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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아 Oct 12. 2023

아들 때문에 가슴 철렁했던 하루

9월 추석 연휴 들어가기 전,

아침 등원 버스 앞에서 타지 않겠다던 아들,

“이 버스 안 타면 유치원까지 걸어가야 해. 그래도 괜찮아?”

쌍둥이 딸과 친구를 버스에 태워 보낸 후 아들은 유치원으로 같이 걸어갔습니다.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유치원에 도착해서 그동안 문제 행동으로 인해 혼만 났던 아들이라 꼭 안아주고 교실까지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왔습니다.

‘힝~ 아침부터 엄마 운동을 시켜주는구만.’하며 돌아오는 길에 빵집과 슈퍼 잠깐 들러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올라탔습니다.

20층 띵! 문이 열리자 눈앞에 아들이 슬리퍼 차림으로 서 있는 것이 아닌가요?

순간 놀랬지만 아들에게는 위험천만한 행동을 한 것에 화를 냈습니다.

“너, 어떻게 집에까지 온 거야? 선생님께 말도 안 하고?”

버럭 화를 내고 다시 운동화를 신겨 데리고 나왔습니다. 유치원으로 다시 가는 길, 신호등이 여러 개 있고 횡단보도를 세 개, 네 개를 건너야 하는 길인데 어떻게 온 것인지 신기했습니다. 그제야 이 녀석이 위험한 행동을 한 것이 실감이 나더군요. 엄마가 불안하고 정신없는 행동을 보면 아이에게 안 좋을까 봐 마음을 누르며 걸었습니다.


유치원에 도착 후 입구에 들어서니 어느 선생님 한 분이 “지금 오는 거야?” 하셔서 상황을 설명하고 담임 선생님을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원감 선생님을 포함하여 상황을 설명하니 등원 시간이라 아이가 나간 것을 인지하지 못하시더라고요. 담임 선생님은 아이가 등원을 했는지 못 봤다고 하니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을 했습니다. 어쨌든 아침 9시 11분에 교실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내가 유치원을 나갔고, 볼일을 보고 집에 들어가니 그 사이에 아이가 집에 와 있었다. 교실에서 담임 선생님 목소리가 들려서 아이가 들어가는 것을 보고 갔었다. 그러니 원감 선생님은 사과를 하셨고, 다른 선생님들은 어리둥절하셔서 일단락을 짓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와서 10분쯤 지났을까 원감 선생님이 CCTV를 확인을 하시고 전화를 하신 것 같았습니다. 정말 죄송하다는 말을 거듭하셨습니다. 아마도 상황 파악을 하신 후 담임 선생님도 놓친 게 있었다는 것을 아시게 된 것 같았습니다. 원장 선생님 전화도 받고, 하원길에는 담임 선생님이 나오셔서 다시 이야기를 했습니다. 퉁퉁부은 눈으로 이야기를 하시는 선생님이 안쓰럽기도 하더군요. 사실 아침에는 아이를 본 적이 없다고 해서 당황을 하기는 했었거든요. 천만다행으로 아무 일이 없었으니 철렁했던 가슴 그저 쓸어내리며 ‘액땜한셈 치자.’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젊은 청년의 선생님의 부주의도 있었지만 예측하기 힘든 아이들을 하루종일 보느라 힘드셨을 거고, 나의 아이로 인하여 놀랬을 마음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어머니,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잘 보지 못했어요. 다음부터는 이런 일 없도록 할게요.”

“괜찮아요, 그래도 다행히 아무 일 없었으니 그것으로 됐어요. 너무 마음 쓰지 마요.”


이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노발대발 난리를 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으나 난 아이가 무사하게 품에 돌아왔으니 그것으로 감사하다는 마음이 컸던 하루였습니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저녁에 자려고 화장실 거울을 보니 놀래서 그랬던 건지 눈의 핏발이 터져있었더라고요. 아이들을 재우 고나서야 혼자서 가슴이 콩닥콩닥 거렸습니다. 그날 밤에는 잠을 쉽사리 들지 못했던 것 같아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가슴 철렁하는 일이 자주 생긴다더니 오늘에서야 실감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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