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은정 Mar 11. 2022

모든 조직은 삽질을 한다.



나는 초보 프리랜서다.

부푼 가슴을 안고 시작한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인 듯하면서도 쉽사리 끝나지 않고 있다.

한 달 전 최종 컨펌자의 픽스를 마무리했는데 그 사이 회사 운영에 변화가 있었던 탓인지, 여러 아이템 중 하나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이 생겨버렸다. 참으로 기운 빠지는 일이다.

어차피 나는 일정 금액의 월계약으로 진행했으니, 기간이 늘어난다고 해도 손해 볼 것이야 없지만 문제는 일에 대한 흥미가 상당히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여러 번의 상호 미팅과 샘플 테스트를 거치며 단계를 밟아 에너지를 쏟아부은 일이 한순간에 틀어지는 것이 무슨 낭비인가 싶고 클라이언트, 즉 너희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이런 마음이 들다가도 나의 포트폴리오에 남을 프로젝트인데 한번 더 설득해 볼까 싶기도 하고.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그 와중에 매너 없는 고집쟁이라도 만나게 되면(고객사의 담당자들은 보통 한둘이 아니고 때론 컨펌자가 늘어나기도 하는데 새로운 고집쟁이를 대하는 방법은 매번 어렵다) 나의 자존감은 잠시 접어 마음 깊숙한 곳에 넣어 두어야 한다.


나 역시 꽤 오랜 시간 직장 생활을 했고, 다양한 협력사 분들과 함께 했다. 조직이 하는 새로운 일이란 쉽지 않음을 잘 알고 그것에 질려 조금이라도 자유롭기를 원하는 마음에 프리랜서를 택했지만, 여전히 똑같다.


"제삼자의 새로운 시각이 필요해요. 보다 전문적인 조언이 필요해요"라고 의기롭게 시작했던 일들은 단계를 거치면 거칠수록 이상하게 새로움과는 거리가 먼, 갑의 회사 방식대로 결정되며 결국엔 기존의 것들과 다를 바 없는 그저 그런 결과물로 종결지어진다. 회사 안에 있으나, 회사 밖에 있으나 일정 퍼센트의 삽질은 기본임을 깨닫는다. 내가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은 나 스스로 도출한 결론에 대한 확신과 그 확신에 힘을 실어주는 전문성이다. 더불어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적당한 비즈니스 마인드.


그 어떤 일이라도 변화를 원하면 최종 결정권자가 변해야 한다. 변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주변의 조언이나 의견도 귀에 담기는 법이다. 내부 직원도, 외부 파트너도 명쾌하고 효율적이며 더 나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방법. 그러나 이런 일은 쉽사리 일어나지 않기에, 일정 퍼센트 삽질받아들이고 나 스스로를 다독이는 방법밖에!



작가의 이전글 말도 디게 안 들어 정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