못 정원이 숨겨져 있었다니! 사진보다 백배 천배는 아름다웠다. 객실까지 가는 길도 푸릇푸릇하게 꾸며져 있어서 정말 온종일 이 호텔에서만 머물러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 내부에는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는 식당, 만다드라오도 있었다. 이 호텔의 조식당이었다.



이렇게 멋진 개인 테라스도 있었다. 옆 객실과 너무 붙어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을 했는데 우리가 투숙할 당시 손님이 많지 않아서 체크아웃할 때까지 아무도 오지 않았다. 테라스에는 지붕도 있어서 비가 쏟아지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다시 생각해도 여러모로 낭만적이었던 호텔.


한동안 이곳에서만 지낸다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당분간은 여행자가 아니라 집에 온 것처럼 마음 놓고 지낼 수 있겠구나. 들뜬 마음으로 루앙프라방에서의 첫 끼는 아주 맛있는 걸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체크인할 때 안내받은 레스토랑이 떠올랐다. 리셉션에서 보여줬던 리플릿도 꽤 고급스러웠고 호텔 바로 앞에 있는 곳이어서 엄마와 나는 그곳으로 향했다.


'GASPARD'라는 프랑스 식당이었다. 아름다운 정원과 고급스러운 실내 인테리어 그리고 십여 명의 종업원이 우릴 맞아주었다. 다소 이른 시간에 방문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렇지,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우리가 입장하자 모든 종업원의 시선이 우리에게로 쏠렸다. 엄마랑 나는 약간 부담스러워하며 메뉴를 살펴보았다.


여행 내내 먹었던 루앙프라방 비어

메뉴는 모두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라오스식이라기보단 양식에 가까웠다. 현지식은 언제든 먹을 수 있으니 오늘은 편안하게 양식을 먹자는 마음으로(나는 고수를 못 먹는다) 파스타 하나, 스테이크 하나, 샐러드 하나, 그리고 루앙프라방 맥주를 주문했다. 맥주가 먼저 나와서 마시고 있던 차에 싸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내가 지금 얼마 가지고 있지? 환전한 돈이라고는 비엔티안 공항에서 $100 바꾼 게 다인데 음식 가격이 제법 비쌌다. 떨리는 마음으로 현금을 세보았는데 아뿔싸 돈이 턱없이 부족했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저녁 먹을 식당을 일찍 방문했던 터라 시간은 4시 즈음이어서 아직 해가 떠있었다. 미리 알아본 환전소는 여기서 걸어서 10분쯤 걸리는 곳이었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여행자거리에 있는 환전소로 뛰어갔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밥을 먹은 후 돈이 없어서 계산을 못하는 민망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직선거리로 쭉 뛰어가니 환전소가 나왔다. 가지고 있던 $1000을 다 바꾸겠다고 했더니 계산기에 환율을 찍어주었다. 라오스 화폐는 단위가 커서 1000낍부터 시작하는데 $1000을 라오스돈으로 바꾸자니 23,390,000낍이었다. 환전소 앞에서 10만 낍짜리 지폐를 233장이나 세어야 하다 보니 조금 불안했다. 왠지 아까보다 환전소 근처에 사람들이 몰린 것 같아서 불안했다. 천천히 지폐를 세어보고 맞는 것을 확인하고 식당으로 뛰어갔다. 돈이 너무 많아서 가방 지퍼가 잘 닫히지도 않았다. 들고 있는 현금이 너무 많아서, 혼자 있을 엄마가, 이미 나와있을 음식이 식었을까 봐 불안했다. 그렇게 땀을 뻘뻘 흘리며 식당에 도착했다.




음식은 이미 나와있었고, 엄마는 음식을 드시지도 않고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종업원들에게 머쓱한 웃음을 보이고서는 테이블로 가 앉았다. 전화를 몇 통이고 하셨는데 내가 받지 않아서 걱정하셨다고.. 234장의 지폐를 세고 바로 뛰느라 휴대폰은 보지도 못했다. 땀을 닦으며 엄마한테 환전해 온 돈을 보여드렸더니 깔깔거리며 웃으셨다. 나도 내 꼴이 꽤 웃기긴 했는데, 갑자기 부자가 된 것 같아 맥주를 몇 병 더 주문했다. 


부자가 된 기분


저녁은 총 140만 낍이 나왔다. 한화로 9만 원 정도 되는 가격이다. 거의 우리나라 물가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음식도 맛있었고, 분위기도 좋아서 엄마의 최애 식당으로 자리 잡았다. 미리 스포를 하자면 루앙프라방에서의 첫 식사와 마지막 식사는 이곳, 가스파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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