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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엄마가 나를 기다린다.

by 김화경

밤마다 세 명의 꼬맹이들은 이렇게 말했다.


"

아파트 앞까지 왔데이.

이제 계단 걸어 올라온다. 하나, 둘, 셋

어. 벌써 7동까지 와버릿네.

또 계단 올라온다.

하나, 둘, 셋, 넷...

거의 다 왔다.

8동이다. 우리 라인으로 들어오고 있다.

2층 계단으로 올라온다.

온다 온다.

이제 벨 누른다

5,4,3,2,1 띵똥~~~

아... 아직 아이네.

다시.

그러면 이번에는 아파트 입구 말고

엄마 공장에서부터 하자.

이제 공장에서 나왔데이.

걷고 걷고 또 걸어서 아파트 입구에 도착했데이.

"


나와 언니들은 밤마다 엄마가 어디까지 왔을까하는 이야기를 하며 엄마를 기다렸다.


엄마는 우리의 이야기 속에서 공장에서 집까지 적어도 다섯 번은 왔다갔다했다. 그러다 계단쯤에 있어야 할 엄마가 벨을 누르면 우린 환호성을 지르며 현관문 앞으로 달려나가곤 했다.


아기새가 입을 벌리며 어미새를 기다리듯, 우리는 엄마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렇게도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엄마가.. 이제는 나를 손꼽아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이번 명절에는 올끼제?" 라고 말하며...


갑자기 사무치게 엄마가 그리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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