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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 Oct 18. 2022

#1 탈리스커 10y

<위스키가 만드는 세계>  

<


탈리스커 10y / 싱글몰트

45.8 % /700ml

피트향 / 바닷물 / 신선한 굴 / 시트러스(말린 오렌지, 시트러스껍질) / 생강에서 오는 스파이시함





탈리스커 10년산. 값도 싸고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싱글 몰트 위스키라 접근성도 좋습니다. 맛은 위스키를 잘 마셔보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고 하지요. 저는 호에 더 가깝네요. 


술의 객관적인 정보는 나무위키에도 다 나와있기 때문에 그걸 여기에 나열하는것은 큰 의미가 없겠지요. 해서 술에 대한 감상과, 그 술이 만드는 세계에 대해 기록해 두려고 합니다.


감각은 늘 머릿속에 인상을 만들고 그 인상은 꽤 오래 잔상처럼 남지요. 가령 첫 연애를 할 때 여자친구와 갔던 인천바다의 조개구이 집에서 맡았던 그 짭짤한 냄새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그 설렘을 복기하게 하는것 처럼 말이죠. 그때 조개구이 맛은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후각이 미각보다 인상의 잔상을 잘 기록한다기 보다, 그때 당시에 제가 실제로 아무맛도 못느꼈을 가능성이 높겠지 싶네요. 


그래서 술을 마실때는 하나의 세계가 생겨납니다. 제가 살면서 느낀 무수히 많은 감각들이, 그만큼이나 많은 인상을 제 안에 남겨두었고, 술을 마시면 그 향과 맛의 감각들이 불러 일으키는 인상들이 조합되어 또 다른 하나의 표상을 만드니까요. 그리고 그 표상은 어떤 세계에 대한 상상을 가능하게 합니다. 어디서 보았던, 영화와 같은 형식으로 말이지요. 


탈리스커 10년을 맛보면, 처음엔 피트향이 강하게 치고들어옵니다. 저는 피트향은, 특히 탈리스커의 피트향은 남성적이고 비장한 느낌을 주는것 같아요. 제가 담배는 안태우지만, 한번 넘겨봤는데 목이 엄청 칼칼하더라구요, 그 감각이 떠오르는것 같기도 하고. 대비가 높고, 색이 진하면 잘 어울릴것 같습니다. 그리고 거대한 자연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다음에 해산물이나 바다의 짠기가 넘어옵니다. 거대한 자연은 바다면 좋겠네요. 바다앞에 위치한 절벽일지도 모르겠어요. 피트에 바다의 짠기가 더해지니까 부둣가의 밤이 생각나네요. 이렇게 보면 느와르적인 표현이지요. 비도 좀 오면 더 좋겠네요. 비가 바다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긴장감이 넘치는 맛은 아니에요. 도수가 조금 높아서 그런지 따듯함이 오래 지속되거든요. 긴장감이 해소되고, 안도하게 되는 상황이면 좋겠습니다. 따듯한 색의 조명을 실내에는 켜는게 좋겠네요. 

그래서 꼭 거대한 음모나 격류에 휘말려 다사다난한 한 주를 보내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 짠내나는 부두의 자신의 집으로 겨우 돌아와 긴장하고 있던 마음을 풀고 몸을 데우기 위해 마시는 술 한잔이 탈리스커 10년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는 뭐가 좋을까요. 레옹도 좀 생각나고, 제임스본드는 항상 여유있는 느낌이라 안어울리는것 같습니다. 그 유명한 바스타즈의 첫 장면에, 한스대령이 라파디트의 집에서 유대인들을 찾지 못하고 그냥 돌아간 후에 라파디트의 가족이 굳은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술을 한잔 마신다면 이 술이 어울릴것 같아요. 바다가 아니라는 점은 조금 아쉽지만요. 


탈리스커에서 시트러스도 느껴진다고 많이 얘기를 하시는데, 저는 너무 초보라, 아직 그것까지는 못느끼겠더라구요. 시트러스가 느껴지는 날에는 이 세계가 조금 달라질 수도 있겠지요. 앞으로 더 많은 향을 느끼게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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