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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da Apr 28. 2022

사랑

네게 다가가는 길

칼릴 지브란의 사랑에 대한 정의를 좋아한다. 하늘과 땅이 사랑하듯 그 안에 수많은 존재가 뛰놀 수 있게 한다는 건 나로 하여금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다양한 모습과 존재를 자유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우리는 주례 없는 결혼식을 올렸고 혼인서약서를 작성하여 함께 읽었다. 서약서의 일부에 이렇게 써 놓았다.


하늘과 땅이 서로 사랑하듯, 함께 있되 약간의 거리를 두며 사랑하겠습니다.
바람이 우리 사이에서 춤출 수 있도록-
하늘과 땅 사이에 수많은 존재가 뛰어놀 수 있도록-
서로가 가진 다양한 모습들을 자유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그렇게 사랑하겠습니다.


결코 쉽지 않다.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큰 마음을 품고 자주 떠올리면 사랑이 나를 힘들게 할 때에 내 사랑의 고도를 높여준다.


27개월인 내 딸 세원이는 아직도 화장실 문을 닫지 못하게 한다. 닫으면 세차게 울어버리니 언젠가 '엄마, 문 좀 닫고 해!'라고 말할 때가 오겠지 하고 마음을 내려놓고 조금 슬퍼한다. 그런데 화장실에서 세원이를 보고 있노라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내가 화장실에 있을 땐 내 시야를 벗어나지 않는 공간에서 종알거리며 노는데 그 모습을 관찰하고 있으면 정말 예쁘다. 오늘도 그랬는데 문득 거리를 두고 바라볼 땐 늘 마음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가까이 붙어있으니 어쩔 수 없이 간섭하게 되고 잔소리하게 되고 알려주려 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궁금해하지 않으려 하고, 어쩔 수 없이 모르는 상황,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화장실이라는 공간에 있는 내 상태가 맞물리게 되면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된다. 그럼 나도 마음이 편해지고(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있어서 더 그런가?) 세원이도 왔다 갔다 나를 재촉하지 않고 의외로 아주 잘 논다.


살면서 바다보다 더 깊이 누군가를 아주 깊게 사랑해 본 적이 있을까? 없다. 그런 누군가를 이미 놓쳤고, 또다시는 그런 이가 나타나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어떤 다큐멘터리에서 여기가 바다의 가장 깊은 곳이라고 보여주었다. 그런데 그다음 회차에서 그보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더라. 흔히 상상하는 바닷속의 풍경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화산은 끊임없이 폭발하고 커다란 바위와 부서진 잔해들이 뒤섞여 돌아다닌다. 와! 정말 놀라웠고, 조금은 두렵고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 두 팔로 내 몸을 감싸 안으며 살짝 전율을 느꼈다. 이런 기분이면 아마도 일상을 잘 살아낼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한 사람들은 평범하게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


사랑에 대한 나의 생각은 '나는 너를 아주 깊이 사랑해'라는 표현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해'라는 표현에 더 가깝다. 그저 네게 다가가는 일을 지속할 뿐이다.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세원이를 나는 벤치에 앉아 시선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는 일이다. 그러한 편이 오히려 사랑하는 이의 세부를 돋보기로 들여다보듯 세밀하게 관찰하게 되고 더 사랑하는 일이 된다.


나의 사랑이 당신에게 큰 자유를 주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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