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했지만, 선택한 건 아니었다

따뜻한 진료와 그렇지 못한 시스템

by 이지숲

입원을 하게 되었다.

아이는 열이 높았고,

나는 그저 빨리 나았으면 했다.


의사 선생님은 침착했고,

간호사 선생님들도 분주한 와중에

아이를 성의껏 돌봐주었다.

진료는 분명 좋았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처음 입원 수속을 밟을 때

설명은 있었지만,

무엇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빠르게 지나가는 절차 속에서

‘이해’보다 ‘진행’이 우선이었다.


다음날 “설명을 듣지 못했다”라고 말하자

돌아온 대답은 짧았다.

“설명드렸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말들.

“이건 비급여, 저것도 비급여,

그것도 비급여.”

선택은 없었고,

이미 결정된 이야기들뿐이었다.



2인실은 없다고 했다.

1인실을 써야 한다는 말뿐이었다.

대안도, 설명도 없었다.


하루 30만 원.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그런데 그 방엔

치워지지 않은 수건과

바닥에 남은 머리카락이 있었다.


불편했던 건

청소 상태가 아니라

그런 방을 아무 설명 없이 내어주는 방식이었다.



진료는 계속되었다.

아이에게 처치가 이어졌고,

모든 것이 빠르게 흘렀다.


설명은 짧았고,

절차는 설명보다 늘 먼저였다.

무언가를 물어보기도 전에

이미 지나가 있는 일들이 많았다.



그건 분명 내 선택이었다.

하지만, 암묵적인 선택이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인 건

정보를 충분히 받아서가 아니라,

그 순간 아이가 아프다는 사실 외엔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병원은 아이를 잘 돌봤다.

진료에 대한 고마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

‘부모의 절박함’이 너무 쉽게 처리되는 이 시스템을

정말 믿을 수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람은 따뜻했다.

시스템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 사이에서 신뢰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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