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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경 Nov 27. 2023

사춘기 아들과 딸이 말했다. "엄마, 우리 코노가자!"

주말 저녁, 아들이 다가와 말했다.

"엄마, 우리 코노가자. 가야 해. 알겠지?"

고 1 아들이 코노를 즐기게 된 것은 올해부터다. 아들의 음악 취향은 1980~2023의 노래다. 그래서 내가 부르는 옛날 노래도 같이 따라 부르기도 하고 나에게 이 노래 아냐며 코노에서 불러달라고 하기도 한다. (당연히 아들은 친구들과 더 많이 코노를 가지만, 좋아하는 노래 스타일이 비슷해 고맙게도 엄마와 가는 것도 좋아한다.)


나는 코노 아래에 있는 아딸에서 떡볶이를 먹고 노래 부르러 가자 했다. 집을 나서려는 순간 중 2 딸이 방에서 나왔다.

"어! 어디가?"

"우리? 떡볶이 먹고 코노 가려고."

"나는?"

"넌 아까 어디 간다며?"

"아니야~~~ 나 그냥 편의점 간다는 거였어. 나도 끼워줘. 나도~~"

그때 아들이 물었다.

"너 '나비와 고양이' 노래 알아?"

"응. 알지. 왜?"

"그럼 가자. 나랑 듀엣 연습하자. 나 그 노래 연습할 거야."

그렇게 우리는 추운 겨울밤, 노래를 위해 집을 나섰다.


사실 딸에 관해 한동안 글을 적지 않아 아직도 딸이 베이킹에 푹 빠져있는지 아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중학생이 되며 딸의 관심사는 노래로 옮겨갔다. (요즘 베이킹은 아주 가끔 친구 생일이나 행사 때만 한다.)

그렇게 많은 분들이 이 아이는 꼭 베이킹 쪽으로 갔으면 좋겠다 하셨지만, 여러 글에서도 밝혔지만 딸이 언제든 하고 싶어 하는 것이 바뀔 수 있다 생각하기에 그게 무엇이든 응원해주고 싶었다.


https://brunch.co.kr/@dew-0927/174


딸은 중학교 1학년 늦가을, 밴드부 보컬로 들어가며 싱어송라이터를 꿈꾸게 되었다.

나와 아들은 딸의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 오디션에서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도 한 명을 뽑는 자리였으니 말이다. 오디션을 보고 온 날, 후회는 없다며 최선을 다했다 하는 딸을 보며 멋지다 생각했는데 오디션에 덜컥 합격을 한 것이었다. 연락을 받은 딸은 믿을 수 없다며 방방 뛰며 행복이란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딸이 밴드부에 들어간 지 석 달 정도 지나 중 3 아들의 졸업식, 그날 밴드부가 축하 공연을 했다. 사실 미안한 말이지만 나에게 그날은 아들의 졸업식이었다기보다 딸의 첫 무대를 본 날로 기억된다. 강당에 울려 퍼지는 딸의 목소리에 나는 내가 지을 수 있는 최고치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졸업식에 참석한 부모님들께 "저 아이가 제 딸이에요." 하며 자랑하고 싶었다. 딸을 키우며 그렇게 가슴 벅찼던 순간은 처음이었던 듯하다. 짝사랑하던 상대가 먼저 고백을 해줬을 때 받는 감동처럼 내 귀에는 딸의 목소리만이 계속 메아리쳤다. 그렇게 첫 무대를 보고 딸의 꿈을 지지하기로 했다.


딸의 첫 공연


혹시 오해할까 봐 하는 말이지만 사실 소름 끼치게 노래를 잘하는 건 아니다. 내 딸이라서 내 귀에 더 좋게 들리는 것도 있을 것이고, 음치 박치가 아니라 노래를 정말 좋아하는, 평균보다는 조금 잘하는 아이이기에 연습하면 늘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지지한다는 뜻이다. 


