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멋

by 나단 Nathan 조형권

마흔 이전부터 ‘맛과 멋’을 알았다면 이 얘기는 넘어가도 좋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제부터 ‘맛과 멋’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예전 상사는 늘 자신의 ‘벨트’를 사람들 앞에서 자랑했다. 벨트라는 것으로 얼마나 멋을 낼 수 있는지 강조했다. 사람들에게도 좋은 벨트를 구매하라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사실 그 벨트가 그렇게 명품인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잘 어울려 보였다. 구두도 마찬가지다. 그 상사가 무대 위에서 발표를 할 때 구두는 늘 반짝였다. 뭔가 심상치 않은 구두였다.


멋진 벨트, 멋진 구두를 갖추는 것은 좋다. 나만의 스타일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너무 부담을 가질 필요 없다. 굳이 명품이 아니더라도 나에게 맞는 옷과 장신구로 멋을 내면 된다. 다만 허름한 옷과 장신구는 피해야 한다.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단정한 것이 좋다. 그것이 나와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 때문이다.

“외모를 단정하게 가꾸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마음의 표현이자, 자신의 가능성을 확장하기 위한 준비다.” - 《나는 저녁마다 삶의 방향을 잡는다》중에서


예전에 어떤 분은 꽤 소박한 스타일의 생김새를 갖고 있었는데, 온몸을 명품으로 치장했다. 값비싼 옷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그 분과는 잘 어울리지 않았다. 체형이나 얼굴에 맞는 좋은 옷도 있을 터였다. 명품 양복이라고, 모두에게 맞는 것은 아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수근 댈 정도였다. 다만 그 누구도 그분에게 사실을 이야기하지 못했다. 아마 그분은 지금도 잘 어울리지 않는 명품으로 치장을 하면서 다니고 있을 것 같다.




지금 내 옷장을 열어보자. 내가 갖고 있는 옷은 어떤가? 마음에 끌리지 않는 옷은 정리를 하고, 내가 좋아하는 옷만 남겨두자. 나 같은 경우는 파란색이나 검은색 계통의 옷이 많다. 왠지 모르게 파란색이나 검은색 옷을 입으면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그래서 집안에서 편하게 입는 옷도 하늘색 헐렁한 티셔츠, 바지는 회색의 까만색 점박이 옷이다. 이 옷을 입고 글을 쓰거나 연주를 한다. 왠지 이상하게 글이 잘 써지거나 연주가 잘 된다. 한 마디로 나에게는 ‘매직 옷’이다.


‘독서의 신’이라고 불리는 마쓰오카 세이고 씨도 마찬가지다. 이 분은 책의 종류에 따라서 옷을 바꿔 입는다고 할 정도다. 그만큼 옷과 책의 에너지를 잘 안배하는 분이다.

“저는 옷에도 상당히 신경을 씁니다. 집중해서 다독할 때는 옷도 갈아입습니다. 거친 질감의 스웨터를 입고 니체를 읽는 것과 와이셔츠에 벨트를 하고 니체를 읽는 것은 다릅니다.(웃음)” - 《독서의 신》중에서


나는 깔끔하고, 정갈한 느낌의 스타일이 좋다. 화려한 옷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소박하면서 느낌이 있는 옷이 좋다.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중용’의 맛을 느끼게 된다. 물론 중요한 자리에서는 정장을 입거나, 좀 더 신경을 쓰지만 평소 외출복은 편한 바지에 편한 티셔츠를 입고, 스니커즈를 신는다.


맛도 마찬가지다. 꼭 비싼 음식이 아니더라도 내가 즐기는 음식을 찾고, 거기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면 된다. 꼭 비싼 음식이 몸에 좋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과도한 칼로리 섭취가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는 음식뿐만 아니라, 맥주나 와인도 스스로 좋아하는 맛을 정리하고 있다. 맥주의 브랜드, 맛, 제조사, 용량, 가격 등을 정리해서 총점 5점으로 점수를 매긴다. 그렇게 하다 보면 제일 좋아하는 맥주가 무엇인지 알게 되고, 앞으로는 그 맥주 위주로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한 가지 맥주만 고집해서 마실 필요는 없다. 세상은 넓고, 맥주의 종류는 무한정 많다. 또한 맛을 보는 음주를 하다 보면 과음은 피하게 된다. 보통 500ml 기준으로 한, 두 캔 정도가 적당하다. 만약 술을 안 마신다면, 커피나 차에 대해서도 나만의 리스트를 만들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리스트를 만들고, 나만의 ‘맛’을 찾게 된다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할 수 있다. 같은 돈을 내고도, 훨씬 더 많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요새는 ‘두릅’에 꽂혔다. 두릅이라는 음식이 호불호가 엇갈리지만 건강에 아주 좋다. 특히 마흔 이후 당뇨병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두릅은 이렇게 먹는다. 소금을 넣은 물에 20~30초 동안 데치고 나서 초고추장에 찍어먹는다. 초고추장 맛과 더불어 두릅의 향도 같이 만끽할 수 있다. 건강과 맛,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셈이다. 가격은 아주 저렴하다. 맥주를 마실 때 좋은 안주도 된다. 몸에 안 좋은 술을 마시면서, 두릅이 조금이나마 완충역할을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적어도 육포나 오징어를 안주 삼아서 맥주를 마시는 것보다는 낫다.

멋을 낼 때도 중용의 도를 지키고, 맛도 중요의 도를 지킨다. 그것이 나만의 멋과 맛이다. 더군다나 마흔이 넘는다면, 자신만의 멋과 맛을 찾아야 한다. 남들이 멋있다고 해도, 맛있다고 해도, 그것은 나의 것이 아니다. 20대, 30대를 겪으면서 나에게 맞는 멋을 찾고, 맛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내 몸과 마음은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다. 귀 기울여서 들으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시도를 해야 한다. 호기심을 갖고 시도를 하지 않으면, 결코 그 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기록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