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로 이직러 남편 : 경제적 능력이 없는 남편 때문에 못살아!
[이 글은 픽션 소설입니다. 등장하는 인물, 사건, 장소 등은 모두 허구이며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이와 유사한 실제 사건이나 인물과의 일치는 순전히 우연입니다.]
[1화] 프로 이직러 남편 : 경제적 능력이 없는 남편 때문에 못살아!
“여보, 나 회사 그만뒀어.”
“뭐? 또! 도대체 몇 번째야.”
“이번엔 상사가 돌 아이라서 도저히 견딜 수 없었어.”
남편은 열 번째 회사를 그만뒀다. 나에게 상의도 없이 또 회사를 그만두고 통보서를 던져버렸다. 이제 태어난 지 8개월 밖에 안된 딸아이를 안고 깊은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또 어디서 알바를 해야 되나?’
육아로 지칠 대로 지친 아내에게 퇴사했다는 말을 당당히 하는 나의 남편은 프로 이직러이다.
남편은 친구들과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려고 갔던 클럽에서 첫눈에 반했던 남자였다. 얼굴도 반반하고 말솜씨도 좋아서 같이 있는 시간이 즐거웠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생각도 깊어 보였다. 무엇보다 다니는 직장이 좋았다. SK 텔레콤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정보통신업계에서 선두자리에 있는 회사이니 앞으로 미래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렇게 6개월 연애 끝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 결혼 후 꽃길은 아니지만 재미나게 살 거라고 믿었지만 결혼 6개월 만에 그 믿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첫 번째 회사를 퇴사하고 집에서 놀기 시작한 남편 때문이었다. 처음 퇴사를 했을 때는 나도 일을 하고 있는 상태였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다음부터가 문제였다.
3개월 휴직 후 입사한 회사는 IT업계 N 사이트 홍보팀이었다. 전 직장에서 마케팅 업무를 했기에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새로운 마음가짐과 열정으로 열심히 일을 했다. 점차적으로 회사에서 인정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경쟁 회사보다 조금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도 ‘이게 최선이야? 더 좋은 아이디어 없어’라는 요구 사항이 많아졌다. 견디다 못해 입사 2년 만에 사직서를 제출하고야 말았다. 두 번째 퇴사를 하게 되었다.
세 번째 회사는 중소기업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현대 자동차 협력업체였다. 원청 기업이 아니기에 서러움도 많다. 대기업보다는 월급도 훨씬 작고, 직원 복지도 좋지 않아서 입사한 지 6개월 만에 그만두었다.
네 번째는 건설 회사였다. 공대를 나왔고, CAD 및 컴퓨터 프로그램 짜는 능력이 있었다. 처음엔 설계 업무만 하면 되는 것으로 알았으나 거래처 사람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해야 하는 것이 있어 술자리가 많았다. 일주일에 6일을 술을 마셔야 했다. 거래처 사람과의 술 한 잔, 회사 동료들과의 술 한 잔, 상사와의 술 한 잔, 팀 전체 회식 등으로 간이 쉬려야 쉴 수가 없었다. 입사 한지 1년 만에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 급성 간염으로 입원을 했고, 죽지 않으려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나의 남편은 자주 회사를 옮겼지만 성실한 사람이어서 집에서 놀고먹고만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아니었다고 믿고 싶었다. 그렇지만 한 회사에서 오래 근무를 못하는 남편에게 문제가 있다고 있을 거라고 믿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남편은 네 번째 회사를 그만두고 건강을 회복하는데 만 신경을 썼다. 다음 이직할 회사를 찾아봐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계속 회사를 그만두는 행위에 불만을 토로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젊고 내가 마음을 붙이면서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할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백수로 지내는 기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이번에는 3개월을 집에서 지냈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 한두 번의 이직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하겠지만 길어봐야 1년 남짓 회사를 다니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그만두고 있었다. 일단은 참아보기로 했다.
“여보, 이번에는 쉬는 기간이 늘어난 것 같아. 구직 활동 안 할 거야?”
“아직 찾고 있어. 조금만 기다려봐.”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구직할 회사를 찾고 있다고 하니 더 이상 물어볼 수 없었다.
네 번째 회사를 그만두고 들어가기까지 휴식 기간이 길었지만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았다고 한다. 그렇게 다섯 번째 회사에 들어갔다. 이번 회사는 여행사이다. 미혼일 때부터 여행을 좋아했고, 그동안 회사 생활을 하면서 여러 군데 출장을 자주 다녔던 경험과 마케팅 업무 경험으로 도전을 해보는 거란다. 이 회사에서는 얼마나 다닐까? 의문이 들었다.
