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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리매트릭스 May 18. 2024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

4. 사건 없는 판단


체 없는 살인사건




믿기 힘들겠지만 1~3편까지 오는 동안의 머릿속 공식이 발현되는 시간은 이제 겨우 0.5 초정도다.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1초가 넘지 않는다. 계산하기 편하게 나는 공식 하나당 0.5초로 정했다.


뇌가 기억으로 저장하는 것들과 그 순간 느낀 모든 감각들  다른 사건이 되어 이후의 나의 선택들에 영향을 친다.  사건이라는 것은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모든 것들을 말한다. 이번 시간에는 사건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벤트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 보는 시간이다.


내가 처음 사건을 이해한 것은 외부 이벤트뿐이었다. 판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건의 실체가 있는 편이 훨씬 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느끼고 경험하는 모든 것들을 실체가  있는 것들로만 이해하기에는 금방 한계에 부딪혔다. 전쟁 중이 아닌 이상 내 주변에 생존을 위협할만한 이벤트는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자연스럽게 나의 사고나 행동 그리고 그 선택들이 불러온 결과까지 뇌가 중요한 사건으로 판단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잠들지 않은 시간 외에 나에게 사건이 아닌 순간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실체 하지 않는 것들을 사건으로 인지하게 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느낀다고 얘기하는 것들이다.


느끼는 중


느낌들이란 무섭다. 웃기다. 어렵다. 수치스럽다. 짜증 난다. 화난다. 재미있다. 어이없다. 즐겁다. 짜릿하다. 행복하다. 걱정된다. 불안하다... 등등.. 을 말한.


  저 느낌이라는 형용사들은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기 때문에 외부감각이 아닌 감정으로 인지된다.



틈새 공식


신체적인 변화+감정=느낌


그것은 결국 사건을 시작으로 판단을 거친 저장기억과 그 순간 나의 신체적인 변화와 감정 그리고 무의식이든 의식이든 그것들이 선택한 결괏값까지 복합적인 느낌인 것이다.


지속된 느낌은 다시 사건으로 인지 된다. 0.5초


느낌=> 사건


나의 뇌는 거의 원시시대 때의 그것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뇌는 생존과 번식을 최우선으로 계산해 판단한 것의 결과를 다시 기억으로 저장하는 것을 쉬지 않는 회로인 것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의 를 위한 사고회로인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습관이 되어 무의식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


나의 뇌가 사건으로 인지하는 것들은 눈에 보이는 것들 이외에도 관계에서 오는 큰 스트레스나 타인의 평가와 시선 그리고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고등이 포함된다. 그것들 모두가 나의 생존에 영향을 미친다고 여기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그로 인해 느껴지는 모든 몸의 컨디션과 감정상태로 인한 선택까지 내가 인지하든 못하든 의식하든 아니든 숨 쉬고 있는 동안 느끼는 모든 것들이 이후 내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사건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하루종일 끊임없이 생각한다.

나의 하루가 사건의 반복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0.5초들의 반복


내가 하루종일 같은 일로 걱정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내 머릿속에서는 그것들이 생존에 필요한 사고와 행동이라 판단하게 된다.(뇌는 그것을 목적으로 존재하므로) 그리고 반복될수록 사건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나에게 느낌이라는 것들로 해결하라는 신호를 계속해서 주게 된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그것에 대해 신경 쓰다 보면 복통도 생기고 머리도 지끈거리며 피곤을 느끼는 것 등이 바로 신호다. 그리고 그 느낌신호는 다시 또 다른 사건-컨디션이 안 좋아 등등-으로 치환되게 되는데 이것은 공황장애 이후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증상이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하여 나타나게 된. 특히 부정적 느낌들인 화가 나고 짜증 나고 불안하고 우울한 것들을 제대로 소화시키는 과정이 없이는 사건은 확장되고 잘못 판단된 공식으로 습관처럼 굳어져 나에게서 떠나지 않는다.


