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마지막날, 석촌역 주변에 위치한 '정원이 있는 국민책방'에서 독서모임이 있었다. 장소 이름 그대로 품은 정원과 룸 등, 이곳은 최대 정원 10명으로 예약이 가능했다. 오랜만에 오는 분, 새로 오는 분들이 다수 계셔서 일부러 참석버튼을 누르지 않았지만, 궁금했던 공간이어서 오전 모임을 마치고 방문했다. 원래는 잠시 머물다가 근처 다른 카페 두 곳을 전전하다 귀가할 계획이었는데 이날 리더를 맡으신 분이 룸에 있는 피아노 의자가 있어 합석을 권해주셨다. 조금 있다가 옮길 생각을 하던 내가 왠지 냉큼 받아들였고, 결과적으로 그 권유가 감사했다. 원래 계획대로 했으면 의미 없고 쓸쓸한 시간이 됐을 것이다.
이날모임은 자유도서 모임이었다. 각자 다른 책을 가지고 와서 읽고 소개한다. 그때그때 들고오는 책은 사연을 담고 있다. 오늘날의 관심사이거나, 현재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공감이나 위로를 받으려고, 혹은 그저 취향에 따라서 책을 골라 오신다. 그렇게 2시간동안 서로의 세계가 티저 수준으로 공유된다. 출석율이 높은 사람일 수록 사적이고 집중적인 탐색없이도 자연스럽게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 물론 이 또한 타자인 나의 관심사나 가치관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날의 티저들은 모두 기록되지만, 2-3개만 남고 나머지는 휴지조각이 된다. 나는 모임마다 만나는 사람들을 스케치 하면서 별도로 나의 세계를 꾸밀 수 있다.
이날 오랜만에 오신 두 분, 새로 오신 세 분이 계셨다. 새로 온 분 중에는 지인분도 계셨다. 개인적으로 특별하게 이어진 인연인 데다, 고마운 분이셨는데 오랜만에 연락드린 때 마침 시간이 여유로워지셔서 참여를 권했다. 최근 모임에 지인분을 연속적으로 모셨는데, 나는 아무에게나 참여를 권하지 않는다. 그간 숱하게 독서모임 겪으면서, 드디어 오래 머무를 만한 곳으로 발견한 여기가 인사이트 노마드였고, 이런 곳을 원하는 분이자, 이곳 분위기에 어울릴 존중과 배려를 갖춘 분들에게만 권한다. 그래도 내심 만족스러우실지 조마조마했는데, 그분도 모임의 다른 분들도 만족하신 듯해서 다행이었다.
운영진의 한 사람이 되어서 그런지, 모임 오시는 분들의 니즈와 참여도에 대한 힌트를 찾게 된다. 특히 이날은 글쓰기와 모임 장소에 대한 니즈를 발견했다. 우리 모임 특성상 여러 곳을 다니는데, 모임 분들이 모두 거기에 맞춰 다니시진 않는다. 시간적인 이유도 있지만, 공간적인 이유도 있는 것이다. 일요일 오후를 어떻게 보낼지에 있어서 누군가에겐 그것이 중요하다.
장소가 참여도에 관한 것이라면 글쓰기는 자기 계발에 관한 것이다. 다 큰 성인들에게 강요할 리 없지만, 누군가 내가 과거에 겪은 바 있는 결핍을 느끼고 있다면 누구나 손 내밀고 싶어지지 않을까? 스스로가 글쓰기에 소질도, 흥미도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어떤 모임에서 단 5분만에 깨졌다. 이후 흥미를 가지고 계속 쓴다. 불과 1년전 내가 쓴 글도 유치하다 느낄 정도로 탁월하지 않을지언정 늘고는 있다. 그래서 환경을 만들어 볼 생각을 품었다. 다른 누구에게든 쓰기가 곁들여진 독서의 경험은 다른 차원으로의 도약이 될 것을 확신해서다.
당장 다가오는 주말에 첫 글쓰기 모임이 열린다. 최초의 토요일 모임이고, 앞으로도 (초대)모임장님의 실험과 개발 정신에 의해 다양성과 수용성에서 확장이 기대된다. 나 또한 내 기질대로 그 과정에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많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