남편은 처음 입사 할 때부터 활기찼다. 여행사에서의 생활은 어떤지 궁금하기도 했다.
“여보, 이번에 들어간 회사, 여행사 생활은 어때? 사람들은 어때?”
“괜찮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니깐 재미있어.”
“이번은 어느 정도 다닐 것 같아?”
“이 회사에서는 꽤 오래 다닐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었다. 이제는 신경을 덜 써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생각은 얼마가지 않았다. 결국 6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말았다. 이유는 진상 고객들이 많아서 도저히 참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럴싸한 이유다. 감정노동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그래 무작정 욕부터 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답도 없더라. 힘들 수 있지.’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여섯 번째는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이었다.
“이번엔 단순히 남 생각 하지 않고 정해진 시간만 일하고 퇴근할 수 있는 걸 해봐야겠어.”
“비정규직이면 어떤? 그냥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거야?”
“그렇지. 나 정도 얼굴이면 카페 알바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야.”
“카페 알바가 쉬운 건 줄 알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너무 간단하게만 생각하는 남편이 철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 사람,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는 거 아니야. 아니면 비정규직이라는 것을 쉽다고만 생각하나?’ 어떤 생각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 어디 얼마나 다니나 보자. 분명 3개월도 못 버틸 거야.’
나의 불안감은 적중했다. 정말 3개월 만에 그만두었다. 한두 번도 아니고 벌써 여섯 번째 그러고 있으니 한심한 생각이 쌓여갔다. 그리고 이 사람과 계속 살 수 있을까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일곱 번째 회사는 경비 회사이다. 업무 배경은 마트이다. 직종은 경비보안 업무이다.
야간 업무가 자주 있는 직업군이기도 하다. 보안실에서 업무 시간 동안 마트 전체 cctv를 확인하는 일을 한다. 업무 시간 동안 지겹고 하품 나는 일이었다. 왜 그렇게 사람들은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것인지. 유동인구가 많은 마트이고, cctv가 널러있는데 술을 마시고 오는 사람들은 왜 그린 많은지. 하루에도 수십 번 취객들 난동 말리는데 이골이 났다. 한 주는 오전 근무, 한 주는 야간 근무를 한다. 낮과 밤이 수시로 바뀌는 생활에 체력이 남아나질 않는다. 그러다 보니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늘었다. 그것을 받아주는 나의 인내심에도 한계에 다다랐다.
부부 싸움도 자주 하게 되었다. 싸울 때마다 서로에게 생채기를 냈다. 그러다 결국 현수는 일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그 행동마저도 탐탁지 않았다.
여덟 번째 회사는 쿠팡회사 택배 직원이다. 여기도 비정규직이다. 프리랜서이기도 하다.
좋은 점은 자신이 하고 싶은 시간대를 선택하는 것이다. 낮 시간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저녁 9시부터 새벽 6시까지 택배 배달을 했다. 배달할 상품이 많으면 풀타임으로 일을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새벽 4시쯤 끝날 때도 있다. 아무도 깨어있지 않은 시간 때이기도 하다. 새벽 조깅을 할 때도 있고, 새벽 등산을 할 때도 있다. 가을바람이 살랑이는 어느 날 새벽녘 일이 일찍 끝나 귀가하기 전 가볍게 등산을 하기로 했다. 산을 오른 지 30분쯤 소리가 들렸다.
“누구 없어요? 저기요. 도와주세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보니 3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여성 한 사람이 다리를 부여잡고 있는 것을 본 후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리고 도와준 은혜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었다.
한 달이 지나고 붉게 물들였던 나뭇잎들이 한 잎 한 잎 떨어지고 있었다. 이제는 제법 찬바람이 불었다. 현수는 산에서 만난 여자를 만나기 위해 한껏 차려입었다. 아내 미영에게는 다른 회사 면접을 보러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나갔다. 나가기 전에는 망설여졌지만 그동안 아내와의 불화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고 싶었다. 너무 분위기 좋은 곳으로 가는 것은 왠지 안될 것만 같고 누군가 봤을 때 부적절하게 볼 것 같아 평범한 한정식 식당을 골랐다. 가정집 같은 한정식의 제일 안쪽 룸의 문을 열었다. 산에서 봤던 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다.
