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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Jun 20. 2020

품격이란, 늘 변화할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하는 것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헤어져” - 영화〈봄날은 간다〉
 
이 대사는 영화〈봄날은 간다〉에서 가장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상우(유지태 분)가 은수(이영애 분)에게 그녀의 사랑이 변했음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얘기하는데, 그녀는 냉정하게 대답한다. 많은 남성들이 그녀를 미워했지만 그녀도 사정이 있었다. 이혼녀인 은수는 결혼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결혼에 적극적인 상우가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우리는 영원한 사랑을 꿈꾸지만 사랑은 변한다. 고전평론가 고미숙 씨는 “어떻게 사랑이 안 변하니?”라고 바꿔서 주문을 외워야 한다고 한다. 사람의 감정은 끊임없이 변한다. 젊은 시절의 뜨거운 사랑이 따뜻하거나 심지어 차가운 사랑으로도 바뀔 수 있다. 그 변화는 어쩔 수 없다. 나의 사랑이 예전처럼 뜨겁지 않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사람은 변할 수밖에 없다. 365일, 8,760시간 매 순간 자신의 마음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그냥 있는 그대로 나의 마음의 변화를 받아들이면 된다. 


일본 만화로 우리나라에 농구 붐(Boom)을 일으키는 데 일조한 〈슬램덩크〉의 감독인 안 선생님은 어떤가? 젊은 시절 호랑이 감독으로 무서운 존재였지만 나이가 들면서 성격도 몸매도 넉넉한 소유자로 바뀌었다. 강백호가 턱을 마구 쳐도 가만히 ‘호호호’하고 웃는다. 이렇게 사람의 감정이나 태도는 바뀌고 우리의 품격도 바뀐다. 

 


그는 전통 재즈부터 시작해서, 쿨 재즈, 비밥, 퓨전 재즈 등 다양한 분야를 개척했다. 이미 뮤지션으로서 유명해져서 기존의 기반만 잘 살려도 충분히 편하고 안락한 삶을 살 수 있었는데도 끊임없이 변화고자 했다. 나도 개인적으로 그의 앨범을 다수 소유하고 있는데, 그의 초창기, 전성기, 말년기의 앨범이 너무 다르다. 마치 다른 사람이 연주한 것 같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재즈의 변화무쌍함을 최대한 이용해서 ‘영원한 재즈의 거장’으로 남았다. 그는 전설적인 재즈 트럼펫 연주자 마일즈 데이비스다. 

앞서 여러 차례 언급한 가수 밥 딜런도 마찬가지다. 1965년 공연 시 통기타 대신 일렉트로닉 기타를 들고 나와 포크 팬들로부터 변절자라는 지탄을 받았지만 포크록을 탄생시키는 혁신을 이뤘다. 이렇게 많은 거장들은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했다. 물론 그 길은 외롭고 험난하다.  
 

“ 33년 동안 나는 아침마다 거울을 보면서 나에게 물어봅니다. ‘만약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이라면, 내가 오늘 하려던 일을 하겠는가?’ 이에 대해 ‘아니오’라는 답변이 연이어 너무 많이 나온다면, 난 뭔가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스티브 잡스, 스탠포드 졸업식 연설 중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 졸업식 연설은 아주 유명하고 많은 이들에게 교훈을 남겼다. 물론 그가 엄청난 워커홀릭에 아주 터프한 상사였다 하더라도 그의 말을 우리가 새겨들을 필요는 있다. 그만큼 그는 자신의 일을 목숨보다 사랑했고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추구했다. 그가 지금도 생존해 있었다면 애플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라고 생각해 본다. 사람들은 무엇인가 더 혁신적인 제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라는 기대를 할 것이다. 그것이 자동차가 될 수 있고, 비행기, 우주선일 수도 있다. 애플의 아이콘은 ‘변화와 혁신’이다. 물론 최근에는 이러한 도전 정신이 안 보여서 다소 아쉬운 마음도 든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살고 있다. 착한 아들, 남편, 아빠로서 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삶의 끝에서 돌아봤을 때 이렇게 살아온 인생이 내가 원했던 모습이었는지는 다시 한번 질문해 보자. 스티브 잡스는 ‘남의 인생’이 아닌‘ 나의 인생’을 살라고 했다. 그것은 내 자신에 솔직하라는 것이다. 지금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지 물어야 된다. 만약 그 일이 아니라고 한다면 우리는 변해야 한다. 


나는 지금 현재 일에 대해서 100% 만족한다고 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내가 삶의 가치로 삼고 있는 ‘남과의 소통을 통한 기브의 정신’을 실현하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 반도체 마케터로서 세상과 소통하고, 내가 분석한 내용을 남들에게 공유하고 그것이 조그마한 빛이 되어서 다른 이들에게 안내서가 될 때 큰 보람을 느낀다. 물론 그 빛이 잘못된 길로 인도해서 비난을 받을 때도 있지만 말이다. 
 
변화를 위해서 이직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안에서도 변화를 꾀할 수 있다. ‘조그만 변화’도 종국에는 큰 변화가 된다. 나는 영업, 마케팅, IR팀 등 다양한 부서를 이동하면서 배운 나의 지식과 경험을 최대한 살리고, 기존의 틀에 얽매이는 생각을 안 하고 변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같은 일도 관점을 달리해서 보려고 한다. 나의 일을 30도, 60도, 90도의 각도에서 바라본다면 변화할 수 있다. 180도로 상대방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현재 업무뿐만 아니라 나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음악, 어학, 글쓰기, 명상 등을 공부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를 통해서 조금씩 바뀌는 나의 모습을 바라본다. 특히 글쓰기나 명상을 하다 보면 온전히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면서 내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지 아니면 어떤 고민거리가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즉, ‘마음의 거울’을 통해서 내 마음을 비춰 볼 수 있다. 
 
나는 지금 ‘마음의 거울’을 쳐다보고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지 질문을 하면 ‘예’라고 대답할 수 있다. 일도 힘들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지만 변하는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점점 더 성숙해지고 있다. ‘마음의 거울’에서 정말로 큰 변화를 해야 한다고 말해주면 그때는 〈결단〉이라는 책에서 나오는 ‘천범이’ 표범처럼 더 이상 우유부단하지 말고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한다. 
 
끊임없이 사랑이 변하는 사람은 문제가 있다. 그런 사람은 그냥 ‘카사노바’다.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모하는 사람들은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품격은 정해진 것이 아니고 세월이 지나면서 변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카멜레온 같이 내 자신을 변화시키고 나만의 품격을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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