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서점에 가면 또는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어떻게 보시나요? 저는 먼저 책의 제목과 표지를 봅니다. 다음으로 몇 장 넘겨서 목차를 보고 이 책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지 유추해 봅니다. 그 다음에는 프롤로그를 읽고 저자가 책을 쓴 이유와 각 장마다 전달하려는 내용을 파악해보며 읽을 책인지 아닌지 생각합니다. 때로는 본문 첫 꼭지를 읽으며 저자는 본격적으로 이렇게 글을 썼구라고 글의 전개방식을 파악합니다.
목차는 독자든, 책을 쓰는 저자든 책의 핵심 구성요소입니다. 저자의 입장에서 목차는 책 전체를 어떻게 전개해 나갈지에 해당하는 '생각의 지도'입니다. 책 한권을 쓰는 것은 집 한채를 짓는 것과 같습니다. 집을 지을 때 설계도에 해당하는 것이 책의 목차입니다. 설계도가 없는 집이나 건물은 제대로 지어지기 어렵고 지어진다 하더라도 부실의 위험이 있습니다. 책도 마찬가지로 목차가 얼마나 제목을 잘 뒷받침하고 정교하느냐에 따라 좋은 책이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결정합니다.
책 한권에 대한 목차의 분량
예전부터 책의 목차에 편, 장, 절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편'에 해당하는 것이 책 한권이고, '장'은 말그대로목차 중 '장' 제목이며, '절'은 목차 가운데 흔히 꼭지라고 이야기하는 소제목 입니다. 책한권은 보통 5개의 장과 40개의 꼭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산술적으로 각 장마다 8개의 꼭지로 구성됩니다. 이 40개의 꼭지에는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포함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책 한권은 A4용지 100장 내외의 분량입니다. 한권의 책을 쓰려면 A4 100장을 쓰면 됩니다. 40개의 꼭지면 각 꼭지 당 A4 2.5장을 쓰면 되겠죠. 하루에 한 꼭지를 쓴다고 가정할 경우, 40일이면 책 한권을 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쓰기는 쉽지 않습니다. 직장인, 사업가, 주부 등 우리는 하는 일이 있고 시간을 내 글쓰기가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약간의 여유를 두고 글을 쓴다면 못하라는 법도 없습니다.
장 제목의 성격
5장까지 있는 책의 경우, 각 장의 제목은 어떻게 쓰면 좋을까요? '글쓰기'를 주제로 한권의 책을 쓴다고 생각해봅시다. 먼저 1장의 제목은 독자로 하여금 왜 글을 써야하는지에 대한 강력한 동기부여를 합니다. 다음 2장은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날려버리는 제목을 씁니다. 3장 제목은 본격으로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를 씁니다. 4장 제목은 글쓰기의 실전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마지막 5장에서는 보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글쓰기 방법을 제시하는 내용으로 씁니다.
다른 사례를 하나 더 살펴 보겠습니다. 현재 저는 독서에 대한 책을 한권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의 목차 중 장 제목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책의 제목은 <쓰려고 읽습니다> 입니다. 이 책은 모두 6장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먼저 1장 제목은 '다독만 하면 뭐합니까?'로 시작해서, 다음 2장은 '책, 이렇게 읽으니 발전이 없다', 3장 '1권을 읽고 1,000권의 효과를 얻는 변화성장의 알고리즘', 4장 '쓰기로 풀지 못할 문제는 없다', 5장 '쓰기 위한 읽기는 이렇게 합니다', 마지막 6장은 '100번의 강연에서 뽑은 10가지의 질문'으로 구성됩니다.
간단히 분석하면, 6장은 Q&A(질문과 답변)라 사실상 부록에 가까워서, 이 책은 실질적으로 5개 장으로 구성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1장은 기존 독서에 대한 반문으로 독자가 책에 집중시키고, 2장에서는 기존 독서의 문제점을 짚습니다. 3장에서는 책 주제에 대한 본격적인 내용이 나오고, 4장과 5장에서 그것을 구체화 합니다. 1장~5장의 흐름이 보이시죠? 전체적인 맥락과 흐름을 볼 수 있어야 그렇게 장 제목을 지을 수 있습니다.
꼭지(소주제, 절) 제목의 성격
위에서 1개의 장은 8개의 꼭지로 이루어진다고 가정 했습니다. 사실 1개의 장을 이루는 꼭지는 4개든, 7개든, 8개든, 10개든 크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그것보다 꼭지 제목이 장 제목을 얼마나 잘 구체화하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숫자보다는 역할이 관건입니다. 꼭지 제목은 장 제목보다는 더 눈에 보이고 현실적으로 독자에게 다가오는 게 좋은 방향이라고 봅니다.
저는 현재 칼럼 쓰기에 대한 책도 읽고 있습니다. 제목은 <칼럼 레시피>인데요 이 책에서 꼭지 제목이 장 제목에 어떻게 어우러져 있는지 공부해 보겠습니다. 책의 3장 제목은 '요리든 글쓰기든 설계가 중요하다' 이고 부제가 '칼럼 여정 그리기' 입니다. 특이하게 장 제목에 대한 부제가 있는 책입니다. 꼭지는 모두 4개이고, 제목은 1. 칼럼 여정이란 무엇인가, 2. '쓰기'는 '읽기'에서 시작된다, 3. 독자가 아닌 필자의 눈으로 보자, 4. 칼럼 여정 분석 가이드 입니다.
지금까지 한권의 책에서 목차가 가지는 의미와 목차 가운데 '장' 제목과 '꼭지(소주제)' 제목의 성격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책을 쓰는 저자의 입장에서 어떤 책의 목차를 완성했다는 것은 건물의 뼈대를 세운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집니다.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진지하고 깊게 생각하며 메모하고 수정하면 좋은 목차를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40개의 꼭지 제목을 어떻게 뽑는지에 대한 실전적인 방법을 다루겠습니다. 저는 최근 글쓰기를 주제로책을 쓰고 있는데요, 이 책의 목차를 만드는 데 사용한 스킬입니다. 몇 권의 책을 참고했고 거기에 저의 방법을 더한 실전적인 노하우를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글을 읽는 분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며, 비타민과 무기 염류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