나는 느낌이 왜 있는지를 이해했을 때 증상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험하다는 판단을 예를 들어 보자. 위험이 주는 느낌은 매우 불쾌하다. 심장이 멎을 것 같은 두려움과 온몸을 휘감는 소름 돋는 불쾌함은 당장이라도 벗어나고 싶은 기분이다. 이것은 이다음 판단 공식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바로 그 느낌 자체가 무서운 사건이 되는 순간인 것이다.


반복되는 후회와 걱정


생각해 보자 내가 부정적인 느낌(몸이든 마음이든)을 가진 상태로 어떠한 사고를 계속 반복한다면 뇌가 이것을 해결되지 않은 위험한 문제로 판단할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뇌가 만든 판단값이 매겨진 무의식이 이끄는 대로 나를 내맡기고 시간이 흐르다 보면 악순환의 고리는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모른다. 아마도 결코 좋은 곳은 아닐 것이다. 나를 공황장애로 데리고 갔던 것처럼 


추락 사건의 공황이의 판단 회로를 만나보자.


추락 사건->감각으로 인지->위험으로 판단(떨어지지 않으려는 본능적인 행동)-느낌(두려움, 소름 돋음, 긴장 등등)

생존(사건의 순간 0.5초)

느낌(사건+저장)->기억(이 느낌은 좋지 않아)+계산(위험하다)-판단(어떻게든 해야 해)-창가에서 멀리 떨어지며 안전해짐(행동+사건)->높은 창가=위험공식을 기억에 저장

생존(사건의 직후 0.5초)

.

.

.

높은 창가에서 무서웠던 그날의 느낌을 반복해서 생각(사건 반복)->판단+기억저장(높은 창가=위험)-회피(행동 선택)->

생존(0.5초가 수없이 쌓인 뒤)


다른 선택지 없이 이 사고와 선택이 반복된다면 공황이는 다시는 높은 창가 근처에 가지 못하게 될 것이다.


느낌이 유도한 공황이의 선택


내가 하는 사고 행위의 절대다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이 주를 이룬다. 그 이유는 1편~3편에서도 설명했지만 생존을 위해 뇌가 하는 일이 과거를 바탕으로 오지 않는 시간을 준비하고 예측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본능에 기인하므로 누가 됐든 벗어나기는 힘든 일이다. 생각을 멈출 수 있을까?


나는 공식들이 판단을 거치며 기억으로 저장되고  다시 사건이 되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그 짧은 순간을 내가 인지할 수는 없었다. 최초의 0.5초는 내 의식이 끼어들기에는 너무나 찰나의 순간이고 위험의 순간에는 계산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모든 판단과 행동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순간 무의식에 끌려갔을지라도 반복되는 사건들의  사이에는 내 의지로 바꿀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0~20%라도 나에게는 의식이 것을 그때 명확히 인지했다. 이전에는 모든 행동이나 사고가 나의 의지를 바탕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착각은 나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자괴감에 빠지게 했고 나를 무기력으로 이끌었었다. 그것은 내가 인지하고 선택한 것이 아니라 습관화된 나의 공식의 확률이 높아져 자동으로 계산해 버린 결과였던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것을 깨닫고 나서 나는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사건의 순간 본능에 의해 주어지는 느낌 사건의 결말 이후에도 계속 지속되는 지속되는 느낌함께 판단공식에 저장되며 다음 사건으로 치환된다. 이때 나의 의식은 처음 느낌에는 관여할 수 없겠지만 그 느낌지속의 순간에 개입해 사고나 행동을 선택할 수 있었다.


선택지


공황이를 생각해 보자. 창에서 떨어지거나 자라씨한테 뚜까 맞는 것은 실체가 존재한다. 남들도 인지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사건 이후 공황이가 그것을 끝으로 필요이상의 걱정을 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그저 일회성의 이벤트로 끝나고 언제든 창가에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고, 자라씨를 피할지언정 솥뚜껑을 보고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공황이의 머릿속에서는 그때의 두려움이나 수치심등의 감정들이 일어나지만  생각들은 실체가 없다. 그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한다.  하지만  부정적인 느낌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에 공황이는 답을 찾으려 생각을 복하는 인지오류를 범한다. 