“안녕. 자기야. 어서 와”
아내 미영이었다. 활짝 웃는 얼굴에서 어둠이 내려앉았다. 지옥 같은 식사 시간이 되었다.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현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결혼 생활에 금이 제대로 가기 시작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여덟 번째 회사는 끝이 났다. 그리고 현수의 결혼 생활도 지옥이 되어가고 있었다. 둘의 세상은 믿음이 사라지고 있었다.
아홉 번째 회사는 요즘 유행하는 집에서도 일하는 직업이다. 제품 체험단 활동을 하면서 블로그 작성을 하는 것이다. 일명 인플루언서이다.
진짜 바람이 아니었지만 한 눈을 판 것은 맞다. 그 일이 있은 후 현수는 꼼짝없이 집에 갇혀 살게 되었다. 그동안 결혼 생활의 불만족으로 생긴 일들로 인하여 미영은 점차 현수에게 집착을 하기 시작했다. 미영도 집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한 번의 실수가 가슴속 깊이 박힐 줄은 몰랐다. 결국 심리 상담까지 받기 시작했다.
현수는 마음 놓고 나갈 수 없으니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았다. 지금은 블로그를 하는 사람이 많아서 이것으로 돈을 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블루오션 중 최고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이 있기를 기대했다. 보통 블로그 인플루언서는 여성들이 많은데 점차 남성들도 늘고 있다. 이미 많은 연예인들도 동참하고 있다.
기혼자 남성이자 남편의 입장에서 제품들을 사용하고 글을 올리고 있다. 외부 활동을 못하고 있어서인지 일의 진척이 없다. 현수는 생각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무슨 수를 써야 하나?
블로거로서는 수입도 많지 않아서 유튜브로 시선을 돌렸다.
열 번째는 영상 작업을 하는 직업이다. 유튜버이다. 콘텐츠는 잡다한 것들이다. 그냥 아무거나 올린다. 정확한 컨셉이 없어서 조회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이 필요했다. 현수는 깊은 고민을 했다. 친구 영호가 하나의 제안을 했다. 아내의 외도를 폭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의 아내 외도를 폭로한다는 말인가.
“아무 사람이나 할 수는 없잖아. 누가 그런 걸 의뢰하겠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아.”
[당신 아내의 민낯을 보고 싶습니까? 현모양처인척하는 그녀의 본모습을 파헤쳐 드립니다.]
설마 누가 이런 글을 보고 연락을 하겠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연락을 했었다. 사연을 보고 하나를 골랐다. 평범한 회사원인 남성이 자신의 아내가 바람인 난 것 같다고 확인을 좀 해달라는 거였다. ‘이런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인데 임팩트가 있을까?’
의심스러운 장소를 확인하고자 의뢰인과 함께 갔다. 정말 불륜의 현장을 잡았다. 그래도 사람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를 하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올린 영상이 조회수 10만 회를 찍었다. 놀라웠다. 그리고 재미를 느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영상에 담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씩 유튜브에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남편은 새로운 의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날, 익명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메일 제목은 간결했다.
[모두가 사랑하는 그녀의 진짜 얼굴]
내용은 더 간단했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녀가 누구인지 알면 놀라실 겁니다. 자세한 것은 만나서 이야기합시다."
내용이 짧았지만 뭔가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답장을 보내, 약속을 잡기로 했다.
며칠 후, 약속한 카페에서 의뢰인을 만났다. 중년의 남성이었다. 차분해 보이면서도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그의 눈빛이 내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었다.
"그녀가 누군지 알고 싶으신가요?" 그가 물었다.
"그렇다면 의뢰인께서 먼저 그녀에 대해 설명해 주셔야겠죠."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휴대전화를 꺼내 한 여자의 사진을 내게 보여주었다. 놀랍게도 사진 속 인물은 누구나 아는 유명 인사였다.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자선 사업가이자 방송인인 그녀였다.
"말도 안 돼요. 설마…" 남편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녀의 이면을 세상에 알려야 해요."
마음 한편에서 두려움이 밀려왔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충격적인 진실을 파헤치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렸다. 이건 단순한 불륜이나 배신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며칠 후, 남편은 의뢰인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영상을 편집했다. 평소보다 심혈을 기울였다.
영상의 제목은 강렬하고 간결하게, <유명방송인인 그녀의 실체>로 정했다.
업로드한 지 몇 시간 만에 조회수가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소수의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이내 댓글들이 폭발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설마 그녀가?"
