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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홀리데이파머스 Jan 10. 2020

홀리데이 파머스 탄생

10년 뒤 야자나무 농장주를 이루다

레인은 2008년 12월 어느날 자취방에서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을 노트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레알



조그마한 차,

조그마한 원룸 단층집

대형 열대어 어항

꽃밭

연못

망원경



기계공학과 대학원을 졸업하는 사람의 목표라기 보기 힘들다. 나는 너무 지쳐있었다. 사람들과 뻔한 학교 시스템에. 그리고 지금까지 공부해왔던 전공이 지금의 나와 맞지 않다는 생각에. 대학4년 대학원 2년 그 긴시간을 보내서 얻은 것이 지금 이 상황인가? 나는 그 동안 무엇을 위해 살아왔지? 주체가 없이 살아왔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대학 4년 때에는 퀴퀴한 냄새가 나고 정체된 공기가 가득한 쪽방에서 더위와 겨울엔 추위를 이불 하나로 보내야 했다. 1년 동안 대학교내 기생충이 되어야 했다. 그 생활에 지쳐서 알아본 다음 방은 반평짜리 고시원이었다. 실험실에서 먹고 잘 때와 비교할 수 없이 쾌적했다. 고시원 방에 다행히 조그만 창문이 있어서 오후 4시 무렵이면 잠깐 햇빛이 들어왔다. 조그마한 방이지만 따뜻하고 해가 들어온다는 것은 나의 생활을 완성할 공간이 생겼다는 거다. 그것이 얼마나 기뻣는지 학교 근처 꽃집에서 식물을 하나 구매하게 된다. 그리고 고시원 방 창가에 그 식물을 놓아두었다. 뭔가에 이끌리듯 차례차례 다음 행동을 부드럽게 이어가게 된다. 그 식물은 내가 원해서 구매하게 된 최초의 식물이다. 영화 레옹이 한 손에 안고 다니는 식물과 같은 존재이다는 자각을 뒤늦게 했다. 식물은 서서히 나의 시간 안으로 옮겨지고 있었다. 식물과 인연은 이때부터다. 그러나 그 인연은 이 후 몇년 동안 아주 가늘게 명맥이 유지되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난 뒤 벤처 회사를 시작으로 사회 생황을 시작하게 된다. 자취방 베란다에 튤립과, 수선화를 기르면서..


 어렸을 적부터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자연스레 천문학자를 꿈꿨고 대학에서 천문우주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천문대로 별 관측을 선배따라 종종 다니면서 열정을 불태웠지만 열정은 불쏘시개에 불과했던 모양이다. 더 큰 장작을 채워넣어야 했는데 그게 안 되었다.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듯이 천문학자의 길을 벗어나서 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길을 택하게 되었다. 30살 초반에 결혼을 하였고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생활의 연속이었다. 직장인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럴 것이다. 세컨트 잡(JOB)에 대한 고민. 잡이라고 표현을 했지만 굳이 금전적 이득으로 이어지지는 않아도 몰입할 수 있는 일. 나의 생각을 대리 표현할 수 있고 몰입할 수 있는 그 무엇가를 갈망한다. 원하는 것은 단순했다. 내가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사용한다는 느낌을 받고 싶었다.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대부분의 직장인은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심지어 부끄럽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나는 별로 공감하지 못하는 말이지만 말야. 회사라는 공동체 조직에 나는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다. 자유를 찾고 내가 몰입하려는 것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그런 생각이 짙어서 인지 회사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 자부심과 로망을 심어주는 회사를 기대하지도 바라지도 않았다. 그 언젠가 먼 미래를 위해 참으며 몇년동안 무미건조한 생활을 하게 된다. 주로 했던 일은 기구 설계도 하고 모터 제어, 데이터 처리 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식물을 좋아했지만 농업 . 식물과 관련된 일을 하지 않고 쭉 제조 계통 회사를 다녔다. 첫째이유는 식물을 좋아하지만 덕후라기 보다 소비자에 가까웠다. 길을 지나가다가 꽃집에 멋진 식물이 있으면 사고 분갈이도 하고 물주는 수준에 머물렀다.  또 다른 이유는 제조업체가 그 업계보다 보다 많은 경제적 수입을 가져다 줄 것이라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돈을 더 빨리 모아서 젊은 나이에 은퇴를 하고자 했다. 세 번째 이유는 내가 주로 했던 일은 레이저 계측 장비를 제작하는 일인데 그 당시 스마트팜 이야기가 나오는 시기였고 지금의 경력을 살려서 차세대 농업기술 개발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을 가졌었다.



 대학 전공과 맞는 회사에 취직을 해서 하나의 부품과도 같은 존재로 회사에서 살아갔고 적금을 부으면서 착실히 씨드 머니를 모으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그 언젠가를 위해서 하루 시간을 담보잡아 버티는 나날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방식이니까 전혀 이상할게 없었다. 종종 아니 자주 푸른 하늘에 흰 돗단배가 떠다니는 화창한 날, 회사 실내에 갖혀 있다는 것에 조금씩 아쉬움을 느꼈다. 때론 흐리지만 비가 오는 날 처마에 앉아 비 떨어지는 소리를 감상하고 싶었지만 그때도 회사 실내에 책상 앞에 앉아있어야 했다. 개인 정원를 가꾸고 해가 화창한 날이면 나무 아래 벤츠에 앉아서 느긋이 커피를 마시고 책도 보고.. 그런걸 하고 싶어! 라고 열심히 상상을 했다. 그 언젠가라는 시간은 존재하는 건가? 정말 나에게 다가 오는 건가? 존재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런 내면의 물음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원하는 시간에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싶은게 나의 욕망인데 이게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그 고민의 답은 내 더 빨리 씨드 머니를 모아서 회사를 박차고 나가야 한다.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고 돈이 필요하다. 회사 생활해서 돈을 모으기까지는 한달 한달의 시간이 필요하다. 생태계에서 제일 아래에 위치한 약자이므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없다면 수긍하면서 돈을 모으자. 그러면서 내가 좋아하고 정말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자. 기왕이면 내가 편안해하는 것으로 말이다. 나에 대해서 잘 알아보자고 생각했다.내가 어떤 사람이고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혼자 힘으로 어디까지 이룰수 있을까? 내가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이런 질문에 나는 몸으로 체험해서 답을 하고 싶었다. 운 이 좋게 그 때 나의 길을 잘 찾아가는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숨겨진 또다른 재능을 발견한다. 사회적 프레임에 나를 맞추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탐색했고 생각하는 대로 빠른 시일 내에 작은 실험을 조건을 바꿔가면서 시도를 수도없이 하면서 본인을 테스트하는 재능이 있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을 발견하는 실험이다. 하지만 때론 결과에 대한 조급한 마음이 앞서서 이런 저런 시도를 하다보니 부실한 결과가 나올 때가 많았고 이를 보면서 스스로에게 너는 뭘해도 너무 허술하다는 상처를 주게 되기도 했다.  그때 당시는 육체적 힘듬보다 시간의 무의미함이 나를 더 힘들게했다. 밤 시간, 주말 시간을 컴퓨터 게임으로 시간을 보낸다거나 낮잠을 잔다거나 하면 그 뒤에 허무함이 밀려왔는데 견딜 수 없었다. 절실했다.



 씨앗은 이미 뿌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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