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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록 Jun 12. 2023

노매드랜드를 보고


  영화 '노매드랜드' 를 봤다. 처음으로 광화문 씨네큐브에 갔다. 예전엔 낯선 곳, 새로운 곳 혼자 잘 다녔는데 요즘은 혼자서 새로운 곳에 가는게 별로라 마음이 움직일 때 전 날 재빨리 예매를 해버렸다. ipTV로 집에서 편하게 보려고 했다가 너무 집에만 있고싶어해서 굳이 밖에서 보는 걸로 예약했다. 다행히 금요일은 날씨가 정말 좋더라. 


  아카데미상도 많이 받고, 무엇보다 미국 서부 자연광경이 많이 나온다 정도만 알고 영화를 보고 싶어진건데 이렇게 심오한 이야기일 줄은 몰랐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찾아보고 원작이 있다는 것도 알았으니까. 

내가 주인공 펀의 상황이라면 어땠을까? 노년층이 되어 살던 동네 하나를 잃었다면?(금융위기로 지역광산업이 문을 닫아 마을이 무너졌다) 계속해서 일을 해야한다면?

이 영화를 보면서 떠오른 것들이 많아서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1. 

'노매드랜드'영화를 보기 전에 케케와 나는 캠핑카채널을 즐겨봤었다.

나와 케케는 미국을 여행 하고 와서 캠핑카에 관심이 생겼다. 

https://youtu.be/WETlf0ctdpw

  이 채널은 벤으로 이곳 저곳 캠핑장을 전전하며 다양한 사람들의 캠핑카도 소개받고 나름 꽤 길게 인터뷰를 한다. 캠핑카의 종류는 어마어마하게 다양하다는 것도 보여주고 왜 캠핑을 하는지도 알게 된다.  우리는 미국 로드트립을 했을때, 캠핑카 존을 보며 부러워했다. 이 멋진 자연 속에서 하루를 묵을 수 있다니. 우리는 스팟에서 스팟을 이동하려고 4-5시간씩 운전해서 목적지 도착해서 숙소에서 짐을 부리는데! 우리도 이렇게 느리게 여행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렬해졌다. 영상에는 가끔 장성한 자식들 두고 엄마 혼자 여행하는 분도 있었고, 절세를 위해서 은퇴 후 이렇게 남은 여생 보낼거라고 한 사람도 있었다.



2. 미 서부 자연


  몇년 전 없는 돈을 탈탈털어 꾸역꾸역 미국에 로드트립을 한 것을 평생 잘한 일로 꼽고 싶다. 영화 속에서 75세를 앞 둔 캠핑카 생활을 하는 '스왱키'의 말이 너무 공감 됐다. 그녀는 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는데 '생활에 지장 없고 가끔 아프지만 진통제로 버틸만 하고, 살만큼 살았다. 병원에서 죽음을 맞고 싶지 않다. 사실 죽어도 여한이 없다. 왜냐면 이 멋진 자연을 흠뻑 느끼며 살 수 있음에. 내 몸집보다 몇배 큰 버팔로를 한번 만나봤음에, 황홀한 만큼 했으니 괜찮다.' 그런 말을 했다. 생의 마지막을 대자연을 보며 캠핑카에서 맞는 것을 공감한 건 아니고 (아직 거기까지는 모르겠다) '이 곳은 지구가 맞다고! 이것 보라고!' 온몸으로 느껴서 마치 우주를 여행한 듯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로드 트립 내-내 도로 위에서도 나도 '이걸 내 눈으로 보았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생각이 든 건 맞다. 아무래도 부모님과 함께 넷이 그 곳을 다녀서 나는 더 감흥이 깊었을 수도 있다. 



