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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재의 사업가 Jun 01. 2021

요즘 고등학생들에게 전하는 글

수학강사 출신 선생님 피셜

[나의 고등학교 3년]

 나는 2000년대 학번으로 나름 기득권 입시제도에서 큰 변혁기를 거치느라 노고가 많았던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내가 고등학교 1학년이 되면서 7차 교육과정 1세대로 교과과정부터 대학 입학 제도가 전체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6차 교육과정까지는 수능시험 400점 만점으로 문/이과의 구분은 있으나 문과도 미분과 적분을 시험 봐야 했었고, 이과도 사화 탐구영역을 시험 봐야 했을 때다. 그러다 7차 교육과정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은 공통과정으로 수능시험 출제에 큰 영향을 못 미쳤고,

 고등학교 2학년 과정부터 문/이과의 구분과 함께 선택과목이라는 제도가 도입되어 가고 싶은 대학교에서 원하는 교과목을 선택해 시험 점수를 가지고 경쟁하는 방식으로 변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전례 없게도 수시모집 인원을 대폭 증가시키면서, 수시 1차(1학기), 수시 2-1차(9월 경), 수시 2-2차(10월 경)로 정시모집 전에 대부분의 학생이 갈 학교가 정해졌다. 나는 매우 운이 좋게도 수능을 15일 앞두고 당시에 목표로 했던 대학교에 합격할 수 있었다. 나름 길고 긴 과정이었다.

 내가 수험생 시절을 돌이켜보면, 실제로 수능시험공부를 했던 시간보다 고등학교 2년 동안 또 고등학교 3학년 1학기 동안 쌓아놨던 성적으로 대입전략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되돌이켜보면 비효율적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길게 보면, 수능시험으로 갈 수 있는 대학교도 많았고 정시모집에는 예비합격 제도라는 것이 있어 수시모집처럼 당락이 바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갈수록 줄어드는 인구, 갈수록 높아지는 대학 문턱]

 통계자료에 따르면, 내가 수험생활을 했던 2005학년도 수학능력시험 응시인원은 57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16년이 지난 지금 42만 명 정도가 수능시험에 응시한다는 통계자료를 보면, 점점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것, 대학입시에 대한 대체방안이 마련됐다고 추측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에서 대학입시를 빼놓고 사회진출을 논하기에는 여러 진입장벽이 있다. 그런데 점점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현재 고등학교 3학년(2002년생) 기준 49만 명으로 예상되는 수험생은 35만 명 수준이 아닐까 생각된다.

 희망적으로 갈수록 인구가 줄어들다 보니 경쟁이 완화될 것이라 생각하기에는 대학입시 수준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여실히 나타나는 구조라는 것이 매우 절망적이기도 하다. 교육의 질은 훨씬 고급화되어있고, 정보력에서는 부모의 능력이 곧 자식의 대학입시 결과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탄식이 새어 나온다. 이에 따라 각 대학들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입시를 치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피부에 와닿는 것은 크지 않다.









[나는 다 잘했는데, 왜 이럴까라는 생각]

 나도 고등학교 3학년 때 지금과 같은 고질적인 대한민국 입시제도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스스로를 위로했던 것 같다. 마치 "나는 열심히 공부했고, 공부를 매우 잘했던 우수한 학생이었으나, 부모님의 능력 탓(?)에 날개를 못 다는구나."라고 못난 탄식을 자아냈다. 아마 지금도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머릿속에 담고 있을지 모르겠다. 부디 없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당시에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고, 얼마나 잘했는가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밤잠 설쳐가며 독서실에 있던 것 같긴 하다. 그러나 그게 열심히 했다고 표현하기에는 나 스스로를 속이지 못하겠다. 그리고 잘했다고 하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다 보니, 누군가가 보기에는 잘했을지 모르지만, 나 스스로가 평가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고, 넘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은 부족했다. 나 스스로의 하기 싫었던 학업을 억지로 하면서 남 탓을 했던 것 같다. 그렇다 보니, 귀중한 시간은 계속 지나가고 그럴수록 나를 압박하는 감정은 심해졌다.

 지나고 나서 보니, 매우 경제적이지 못한 비생산적인 생각이다. 과연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살아가는 방식, 방법일까? 아니면 살면서 얻어야 할 결과물일까? 글쎄, 나는 잘 모르겠는 것이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결코 대학입시가 아니었다. 부자였지... 대학입시는 과거 우리 사회가 허용하는 부자의 테두리에 걸터앉게 하기 위해 등용문으로 여겨졌던 관문이었다. 그래서 대학입시가 중요했지만, 지금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우리는 지금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음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그런데 살아보니, 돈을 벌기 위해 학벌은 무조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틀린 말이기도 하다. 그 이유를 나는 이렇게 설명하고 싶다.

"보다 다양한 기회 부여"

 그 누구도 본인에게 어떤 일이 딱 들어맞는지 알지 못한다. 천직이라 여길만한 것을 찾으면 정말 운이 좋겠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내가 살면서 경험해볼 수 있는 직업이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살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매우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에게 더 잘 맞는 직업을 찾기 위해 대학입시를 거쳐, 사회진출을 하게 되면 선택의 폭이 조금은 더 넓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강단에 섰을 때 천직을 찾았으면 굳이 졸업까지 가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이 공부하는 것이고, 다음 학교를 진학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험 준비하는 것이지, 이 자체가 고귀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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