어느 날은 친구와 버스킹 하는 곳을 지나다가 갑자기 

"무대에서 노래 부를 수 있는 분 없어요?" 

하는 말에 친구가 

"여기 저희 학교 밴드 보컬있어요." 

라고 했고 딸은 아무렇지 않게 무대에 올라가 노래 두 곡을 하고 내려왔다고 했다. 집에 와서 당시 상황을 말하는 딸을 보며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는 걸까? 나라면 떨려서 그렇게 못 했을텐데 싶었다. 큰 용기에 딸이지만 존경심이 들었다. 


버스킹 하는 곳을 지나다 갑자기 노래를 부르게 된 딸


그렇게 1년이 흐르고 딸과 가장 많이 하는 대화의 주제는 '노래'가 되었다. 그리고 딸의 공연이 다가오면 아들과 나는 딸에게 어울릴 만한 곡을 추천해 주고 같이 들어보며 몇 시간을 그렇게 보낸다. 아들은 변성기라 노래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워낙 좋아하는 분야라 노래에 관한 대화를 할 때는 시간 가는 줄 몰라한다. 가끔 새벽까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엄마 이제 좀 자면 안 되냐고 애원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사춘기 아이들과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른다.


서당개도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사실 내가 일하는 곳이 음반제작회사이고 대표님이 보컬트레이너 '노래하는 강코치' 님이시기에 아이들이 나에게 더 많은 질문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나는 보컬트레이너는 아니기에 세세하게 알려주지는 못하지만 대표님의 영상편집자로서 영상에서 보았던 내용이면 그 영상을 아이들에게 툭 던져준다, 내가 하는 일이 사춘기 아이들과의 관계에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올여름, 딸은 대표님을 뵙고 자신의 실력을 체크받고 싶다 했고 대표님께서는 흔쾌히 1일 체험으로 1:1 보컬코칭을 해주셨다. 

보컬레슨을 받은 레슨실

그날 보컬코칭을 받고 딸은 크게 달라졌다. 어느 정도 감각이 있어서인지 하루 한 시간 수업을 받은 것인데 전보다 고음이 훨씬 수월하게 잘 올라갔고, 성량 또한 더 커졌다. 한 번도 전문가에게 보컬레슨을 받아본 적이 없었던 딸은 한 시간의 코칭으로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어떻게 연습해야 할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표님께서 항상 하시는 말씀, 노래는 타고 나는 게 아니라는 말, 연습하면 다 늘 수 있다는 말이 더 와닿았다.


레슨실이 집과 좀 더 가까웠다면 아이를 보내겠지만, 왕복 3시간 거리다 보니 갈 수는 없었다, 이런 사람을 위해 이번에 대표님이 클래스유에서 온라인 강의를 론칭하셨는데 그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그 영상을 내가 편집했기에 딸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저희 딸처럼 멀어서 아니면 가격이 부담되어서 보컬레슨을 주춤거리셨다면

도움이 되실 수도 있으니... (절대 광고는 아닙니다.)

https://www.classu.co.kr/class/classDetail/16312?C16312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코노에 가서 노래를 부르다 보니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코노에서 나오며 서로 어떤 노래가 잘 어울리는지 이야기해 주며 집으로 돌아왔다. 


이런 게 정말 행복 아닐까? 어떤 고1아들이, 중2 딸이 엄마에게 먼저 코노를 가자고 하겠는가? 어떤 아이들이 엄마에게 좋은 노래를 추천하고 함께 들으며 새벽까지 이야기하겠는가? (물론 있겠지만 ㅎㅎㅎ이렇게 생각하면 더 감사함을 느낄 수 있으니 ㅋㅋ)  그러고 보면 우리 회사 슬로건

 [송익인간 (Song익인간) - '노래로 인간을 이롭게 하다.']

진짜 맞는 말인 듯 ㅎㅎㅎ


노래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하며 오늘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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