이렇게 되면 공황이의 머릿속에서 반복되는 그 일을 실체화해 창에서 아예 추락해 버리거나 자라씨와 다시 싸워 보기 전까지는 그 답을 찾을 수 없다.  생각의 반복 자체가 불쾌한 느낌과 함께 계속된다면 당연히 뇌는 그것을 해결이  사건으로 인지하면서 답을 찾으려고 하기 때문에 공황이는 이 문제를 현실로 가져와 직면해야 한다.


 나는 문제 해결을 위한 무언가를 선택하고 행동하지 않은 채로 반복했던 후회와 걱정이 오히려 상황의 악순환을 불러올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마도 공황장애가 아니었다면 죽을 때까지 알지 못했을지 모른다. 나는 후회와 걱정이라 부르는 사고를 반복하며 살았을 것이다. 그 삶이 과연 행복했을까?


창가에서의 행복한 시간


공황이가 이 불쾌함의 사고 회로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정해져 있다. 높은 창가에 대한 부정적인 공식을 바꾸고 싶다면 계속해서 노출하여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인지시켜 주거나 높은 창가에서 좋은 기억을 꾸준히 만들어 가면 되는 것이다.(실제로 떨어질 수는 없으니)

자라씨의 두려움 공식을 바꾸고 싶다면 최선을 다해 맞서보고 패배를 인정하거나 복싱을 연습해 자라씨와 맞짱 뜨기를 반복하면 된다. 설령 자라씨에게 진다고 하더라도 공황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했다면 불편한 마음은 사라진다. 맞는 것이 싫어서 자라씨를 피할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회피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순간 공황이가 느꼈던 느낌인 것이다. 사건에서 후회를 남기는 것은 이후 실체 없는 사건을 양산하는 먹잇감이 된다. 어떤 선택이든 그것이 습관화된 공식에 의한 것이고 이어 마음이 불편한 느낌이 든다면 나는 이다음 사건의 순간 다른 선택을 해야만 한다.



졌잘싸


두려움의 근원을 높은 창가나 자라씨라는 실체로만 놓고 본다면 공황이는 평생 저 두려움의 공식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기 어렵다. 높은 창가와 자라씨를 인생에서 삭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체가 있는 그 사건의 순간을 더해 그 이후 나의 느낌에 대한 것 또한 사건으로 본다면 공황이는 이 공식을 바꿀 수 있으며 이것은 이후 인지오류를 바로잡는 매우 중요한 키가 된다.


 실체 없이 생각만으로도 느낌은 생겨날 수 있고, 그 사이 더 큰 사건이 생기거나 다른 선택을 하지 않는 한 느낌은 이다음 사건으로 치환되어 기억된다. 그리고 이것은 반복된다. 나를 끊임없이 걱정의 굴레로 빠트리는 이것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므로 멈추는 것이 쉽지 않다. 걱정을 멈추려 하면 이후의 일을 미리 대처하지 못할 거라고 예상하므로 쉽게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것이 나의 뇌가 생존을 위해 무의식적으로 하는 일이다. 하지만 무의식을 거스르는 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알아야 한다. 여름에만 겨드랑이 털을 못 자라게 하는 종류의 무의식이 아니라면 언제든지 나는 이것을 멈출 수 있다. 나에게는 아주 조금이지만 분명 의식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핵심 요약*


나의 뇌회로


1. 사건->판단->사건->판단->사건

느낌은 이것들을 반복 연결 짓는 열쇠다.



2. 뇌가 인지하는 사건은 실체가 있는 것들을 포함해 나의 사고(후회와 걱정)들이 발생시킨 느낌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3. 80%~90%의 무의식은 본능처럼 거스를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분명 나에게는 사고와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10%~20%의 의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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