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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우 Feb 05. 2020

바람부는 날

아델리펭귄 번식지에 눈 바람이 부는 날.

바람결에 캠프지까지 펭귄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런날엔 조사가 어려워 캠프지에서 쉬지만 마음이 편치않았다. 완전무장을 하고 펭귄번식지로 향했다.


알과 새끼를 품는 펭귄들은 모두 바람을 등지고 둥지에서 버티고 있었다. 바람방향이 바뀌면 펭귄들의 방향도 바꼈다. 피할곳없는 펭귄들은 추운 남극의 눈과 바람을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냈다. 가끔씩 기재기를 켜면 등에 쌓인 눈이 우수수 날렸다. 배고픈 새끼가 보채면 뱃속의 먹이를 토해 먹였다. 번식지 이곳저곳에서 바다에 나간 짝을 찾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새끼를 품지않는 펭귄들은 삼삼오오 모여 큰 바위뒤나 언덕아래서 센바람을 피했다.

바람이 불어도 펭귄들은 가만히 그리고 열심히 둥지를 지키고 바다를 오갔다. 나는 손가락이 얼어 서둘러 캠프지로 복귀했다. 캠프지를 한바퀴돌며 느슨해진 텐트끈을 당겨주고 건물에 들어갔다. 바람이 빨리 멈춰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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