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도 어려운 인간관계
MBTI가 나오기 전,
2000년도는 혈액형으로 성격을 나누었다.
A형은 소심하고 B형은 다혈질이고 O형은 성격이 좋으며 AB형은 싸이코.
나는 AB형이었다.
학교 다닐 때 혈액형 이야기가 나오면 싸이코네 또는 천재 아니면 바보라는 소리를 들었다.
공부를 못하면 무조건 바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바보가 되었다.
그 후 MBTI가 나오면서 내향형, 외향형을 나누었고
계획적, 공감형, 현실형등 서로를 파악하며 인정하거나 배척했다.
차라리 나은 점은 내가 AB형이에요. 했을 때보다 I입니다. 라고 했을 때의 반응들이었다.
학교 다닐 때 친했던 친구가 내 뒷담화를 한다는 사실에 굉장히 화가 났던 적이 있다.
그 이유는 정말 사소했다.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아서.'
나는 구구절절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아도
내가 필요할 때 연락을 주겠거니,
나의 생활이 궁금했으면 너가 먼저 연락을 줘도 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나는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고
언제든 만나면 반가워할 수 있다는 점이고
내가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괘씸해서 혹은 자신도 연락하기 싫어서
나에게 연락하지 않았던 것을 아닐까.
우리는 졸업도 하지 않았고
그저 방학이었을 뿐이고
학교에 간다면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사이었다.
또는 같은 시골마을, 같은 동네에 살고 있기 때문에
전화 한 통이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사이라고 생각했던 내 착각이었을까.
아니면 내가 먼저 연락해야 유지되는 관계인 것일까.
다른 사람 입을 통해 친했던 친구가 나의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는 사실이 서글펐다.
MBTI가 만약 내가 학교 다닐 때 유행했더라면
서로를 더 잘 파악할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는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우스운 생각도 든다.
성격유형검사를 맹신해서도, 그 사람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해서도 안되지만
사소한 것에는 도움을 주지 않을까.
'저 IXXX 입니다.'
'아.'
이렇게 대화가 끝나더라도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괜찮지 않은가.
편견으로 가득찬 사람이라면
내가 뭘해도 괜찮을 것 같고
편견없이 나를 바라봐준다면
그것은 꽤 괜찮을 것 같다.
인간은 굉장히 복합적이며 양면성을 띄며
어떤 사람이라고 딱 잡아 말할 수는 없겠지만,
어리숙한 한때라서
가끔은 떠나간 이들이 그립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