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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홀리데이파머스 Jun 30. 2024

우리 오늘 농장 갈까?

유치원생 아들 준우와 주말 낮 시간 보내기

긴 시간이었다.  온라인상으로 아무런 시그널 없이 그동안 주말이면 새벽같이 일어나서 강화도 야자나무 농장으로 향했다. 문밖으로 나설 때 겨울이면 깜깜한 밤이었을 것이고 여름이면 해가 중천에 떠 있는 경험을 3번 경험했을 거다. 난 요즘 이렇게 지내고 있어요~라고 시작하는 말과 글보다 '레인'은 그저 묵묵히 행동으로 살아가는 한 사람이었다. 아무런 말없이 잠들어있는 나를 내버려 둔 채 슬며시 나가 정신을 차리면 이미 집에 없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 농장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크고 작은 사건들로 시끄러운 가정사 속에서 경제적 도움을 주리라는 믿음으로 지켜보았다. 육아를 하다 보니 가족 구성원들 간에 입장차로 인해 발생하는 어려움이 짓누르는 시간이었다. 할 일이 태산인 농장 상황과 아기 돌보기 위해 빨리 돌아와야 상황이 레인의 뇌를 쪼그라뜨리는 듯했다. 얼굴에는 근심이 많았고 약간 불만이 가득히 보이는 날도 많았다. 원래 말이 많이 없는 사람이지만 더 말수가 줄어들었다. 싫었지만 크게 내색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말 그대로 육아는 버티기다. 어떠한 뾰족한 묘수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아기가 이제 커서 어린이집 2년을 보내고 올해 유치원에 입학했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고 키즈 카페를 가면 내가 잡을 수 없을 만큼 목소리 크게 잽싸게 뛰어다닌다. 크는 것과 동시에 세상에 관한 관심이 많아지는 시기이다. 하늘하늘 날아다니는 흰나비를 쫓아가더니 어느 순간 놓쳐버렸고 멀리 날아가는 나비를 오래 지켜보곤 했다. 남아여서 곤충에 관한 관심이 많아 길거리의 개미이며 메뚜기 지렁이를 보면 말을 한바탕 쏟아내곤 한다. 레인이 주말에 아들이 티비 시청을 많이 하는 것 같아 살짝 걱정이었는데 곤충을 핑계 삼아 농장을 데려가곤 했다. 그 전략은 잘 먹혔다. 나가기 싫어해서 옷도 잘 안 입으려고 하는데 농장에 달팽이와 메뚜기 잡으러 가자고 하면 옷을 후다닥 입고 신발까지 일사천리다. 앞 좌석에 앉히고 안전벨트를 하고 그렇게 농장으로 간다.


 야자나무 농장에도 그렇게 약간의 변화가 생기고 말았네.  땅을 사서 레인 혼자 외로이 일일이 땅을 일구어서 지금까지 왔는데 제법 말도 알아먹고 힘도 나름   아는  존재가 등장했다. 아들은 곤충에 대한 흥미뿐만이 아니라 농장  구석 연못 속에서 살고 있는 비단잉어한테 밥을 주는 재미도 놓치지 않는다. 물멍이라고 말한다지.. 잉어가 밥을 먹는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다음 곧장 물호스 분사기로 물장난 치는 것을 좋아한다. 지하수이니  물이 얼마나 시원한가. 그럼에도 여름의 무더위를 힘들어한다. 에어컨을 찾아  안으로 가겠다고 떼를 쓴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아들을 보면 농장일을 제대로 진득하게  수는 없지만 첫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으터.. 머지않아 벽돌과 목재로 쉼터 공간을 만들고 조금씩 농장에 오는 경험이 쌓인다면 좋은 기억과 함께 하지 않을까? 사진  은행나무와 아들 준우는 영원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전에는 약간 적막했던 농장에 사람의 흔적이 묻어가는 공간으로 변하는  같아 새롭게 느껴졌다. 서서히 레인의 공간에서 준우의 공간으로 이어지겠지.

 이쯤에서 아이들을 기르는 부모라면  번쯤 누구나 생각할  같다. '언제 아기가 이렇게 커가지고 질문도 하고 뛰어다니고..." 세상을 인식해 나가는 모습이 대견하게 생각된다. 덥다고 집에 가자고 조르고 울고 한바탕 난리부르스를 경험하지만 이게 육아의 맛이지!라고 애써 웃어넘기게 된다.



여름에 잘 익은 딸기 2개. 그 맛은 아들에게.. 레인은 딸기 향기만..



농장 정원에서 촬영한 야자나무



 레인은 평일에는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주말에는 농장일과 육아를 하는 패턴으로 5년을 살아왔다. 그 노력의 과정 못지않게 결실을 잘 맺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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