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어쩌다가 외식 마케터가 된 나는 벌써 7년차 마케터가 되었다. 어리바리한 인턴 시절과 뭣도 모르는 사원을 거쳐 어느새 대리가 된 것이다.
사원 당시 나는 한 마디로 (좋게 말하면) 당찼다. 겁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잘 몰라서 생긴 자신감이리라) 회의 시간에 상무님께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좋게 말하면) 배짱 있는 사원이었다. (누군가는 다르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회사를 다닌지 막 2년을 넘겼을 때 ‘브랜드 리뉴얼’이라는 큰 프로젝트를 맡았다. 지금 생각하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상무님께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그때는 사수도 없이 혼자 큰 프로젝트를 맡아 당혹스러웠다. 당연히 미숙했고 혼도 많이 났고 많이 울었다. 처음에는 나는 왜 이렇게 제대로 못할까 하는 자책이 밀려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제 회사 2년 다녔는데, 나한테 왜 이렇게 많은 걸 바라는 거야?’
‘실수할 수도 있지! 배우고 다음부터 안 하면 되지! 난 사원인데 당연히 모를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지!’
(이제야 밝히지만) 이것이 당시 당찰 수 있었던 나의 진짜 속마음이었다. 그 생각이 들자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겼다. 이 생각 덕분인지 (부담스럽고 무거웠던) 프로젝트를 무사히 해낼 수 있었고 그 뒤에도 속 편하게 회사를 다닐 수 있었다.
문제는 대리가 된 이후였다. 사원 때 해오던 나를 방어해준 변명들이 더 이상 통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실수할 수 도 있지, 모를 수도 있지’가 통하지 않는 연차였다. ‘사원’이기 때문에 괜찮았던 것은 더 이상 괜찮을 수 없었다. 더 잘해야 한다는 은근한 압박감과 불안감이 엄습했다.
회사 생활을 뒤돌아보니 뭔가 한 일을 많았는데 뭘 했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고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 불안감에 이것저것 강의도 듣고 책도 더 읽어보았지만 정리되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불안감은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7년 가까이 시간이 흐르니 예전 기억이 흐릿해지고 있었다. 또 기록하지 않으니 내가 어디까지 알고 얼마나 모르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의 좌충우돌했던 회사 생활을 정리하여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강화하고 싶었다. 어디에 글을 써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브런치를 알게 되었다. 브런치는 나를 한 번 더 성장하게 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아직 성공한 적이 없는 이름없는 마케터의 글을 누가 읽어줄까 하는 또 다른 걱정이 생겼지만, 모두가 시작부터 유명하진 않았으리라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앞으로 내가 회사 생활에서 작게나마 배운 일과 생각들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내가 아는 것을 기록하여 나누고, 배우고 있는 것들을 기록하며 더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