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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Jun 21. 2020

자기 이야기가 풍요로워야 행복한 존재가 된다.

카페에는 많은 사람들이 분주해 보인다. 커피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그리고 혼자서 컴퓨터로 무언가를 작업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나도 그 중의 한 명이다. 
 
우리는 멋진 카페에서 6,000원짜리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100만 원짜리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SNS를 검색하지만 이런 풍요로운 삶에 대해서 별로 감사하거나 행복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SNS 상에 비친 다른 이들의 행복한 모습이 반대로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 남들의 행복이 나에게 불행한 역설적인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전에는 옆집에 개똥이 아빠와 비교되던 것이 이제는 SNS 상에 전 세계의 모든 자상한 아빠들과 비교 된다. 이렇게 남들에 신경 쓰다 보니 내가 왠지 문제가 있는 것 같고, 초라해 보일 때도 있다.
 
세월이 지나면 회사에서는 어느덧 중견 관리자가 된다. 결혼을 했다면 아이들은 초등학생, 또는 중학생이다. 회사 생활은 최소 10년 ~ 20년 사이고, 회사와 가정을 쳇바퀴 돌 듯이 산다. 예전에는 내 일만 잘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밑에 직원들의 업무 능력도 향상시켜야 되고, 심성 관리도 잘해줘야 한다. 집에서는 아내와 아이들 사이를 중재해야 된다. 업무도 업무지만 인간관계도 종적, 횡적으로 넓어져서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다. 그러면서 삶은 단순해지고 행복을 느끼는 횟수는 줄어든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패션 디자이너인 가브리엘 샤넬(Gabrielle Chanel)은 “20대에 당신의 얼굴은 자연이 준 것이지만 50대 당신의 얼굴은 스스로 그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라고 말했다. 즉, 나이가 들수록 자신만의 가치(Value)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샤넬이 얘기하는 것처럼 나의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 그 동안 많은 방황을 해왔다. 학창 시절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점수에 집착하며 착한 아들이 되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대학생 때 소위 말하는 ‘삐딱선’을 타면서 전공과목 공부를 소홀히 하고 뮤지션이 되겠다고 부모님 속을 많이 썩혀드렸다. 하지만 그러한 것이 부모님의 인생이 아닌 내 인생을 찾기 위한 몸부림 중의 하나였다. 그 당시 방황으로 많이 힘들었고 부모님 뵐 면목도 없어서 가출도 생각했지만 세월이 지나고 나니 나의 즐거운 추억 중에 하나로 남았다. 


나는 여전히 훌륭한 아들, 남편, 아빠라고 할 수 없다. 내 멋대로 이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행복한 이기주의자다. 나는 피터 팬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상상의 네버랜드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하고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어떤 글을 쓸지 어떤 음악을 만들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감동적인 멜로 영화를 좋아하고, 중국 역사드라마 시청을 즐긴다. 비가 오는 날 카페에서 바깥 구경하면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토요일 출근했을 때 조용한 사무실이 좋다. 《삼국지》관련 책을 읽을 때는 책에다가 뽀뽀하고 싶을 정도로 좋아한다. 소위 ‘닭장’이라는 골프 연습장에서 골프공이 원하는 방향으로 쭉 나갈 때도 행복하다. 절에 가서 명상하거나 향냄새를 맡을 때도 좋고,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잔치 국수의 첫 맛도 너무 좋다. 주말에 아이가 옆에서 새근새근 자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아이들의 썰매를 빼앗고 썰매를 타는 것도 즐겁다. 
  
이런 식으로 자신이 행복한 순간들을 하나씩 적어보자. 앞장에서 언급한 ‘프리라이팅’이 그 중의 하나다. 지금 바로 적어보자.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좋다. 그것은 나만의 이야기가 된다. 외제차를 사거나, 비트 코인 가격이 오르거나, 주식이 오르면 기분이 좋다. 하지만 이런 기분은 행복이라기보다는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일시적인 쾌감일 뿐이다. 차를 사면 누가 내 차를 긁을 까봐 걱정이 되고 주식이나 비트 코인 가격이 오르면 당연히 떨어질 것을 걱정한다. 


우리의 인생은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 그 끝이 있기 때문에 현재가 더 소중하다. 특히 40대가 되면 죽음과 가까워진다. 아직 살날이 창창한데 무슨 소리냐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40대가 되면 주변이나 지인, 친척, 심지어 가족을 잃는 슬픔을 겪게 된다. 30대 초,중반에는 주로 결혼식장을 많이 다니는 데 30대 후반부터는 이전보다 검은색 넥타이를 더 많이 매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여러분은 어떤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가? 눈을 감고 상상해 보자. 침상에 누워있는 나의 마지막 모습을. 나는 가족에 둘러싸여 생을 마감하고 싶고, 그때 자식과 손주들에게 나의 마지막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이렇게 우리가 사는 인생은 자신들이 쓰는 각자의 소설 이야기다. 그 얘기가 비극이거나 코미디, 로맨틱할 수도 있다. 스토리는 우리의 손에 달려있다. 



《청소부 밥》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청소부 밥을 통해서 “배운 것을 전달하고 삶의 지혜를 후대에 물려주자”라고 했다. 나는 나만의 정신적인 유산을 후대 사람들에게 물려주고 싶고 그것이 메신저로서 ‘기브’의 마음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국의 축구 코치 린 홀(Lynn Hall)은 우리가 어떤 사람으로서 성장해야 될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나이가 들면서 변하는 게 아니다. 보다 자기다워지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고 어떤 인생을 선택할지는 온전히 우리의 책임이다. 구두쇠 스크루지의 일화처럼 저승사자가 어느 날 문득 찾아와서 미리 ‘인생 계산서’를 청구하는 행운은 우리에게 벌어지지 않는다. 


《결단》이라는 책에서 저자가 말한 바와 같이 우리는 남이 아닌 나를 믿고 인생을 살아야 한다. 우리의 ‘수호천사’는 바로 ‘나’자신이고 인생이라는 것 자체가 ‘공부의 과정’이다. 그 풍요로운 얘기는 내가 좋아하는 ‘지극히 짧고도 사소한 공부’를 통해서 이룰 수 있다.


어느 덧 날은 저물어 가고, 내가 아끼는 애플 맥북 노트북을 조심스럽게 닫고 나의 인생과 그것을 풍요롭게 해줄 공부가 무엇일지 다시 한 번 생각한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미소를 짓는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순간이 바로 나만의 행복한 자기 계발 공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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