"믿기 힘들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더 많은 증거를 내놔!"
사람들의 관심은 한순간에 폭발했고, 조회수는 10만, 50만, 그리고 순식간에 100만 회를 돌파했다. 남편이 올린 다른 영상들도 덩달아 주목받기 시작했다. 구독자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고, 각종 뉴스와 포털 사이트에는 이 영상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다. 매스컴은 순식간에 그녀를 집중 조명했고, 그녀의 평판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영상 속에서 남편은 그녀의 자선 활동 이면에 감춰진 사적 행적들을 하나씩 폭로했다. 외면의 선함과는 달리 그녀가 거액의 후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증거, 불법적인 거래 내역, 그리고 사람들을 속이기 위한 치밀한 계획들이 낱낱이 공개되었다. 모자이크 처리된 익명의 증언자들까지 등장하면서, 영상의 신뢰도는 더욱 높아졌다.
사람들은 분노했고, 댓글에는 그녀를 비난하는 목소리와 함께 남편을 추켜세우는 글들로 가득했다.
"용감한 폭로입니다."
"이제야 진실이 드러났군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남편은 그와 동시에 묘한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렇게 커다란 사회적 인물을 폭로하는 것이 과연 옳았는지, 그리고 그 후폭풍은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고민이 들었지만 무시해 버렸다. 다른 사람의 불행보다 자신이 잘되는 것이 어느새 우선시되었기 때문이다.
남편의 유튜브 채널이 성공을 거두기 시작하면서, 그는 점점 더 자극적인 콘텐츠에 집착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더 충격적인 폭로를 찾아다니던 남편은 가정에는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 집안일과 아이들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내 몫이 되었고, 남편은 그저 컴퓨터 앞에 앉아 새로운 폭로 영상을 만드는 일에만 몰두했다.
처음에는 남편의 성공이 자랑스러웠다. 그가 벌어들이는 돈도 우리 가족의 삶을 크게 바꾸었고, 그의 채널은 점점 더 많은 구독자와 조회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남편이 자극적인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이 점점 불편해졌다. 그의 채널에 올라오는 영상들은 남의 불행을 담고 있었고, 그 불행이 더 자극적일수록 그의 채널은 번창했다. 나는 점점 남편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집에 있을 때조차 대화는 거의 없었고, 우리의 관계는 점점 소원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남편이 영상에서 다루는 이야기가 우리 가정을 위협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곧 현실이 되었다.
남편은 어느 날 나에게까지 손을 뻗었다. 내 사생활을 캐고,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남편의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서 나는 충격을 받았다. 모자이크 처리된 내 얼굴과, 내 행동에 대한 의혹을 담은 영상이었던 것이다. 제목은 <완벽한 가정주부의 이중생활>이었다.
그 순간 모든 게 무너졌다.
영상이 퍼지면서 사람들의 시선은 나에게 쏠렸다. 친구들, 이웃들, 심지어 가족들까지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온라인에서는 나를 향한 비난이 끊이지 않았고, 남편의 채널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남편의 성공 뒤에는 내 희생이 있었고, 이제는 내가 더는 숨 쉴 공간이 없었다.
남편의 채널에 나를 모티브로 한 영상이 올라온 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나는 남편에게 따졌다. "도대체 무슨 짓이야? 나까지 이용하는 거야?" 하지만 남편은 차가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오히려 비웃었다.
"뭐가 문제야? 너도 잘 알고 있잖아. 자극적인 게 조회수를 올린다고. 우리 생활도 더 나아졌고, 덕분에 돈도 많이 벌었잖아." 그의 말에 나는 경악했다. 우리 가정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내가, 이제는 그저 조회수를 위한 도구로 전락한 기분이었다.
내가 계속 따지자, 남편은 점점 화를 냈다.
"너 그만해. 다 너를 위한 거야. 우리 가족을 위해서. 근데 네가 뭘 그렇게 대단히 잘했다고 따지는 거야?" 그의 목소리는 점점 더 거칠어졌고, 나는 그의 말에서 더 이상 사랑이나 존중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다 남편은 협박하기 시작했다.
"만약 네가 계속 이러면, 내가 가지고 있는 자료들 다 공개할 거야. 사람들이 몰랐던 너의 민낯을 세상에 알릴 거라고."
