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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혜 Aug 09. 2021

가을의 시작

입추

뜨거워서 죽을 거 같았던 여름이 언제 그랬냐는 듯 식었다.

아직도 낮에는 덥지만 한여름만큼은 아니다.

귀신같은 비염이 간지러움과 재채기로 바로 응답했다.

인터넷에는 -입추가 지났으나 한낮은 여름처럼 

뜨겁다- 기사가 쏟아졌지만 

내가 기억하는 계절부터 가을 낮은  뜨거웠다.


중고나라 사기를 당해 지쳐있던 내가 안쓰러웠는지

그가 ​에어컨을 사주었는데, 그것은 오자마자 무색해진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하루종일 종일 돌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이면에서는 묘하게 안도감이 들었다.


​어제 그와 밥을 먹고 나와 젤라또 가게에 갔다.

젤라또 안 한 지 오래되셨다고 한다. 파주 젤라또를 검색해 나온 그 블로그가 예전 거였나 보다.

괜히 죄송하다. 커피 두 잔을 사서 나왔다.

요즘 그런 실수를 자주 한다.

저번에는 2019년에 유효기간이 끝난 상품권을 잔액이 남아 있어 내밀었다. 부끄럽다.

괜히 미안하고 그런데..

이상하게 입에서 죄송하다는 말은 떨어지지 않는다.

회사에서 전화받으면 하는 말이 "죄송합니다"는 말이

기본이라서 그럴까? 실생활에서 죄송하다는 말을 하거나 해야지 생각만 하면 가슴에 어떤 덩어리가 생긴다.

그리고는 입술에 접착제를 바른 듯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밖에는 비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아주 잠깐 걸었는데 두 몸이 다 젖었다.

집에 돌아와 본 투비 블루를 봤다.

그를 배웅하며 차가워진 바람을 느꼈다.


'아침저녁으로 하루가 다르게 바람의 온도가 달라지는 게 느껴져.'


더운 낮에 대항하듯 두꺼운 니트를 입고 나가고 싶은 마음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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