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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뇨리따 Oct 18. 2016

BGM이 있는 소설 "미 비포 유"

이 장면에는 이런 음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김냥의 주저리주저리

시작 전 주저리주저리. 
책에 대한 글을 쓰게 된다면 단연 1위는 조조모예스의 작품이 될 거라고 늘 생각해왔다. 지금까지 한국어로 번역된 그녀의 소설을 모두 읽으면서 해가 쨍쨍한날 한강 다리를 건너는 4호선에서 눈물을 흘리는 어이없는 일도 있었고, 출/퇴근 길에 책을 읽으며 답답한 직장생활에서 잠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생긴 좋은 습관이 있다면 내용이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을 찾는 것이다. 초반엔 지하철에서 옆사람들 떠드는 소리가 싫어서 이어폰을 꼈는데 그때의 우연이 지금의 새로운 취미로 만들어진것 같다. 

나의 새로운 취미이자 즐거운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SCENE 1. 구 약혼녀와 친구가 결혼을 하겠다고 남자 주인공에게 찾아옴

"축하해"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네가 무슨 생각 하는지 알아. 하지만 우리 둘 다 이럴 생각은 아니었어. 정말이야. 아주 오랫동안 우리는 그냥 친구 사이였어. 서로 걱정해주는 친구 있잖아. 그저 루퍼트는 네가 사고를 당한 후 내게 누구보다 큰 힘이 되어주었고..."
"대단한 일 하셨네."
"제발 이러지마. 이건 너무 끔찍해. 너한테 얘기하는게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 우리 둘 다 그랬어."
...
"뭐라고 말 좀 해봐, 윌 부탁이야."
그의 얼굴이 눈앞에 선히 그려졌다. 전혀 읽을 수 없는 표정을 고수하면서도 일종의 아득한 경멸을 담은 윌의 얼굴이 안 봐도 본 것 같았다.
"축하한다고."마침내, 그가 말했다. "너희 둘 다 행복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
알리샤가 그 때 뭐라고 항변하기 시작했지만 루퍼트가 말을 끊었다. "됐어, 리사. 아무래도 우리 이제 가야겠어. 윌, 네 축복을 바라고 온 건 아니야. 예의의 문제라 온 거야. 미안해, 친구, 나는... 진심으로 네 상황이 좋아지기를 바라. 그리고 좀, 그러니까... 좀 상황이 안정 되면 연락하고 지내면 좋겠어."
발소리가 들리기에 나는 마치 방금 들어온 것처럼 땔감 바구니 위로 허리를 굽혔다. 복도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알리샤가 내 앞에 나타났다.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눈가가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BGM. 세사람 (with 성시경). 토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지가 불구가 된 윌은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마저 잃게된다. 그 상대는 윌의 친구. 드라마나 소설책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지만 윌의 반응은 솔직하다.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 갑작스런 사고로 누워있는 것도 화가나는데 결혼을 약속했던 사람이 떠난다? 그것도 내 친구와. 하.

하지만 아직 이 내용은 소설책의 초반부였고 바라보고 있는 관점은 여자 주인공 루이자였기에 그들의 로맨스를 더욱 기대하게 되었다. 이 장면을 읽고 있을 때 휴대폰 재생 리스트에서 나왔던 토이의 '세사람'은 이 상황과 딱 떨어지진 않았지만 묘하게 어울리는 멜로디였다. 


#SCENE 2. 구 약혼녀와 친구의 결혼식에서 나와 그녀만의 파티.