그의 눈빛은 더 이상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내가 떠날까 봐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그저 자신이 쌓아온 채널과 명성을 지키려는 집착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날 이후 남편의 폭력은 점점 심해졌다. 처음엔 말로만 협박하던 그가, 이젠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의 손이 내 뺨을 스칠 때마다 나는 무력하게 주저앉았다. 나는 그가 이럴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싶었지만, 남편은 더 이상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성공 뒤에는 남의 불행뿐만 아니라 나의 고통까지 쌓여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남편의 폭력에 의해 쓰러지고 말았다. 배 속에 있던 아이에게도 이상이 생겼다는 의사의 말에 나는 무너져 내렸다.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함께, 이 상황을 견딜 수 없다는 절망이 밀려왔다. 유산을 하고 난 후, 나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무너졌고, 더는 돌아갈 곳도 없었다. 지금 키우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악몽인 시간일 게 뻔하다.
남편은 여전히 유튜브 채널에만 몰두했고, 나는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 모든 상황에서 벗어나야 해.’
나는 어느 순간 깨달았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 남편의 폭력과 집착이 더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내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쳐 있었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이런 환경 속에서 자랄 수 없다는 절박함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아이들과 함께 도망치는 것만이 유일한 탈출구였다.
나는 조금씩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남편이 집에 없는 틈을 타 아이들 방에 들어가 짐을 꾸렸다. 몇 개의 필수품만 가방에 넣고, 중요한 서류와 돈도 챙겼다. 최대한 조용히, 남편에게 들키지 않도록 움직였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마치 내 자유를 향한 발걸음처럼 느껴졌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아이들을 데리고 현관으로 향하던 그 순간, 남편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이미 눈치챈 듯 싸늘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술병이 들려 있었고, 그의 눈빛은 차갑게 빛났다.
"어디 가는 건데?" 남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고 무서웠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아이들을 뒤로 감싸며 답했다. "그만해. 더는 이렇게 살 수 없어. 우리… 떠날 거야."
그는 비웃으며 한 걸음 다가왔다. "네가 그렇게 쉽게 떠날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그냥 두고 보겠어?" 그의 말에 섬뜩한 기운이 느껴졌다. 나는 아이들이 무사히 나갈 수 있도록 마지막 용기를 내야 했다.
"아이들만이라도 살려줘…"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간절히 부탁했다. 그 순간 남편이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나는 아이들에게 문밖으로 나가라고 신호를 보냈다. 아이들은 두려움에 떨었지만, 내 눈빛을 보고는 재빨리 문을 열고 나갔다.
남편은 이를 악물며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의 손이 다시 한번 내게 다가오려는 순간, 나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를 쓰러뜨리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밀쳤다. 남편은 중심을 잃고 넘어지며 술병을 떨어뜨렸고, 나는 숨이 막히도록 쥐고 있던 숨을 내쉬었다. 그가 일어나기 전에 집을 떠나야 했다.
그 순간, 나는 갑자기 눈을 떴다. 숨을 몰아쉬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방 안은 고요했고, 모든 것이 정지된 듯했다. 나는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이 모든 게 꿈이었다. 하지만 그 꿈은 너무도 현실처럼 느껴졌고, 아직도 그 두려움과 긴장감이 내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그 꿈이 나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이건 단순한 꿈이 아니라, 내가 반드시 선택해야 할 결단이었다.
[에필로그 -1]
그 후로 나는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한 악몽이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더 선명해졌다. 매번 꿈속에서 나는 남편과 맞서고, 아이들을 구해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었다. 매번 남편과 눈이 마주치고, 그 싸늘한 목소리가 내 귓가에 맴돌았다. 그리고 나는 늘 아이들을 안전하게 내보낸 후 그를 쓰러뜨리려 했지만, 꿈은 언제나 그 순간에 끝났다.
이 꿈은 단순한 두려움의 발현일까? 아니면 무언가를 암시하는 걸까? 꿈을 꿀 때마다 나는 현실과 꿈의 경계가 흐릿해지며 모든 게 혼란스러워졌다. 꿈속에서 느끼는 감정은 너무도 생생했고, 잠에서 깨어났을 때조차 여전히 그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루하루가 불안의 연속이었다. 남편의 작은 행동 하나, 심지어 그가 나를 쳐다보는 눈빛조차도 더는 예전과 같지 않았다. 꿈과 현실이 겹쳐지는 느낌에 나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남편의 폭력적인 행동과 집착이 실제로도 더 심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마치 그 꿈이 내게 무언가를 경고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결심했다. 더 이상 꿈에 갇혀 있을 수 없었다. 꿈이 아니라, 현실에서 벗어나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