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이름의 도피 1. 라다크. 판공초
메락 마을에서 보낸 꿈같은 5일간의 추억.
문뜩 한국을 벗어나야겠다는 마음에 무작정 떠난 여행이 이렇게 길어진 까닭은 만나는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욱 좋은 곳들이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5일간의 시간을 메락에서 보냈고, 또 많은 곳을 다녀왔지만 내 추억 속에 항상 첫 번째는 이곳이었고 그래서 뒤늦게 여행을 정리하면서 가장 먼저 찾은 사진 또한 메락의 사진들이었다.
첫째. 메락
메락 마을은 걸어서 30분이면 다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작은 마을이다. 홈스테이 두 곳이 있고, 아주 작은 점방도 하나 있고, 작은 사원도 하나 있는 보리농사와 소를 키우며 살아가는 작은 마을..
지금은 좀 더 많이 개방되어 어떻게 변했을지 모르지만 2016년 여름의 메락은 척박하지만 아름답고 평온한 세상의 복잡함을 잠시 잊을 수 있는 안식처 같은 곳이었다.
메락에서의 생활은 별다르게 설명할 게 없었다. 가끔 사진을 찍고, 책을 보고, 판공초를 바라봤을 뿐...
그리고 누르 북이라고 수줍게 인사하던 귀여운 아가씨
둘째. 암치 홈스테이
대부분의 여행자가 묵게 되는 메락 마을의 암치 홈스테이가 있다. 그곳의 주인 할아버지를 '암치'라고 부르는데 그곳에 있을 때는 암치가 이름인 줄만 알았는데, 뒤늦게 암치가 라다크 지역의 의사 겸 촌장의 역할을 하는 명칭이란 걸 알게 되었다.
아무튼 나와 스페인에서 온 나초 역시 암치에서 5일간 묵게 되었는데... (원래 일정은 일주일이었지만...)
메락은 대부분 하루쯤 묵고 가기 때문에 전날 도착했던 친구들이 아침 일찍 레로 돌아가고 나니 할 일이 없다.
대부분의 시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냥 마을 한 바퀴 산책 후 따스한 햇볕 아래에서 책도 좀 읽고 고양이랑 놀기도 하며, 해가지면 쉼 없이 떨어지는 별똥별을 바라보며 살아있음에, 이런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시간들이었다.
아! 그리고 나초가 정말 해보고 싶다고 해서 암치네 보리 수확을 돕게 되었는데...
이 친구 도시에서만 생활해서 그런지 낫질을 처음 해본 다고 한다... 나도 오랜만에 하는 보리 수확작업이었는데
즐거운 경험이었지만... 수확이 끝나고 진짜 너무 간지러워서 우린 하지 말아야 될 선택을 하게 된다.
얼음장 같은 판공초에서 샤워를 한 뒤 찬바람을 맞고 암치 네로 돌아와서 밤새 끙끙 앓게 되었다.
다음날 감기 기운이 심해 둘 다 방에서 벗어나질 못하다가 결국 메락 마을을 떠나게 된...
셋째. 판공초와 은하수
판공초는 기대했던 만큼 아름다웠고, 메락의 밤은 경이로웠다.
판공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