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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 Aug 27. 2023

나는 오늘 당신을 죄인으로 만들었다.

새로운 약을 먹고, 얕은 두통이 가라앉지 않아서 어머니와 함께 걷기를 청했던 이달 초 어느 여름밤이었다. 적당한 온기가 있는 여름 바람을 맞으며, 빽빽하게 자리한 아파트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다음 생이 있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는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마음이다.

모두가 나를 사랑하지 않을까 봐 겁나서도 아니요, 사랑하는 것이 힘겨워서도 아니다. 그저 너무 사랑해서, 더 많은 사랑을 받는 세상에 갔으면 하기를 소망한다. 이 소망엔 사실 미안함이 빼곡하게 서려있어. 언제나 떠오르고 지는 태양이나 달 같은 사랑을 주지 못 했다는 죄책감 때문일 거야.


가만히 적고 나서 생각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면 엉엉 울어버렸을 거라는 것을 예감했다.


나는 당신을 만나서 행복했는데, 그런 마음을 가졌다면 그것은 나의 부족함 때문일 거라고, 가슴을 탁탁 내리쳤을 것이다.

 

그렇다. 나는 모두를 죄인으로 만들어 버린 거야.


그러니까, 서로가 서로에게 약속해야 하는 거야. 서로가 미안해하지 않도록.

절대 우리 사랑에는 어떤 미안함도 담지 않는 거야. 그저, 그저 사랑만 하는 거야.

내일 네가 비에 맞지 않도록 우산을 가져가기. 힘들더라도 밥 한 숟갈은 꼭 먹어주기.

너를 위한 시간을 갖고, 좋은 사람들과 사랑 나누기. 너무 나만의 생각만을 강요 않기.

너를 사랑하는 그 사람도 귀하다는 것을 알아주고 평생을 걸쳐 귀하게 대해 주기.

어떤 순간이 와도 너 자신을 포기하지 말고, 너를 사랑해 주기.

그리고, 너를 사랑하는 그 사람도 사랑해 주기.


그러면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는 사랑인 거야.


다행이다. 다음 생에도 만나고 싶었던 마음을 숨기지 않을 수 있어서.

그리고 미안하다. 부족한 나로 인해 죄인이 되어버린 당신에게 사과를 하고 싶다.

진심으로 미안해.


그래서, 또 약속에, 또 약속을 한다. 행복하기로.

행복하지 않으면 가슴 아파할 당신을 위해.


몇 년이 걸려도 반드시 행복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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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juuu_hy5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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