"어때요, 윌? 한 바퀴 돌아볼래요?"
"뭐라고요?"
"어서요. 이 빌어먹을 멍청이들한테 씹을 안줏거리 만들어 주자구요."
"아, 좋네."메리가 유리잔을 치켜들며 말했다. "뒤지게 멋져."
"어서요. 느린 곡이 나오는 동안 해요. 그런 걸 타고 펄쩍펄쩍 뛰진 못할 거 같아서 그래요."
나는 그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윌의 무릎에 앉아 두팔로 그의 목을 감싸고 균형을 잡았다. 그는 거절할 수 있을까 가늠하려는 듯 내 눈을 잠시 들여다보았다. 그러더니 놀랍게도, 윌은 휠체어를 밀고 댄스플로어로 나가 미러볼의 반짝이는 불빛 아래에서 천천히 작은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했다.
...
"가끔은 말이에요, 클라크. 이 세상에서 나로 하여금 아침에 눈을 뜨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건 오로지 당신밖에 없다는거."
"그럼 우리 어디론가 가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미처 찾기도 전에, 입 밖으로 그말이 새어 나와버렸다.
"뭐라고요?"
"어디로 떠나요, 우리. 일주일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즐겨요. 당신하고 나하고. 아무도 없는 데서. 이런..."
그는 기다렸다. "머저리 천치들?"
"..... 머저리 처치들이 하나도 없는 데서. 좋다고 말해줘요. 윌, 어서요."

BGM. U&I 토이(빈지노)


휠체어에 묶인 나 자신을 상상해 봤다. 일단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쓰일테고 이전과 똑같은 생활을 하긴 거의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럴 때 모두에게 필요한건 바로 '똘기' 인것 같다. 전 여자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 장소에서 새로운 여자친구를 휠체어에 태우고 함께 춤을 춘다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똘기 없이는 불가능한 것 같다.

'미 비포 유' 영화를 아직 보지 않은 1인으로 (원작이 훼손되었을까봐 아직 못봤다능...) 감히 생각하건데 이 장면이 관객의 맘을 뭉클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지금 있는 이 곳에 아무도 없고 너와 나 둘만 생각하고 떠올릴 수 있는 'U&I'도 함께 들어보시기를 강추!


#SCENE 3. 디그니타스 병원에서 만는 그들. 

순간 나는 깨달았다. 그의 표정에 정말로 안도감이 퍼져가고 있다는걸. 그로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그렇게, 나를 보게 되어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다는 걸. 그리고 이걸로 나는 만족해야만 한다고 스스로 타일렀다. 그가 부탁한 일을 해주겠다고, 그걸로 충분해야만 한다고. 

나는 침대에 올라가 그의 옆에 누워 한 팔로 그를 감싸 안았다. 머리를 그의 가슴에 얹고, 내 몸이 부드럽게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그의 호흡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윌의 손가락 끝이 내 등에 닿는 미약한 압력이, 내 머리칼 속으로 스며드는 그의 숨결이 느껴졌다. 눈을 감고, 그의 체취를 들이마셨다. 깔끔한 방 안에서는 무향무취에 살짝 기분 나쁜 소독약 냄새가 깔려 있었지만, 그에게서는 변함없이 은은한 삼나무 향기가 났다. 다른 생각은 아예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려고 노력했다. 그저 그 순간을 살고자, 내가 사랑했던 남자를 삼투압처럼 온몸으로 흡수하고자, 내게 남은 그를 나 자신에게 새겨 넣고자 전력을 다했을 뿐이다.

BGM. 너의바다에머무네. 토이.

지금의 이 순간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마지막 순간이라면. 지금이 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마지막이라면 나역시도 최대한 온몸으로 그 사람을 기억하고 흡수하려 노력할 것이다. 담백하지만 루이자가 느끼는 감정을 최대한으로 꾹꾹 눌러 담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만족해야만 했고, 보내줘야만 했고, 지금밖에 허락되지 않은 이시간을 온몸으로 기억해놔야만 했다. 이 순간은 잔잔한 바다 내음과도 잘 어울리는 노래를 BGM으로 꼽았다. 



* 마지막 주저리주저리.
국내에 조조모예스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영화 제작 중에도 다들 원작을 헤칠까봐 전전긍긍하는 분들이 계셨는데. 내가 언급한 것 외에 어울리는 BGM이 있다면 함께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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