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Usadan Parker Apr 03. 2022

도시재생을 말하다 5. 돈화문로 1편

2016.06.06 작성

2016년, 낙원상가·돈화문로 도시재생 대상지로 선정된 지역을 직장동료와 함께 답사했다.


대상지의 범위는 종로 1,2,3,4동으로, 좌우로 낙원상가와 탑골공원에서 종묘까지, 위아래로 창경궁에서 종로(큰길 이름)까지다. 이 지역은 좌측 인사동, 북측 북촌과 붙어있으며 동쪽과 남쪽은 종묘와 대로로 막힌 지역이다.


 이 지역이 도시재생 대상지로 선정된 것은 역사적·문화적·인적 자원이 많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주변 지역(북촌, 삼청동, 인사동)에 비해 정체성이 미약하여 전혀 활기를 띠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다.


 오늘은 방문지를 철저하게 관광객의 관점에서 돌아보기로 했고, 굳이 사업지역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볼거리가 있으면 돌아보기로 했다.



종로 3가역 ~ 카페 소연


출발지는 1호선 종로3가역. 여기서부터 돈화문로를 따라 올라가는 길은 정말 특색이 없다. 손님이 올까 걱정되는 상점들과 별다른 특징 없는 가로, 딱히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느긋한 풍경이 기억에 남는다.

  


지루한 풍경에 질려 율곡로 8길(피맛골)로 들어갔는데, 오른쪽에 대각사라는 절이 보였다.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규모도 크고 분위기도 좋은 절이어서 놀랐다. 담장을 허물고 지역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생각도 해봤지만, 종교시설이라는 특성상 아무래도 어려울 듯하다.

  

대각사에서 나와 서순라길을 걷다 보니 작은 주얼리 상가들이 많이 보였고, 생각보다 열악한 근무환경이 인상 깊었다. 중간에 주얼리 지원센터도 방문했는데, 관련 소상공인들을 지원하는 단체인 듯했고 매년 열리는 크래프트 축제를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듯하다.


계속 걷다가 공예물품 갤러리를 갖춘 카페 소연에 들어가 주얼리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서순라길은 걷거나 축제를 열기에 좋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는데, 잠재력을 활용하면 충분히 좋은 공간으로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돈화문 국악예술당 ~ 운현궁

  

창덕궁에 가는 길에 예쁜 한옥 건물이 있어 들어가 봤더니 돈화문 국악예술당이라고 한다. 2016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이 공간은 지상 1층, 지하 3층 규모에 공연장과 스튜디오, 카페테리아 등을 갖추고 있으며, 오직 국악과 관련된 사업만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가에서 국악의 부흥을 위해 마음먹고 제대로 준비하는 것 같아 기대가 된다.

  


 돈화문로의 출발점인 돈화문. 경복궁의 입구인 광화문이 활짝 열려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반면, 앞에 펜스가 쳐져 있는 돈화문은 왠지 닫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서울에 있는 궁문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문이고, 오랜 시간 정궁의 역할을 했던 왕궁의 입구인 만큼 지금보다 더 잘 활용하길. 

* 돈화문로는 1412년에 최조로 설립된 뒤, 임진왜란 때 불에 탔다가 1608년에 복구된다. 마찬가지로 불에 탔던 광화문이 1864년에야 재건되었고(그나마도 조선총독부 때문에 해체되는 수모를 겪음), 덕수궁의 대한문은 1906년, 경희궁의 흥화문이 1988년에 신라호텔의 정문으로 쓰이는 등... 정궁들의 문들이 겪은 수모를 거의 겪지 않은, 가장 멀쩡한 오리지널 조선왕궁의 문인 것이다.


 입장료를 낼 준비를 했는데 운 좋게 오늘이 문화가 있는 날이라 무료로 입장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처음 방문한 창덕궁은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경복궁이 새로 지은 말끔한 건물들이 직각으로 배열되어 있다면, 창덕궁은 정말 사람이 살았던 것처럼 낡고 삐뚤어진 건물들이 불규칙하게 모여 있었다.


 또한 나무가 없는 경복궁에 비해 다양한 나무와 작은 천이 흐르는 모습이 창덕궁을 더욱 아름답게 했다. 일행과 그 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을지 상상하고, 우리 증조할아버지 때만 해도 우리 같은 사람들이 이 궁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참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한 시간 가량 정신없이 구경을 마치고 운니동이라는 지역으로 향했다. 생전 처음 듣는 이름의 동네를 찾아가다 보니 운현궁이 나왔다. 정식 서울 5대 궁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구한말 건축양식을 잘 보존하고 있는 곳이라 나도 모르게 구석구석 돌아보게 되었다.



입장료가 없고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는 점에서 다른 궁들에 비해 개방된 공간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으나, 내부에 경관을 해치는 자판기가 있다는 점, 오히려 몰입감을 떨어뜨리는 실물모형이 있다는 점 등은 아쉬웠다. 



(2편에서 계속) 

작가의 이전글 도시재생을 말하다 4. 동자동 사랑방마을 공제협동조합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