3. 미국이니까 노매드랜드

  

  환상도 뭐도 없었다. 보통 친구들은 미국에 가는 이유가 뉴욕, 라라랜드 이런 걸 많이 꼽는 것 같다. 난 그런것도 없다. 겁도 많고 관심도 없어서.. 그러다가 엄마의 제안으로 로드트립을 가게 된거다. 여행 당시 정말 많은 '캠핑카'를 마주치면서 집으로서의 캠핑카를 의심조차 하지 못했다. 우리는 자연을 보며 계속 흥분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저 이 캠핑카들은 좋겠다~하면서 부러워만 했다. 그런데 평일에 이렇게 캠핑을 많이 한다고? 싶었던 적은 있다. 그 때마다 미국은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있나봐. 스케일이 다르구나 하면서도 이 대자연을 침탈하고 사니까 성공한거같고 좋냐? 하면서도 우린 인디언의 흔적에 관심도 있었으니 백인에 대한 미움이 좀 있었다. 그런데 노매드랜드를 보니까 여행을 빙자한 캠핑카(집)인 사람들도 많겠지 싶다. 선택적 아나키스트 중간쯤이거나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노매드 라이프가 더 쾌적할 사람들이 있었구나 알게 됐다. 그런데 노매드랜드는 미국이니까, 미국에는 캠핑존이 어마어마하게 많으니까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한국이면 난지공원에 캠핑카 몇날 며칠 가능할까......시설공단에서 3박컷 당할거같다 왠지ㅋㅋㅋ)



4. 대기업이라는 기둥


  주인공 펀은 남편이 죽고 홀로 남은 생을 책임지고 살아가야 함에 있어 일은 계속 하고 싶어한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그리고 누구에게 기대며 살고싶지도 않을 것 같다. 그녀는 아마존에서 패킹 알바를 하고, 공사장에서 안전요원으로 알바를 하고, 햄버거 집에서 청소알바, 캠핑카 존 매니저 알바 등등 계속 알바를 한다. 캠핑카가 고장나 큰 돈을 빌려야할 때 친언니가 집으로 와서 돈을 빌려가라고 하여 함께 살자고 제안을 하지만 거절한다. 나 역시 그녀의 선택을 존중하고 싶었다. 한국에서는 궁상맞다고 할지도 모르겠다.(ㅎㅎㅎ) 또 대다수의 사람들은 노숙자, 방랑자, 불쌍한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녀가 아마존 그 큰 건물로 들어가는 장면을 볼 때 안심이 된다.  한국 사회에도 펀 같은 인물이 없을까? 전 세계적으로 많을 것이다. 그러면, 대기업은 사회구조에 큰 영향을 주는 막중한 임무를 가지게 된 것이다.


5. 더 뒤로 가서 장면을 보면


  우리의 삶도 쾌적하게 직장에서 출퇴근하면서 근무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발닦고 쉬지만 직관적으로 풀이하면 펀이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살고 캠핑카(집)으로 돌아와 쉬는 것과 다를 건 없다. 조금 불편한 것은 어느 시멘트 집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고 감수하는 것은 결국 개개인의 선택이니까. 마을이 사라졌다? 마치 공동체가 없어진 것 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우리 사회에 공동체라고 느낄 만한 부분이 크지 않으니 캠핑카라고 해서 아쉬울 부분은 아니라는 생각도 좀 든다. (펀은 캠핑카 삶을 선택하고 예전 동네 지인들과 마트에서 우연히 만나서 불쌍한 사람 취급을 받는데 집이 없는게 아니라 거주지가 없는거라는 말을 해주었다.)


  사회의 구조가 바뀌면서 계속하여 사람들의 움직임이 바뀌고 있다. 시선도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이 노매드랜드는 미국이니까. 정말 이런 자연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라서  잘 포장된 것 같다. 아무튼 어떤 복잡한 속세로부터 달아났다가 다시 생계를 위한 감내를 했다가 여전히 탄력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노년의 이야기. 그리고 그것이 젊은 사람들의 미래일 수 있다는 것. 다 보고 나니 보인다. 영화를 볼 때는 다소 고요하고 심심하게 스토리가 이어지는데 미서부 대자연을 보고온 나로서는 지루할 틈이 없는 흥미로운 요소였으니 너무 좋았다.


* 노매드랜드 아니고 노마드랜드 아닌가요

나는 no mad land인 줄 알았다고오요.....^^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저절로 중의적으로 바뀌길 노렸..나



2021.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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