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수영장에는 중급반에서도 두 반으로 갈라져있다. 초급반에서 막 올라온 내가 있는 라인과, 스타터, 플립턴을 꽤 익숙하게 하는 중상급반이다. 중급반 선생님은 한 분으로 두 라인 모두 코칭을 한다. 어제 중상급반의 멤버 수가 너무 적어서 합반을 하게 됐다. 일정 시간이 되면 그 분들은 레인을 이동해 플립턴을 하기로 했다. 중상급반이 먼저 출발했다. 속도부터 달랐다. 쫓아가기가 정말 힘들었다.
선생님은 평소 3~4바퀴를 지시하지만 이날 따라 상급자가 있어서 그런지 5바퀴를 주문했다. 쉬지 않고 25m 자유형을 5바퀴 돈다는 것이 얼마나 벅찬 일인지 숨이 차서 몇번 물도 먹었다. 앞서 가던 상급자 분이 이날의 수업이 연수반과 속도 체크하는 날이어서 그랬는지 일정 시간이 되어도 옆 레인로 넘어가지 않았다. 수업 중반이 넘어가자 이제는 접영으로 넘어갔는데 어쩐지 선생님은 또 접영 5바퀴를 돌라고 했다.
접영은 팔을 넓게 돌리기 때문에 우리 수영장은 25m를 레인 중앙으로 완주하고 먼저 간 멤버들은 끝에서 기다려주는데 이 때 내 앞에 간 상급자 분과 몇 마디를 나눌 수 있었다.
"원래 이 반은 이렇게 힘들어요? 이렇게 많이 돌라고 하세요?"
"오리발 없이 하니까 죽을 것 같아요. 속도가 안나서..."
"너무 힘들어요 x 20 그쵸?"
뒤 따라온 멤버를 기다릴 때마다 이 상급반 여성분이 나에게 하는 말이었는데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함박웃음으로, 생글생글 웃으면서 막 도착한 나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속으로 난 생각했다.
'저기요....난 너무 힘들어서 말이 안나와요....'
나도 그녀에게 웃어주며 대답하느라 꽤 괴로웠다. 나와 그녀가 이 지점에서도 확연한 실력차이가 나는 것이었다.
'수영을 잘함'이란, 자세도 있지만 속도와 체력에 달렸다는 것을 체감했다. 이제 막 접영 영법을 익히는 중이라 자유형과 배영정도는 '하기만 하면 된다' 정도 수준의 나에게 신선한 가르침이 되었다. 체력이 뒷받침 되려면 더 많은 주행을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