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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정 Dec 20. 2021

근황을 묻다



2021, 연말 스스로 에게 전하는 근황입니다.

우스울지도 모르겠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개인적인 작업을 준비하면서부터 나를 찾는 연락의 대부분은 광고 메시지랍니다. 070으로 시작하는 광고 전화와 정치 관련 전화는 지금도 열이 솟구치지만, 그 외 대부분의 광고 메시지는 이제 그러려니 합니다. 예전에 제 지인이셨던 어떤 분이 그러셨어요. 주말이 되면 가끔은 핸드폰이 고장 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요. 사업을 하셨던 분이라, 주중엔 일과 관련된  연락이 빗발치지만, 주말이 되면 핸드폰이 고장 났나 싶을 정도로 자신을 찾는 사람이 없어서, 도무지 일을 놓을 수가 없다고요. 잊히게 될까 봐. 저는 요즘 그분의 말이 참 많이 와닿습니다.


제가 느끼는 감정은 약간 달라요. 타인에게 잊힐까 하는 염려는 없어요. 어차피 저는 만인의 연인도 아니고 공유형의 인간도 아니고, 어딘가에 꼭 필요한 대체 불가의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애당초 그런 기대는 없죠.


저는 요즘 내 맘대로 안 되는 갑갑증과 그럼에도 굳건히 버티고 나 스스로를 다독여 꾸준해야 하는 상황이 힘든데요, 그런 나의 감정을 공유하고 머리 맞대고 해결책을 찾을 사람이 없다는 것. 거기에서 오는 외로움이 큰 것 같아요.

조직이란 그렇잖아요. 우리 모두의 일. 모두가 같은 고민을 하는 상황이 로는 울타리가 되기도 하는데 '우리'에서 빠져나와 '나'로 존재함을 선택한 이후로는 외로움이란 감정도 오롯이 혼자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 [어색] 한 것 같아요. 그동안 안 해봐서.


그럼에도 잘 버티고 있고 잘 버텨나갈 예정입니다.

내 맘대로 안 되는 일이 되는 일보다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고, 인생은 특별하고 재밌는 이벤트의 연속이라 생각하는 나이도 지났으니까요. 도무지 구별할 수 없는 똑같은 나날들이 지속되고 있지만, 하루에 하나의 작은 목표라도 이루면 그걸로 만족하고 조금씩 나아갈 예정입니다.

인생의 전환점에서는 모든 리스크가 총 출동하기 마련이라, 경제적인 고민도 커지는 요즘이지만(어떤 분의 글대로라면 코로나 시기의 호사로운 퇴사로 인한) 이런 작고 볼품없는 나를 위로하고 지금의 순간을 기억할 생각입니다.


외롭고 불안하지?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되는지, 나아가는 방향이 맞는지. 노력하면 과연 되긴 하는 건지.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 이상 방법은 없어. 믿음을 가지고 조금씩 나아가는 방법 뿐.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하는 것 뿐. 뭐가 되더라도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보다는 값지다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래.


2021.12.20

나중에 지금의 시간을 기억하기 위한 스스로에게 묻는 근황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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