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대 후반, 벌써 세 번째 퇴사였다. 대부분 정해진 경로였던 경력을 쌓아서 하는 이직이 아니었다. 미래 계획도 세우지 못했는데 퇴사라니, 정말 무모한 결정이었다.
인생은 정말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퇴사를 세 번이나, 그것도 1년 동안에 벌어진 일이라니... 상상도 못 했다. 쉬지 않고 새 직장에 적응하다가 퇴사하는 과정을 세 번이나 본 부모님은 나한테 쉬라고 하셨다. 한 달이든 6개월이든, 채용공고를 보거나 이력서 수정을 그만하라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일을 쉴 수가 없었다.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할까 봐 불안해서. 매일 새로운 채용공고를 찾고, 이력서를 수정하고, 면접도 준비했다. 공백이 꽤 있었지만, 다행히 좋은 상사를 만나 새로운 분야에 신입으로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취준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1차 서류 통과 후, 면접에서 항상 받았던 질문 때문이었다.
"저희는 회사 생활에 잘 적응할 사람이 필요한데, 이력서에는 1년 이상의 경력들이 없네요. 이유가 뭔가요?"
물론, 제일 첫 번째 퇴사했을 때는 죄책감을 많이 느꼈다.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해외 취업에 도전했던 '당당한 모습의 나'는 없어졌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같이 해외 취업을 도전했던 동료들에 비해서 나는 너무 나약한 사람 같았다. 그래서 귀국 후에 미친 듯이 취준 했다. 그리고 퇴사는 내 사전에 없을 거라 다짐까지 했었다.
하지만, 사람이 참 간사한다. 합격의 기쁨은 한순간이었고, 다시 시련을 겪었다. 주변에서는: "넌 어쩜 그렇게 열심히 준비해서 입사해 놓고, 또 퇴사하니.."라고 많이 했다. 그래서 면접에서 위 질문을 받았을 때, 설명할 방법을 몰라 두려웠다.
회사는 실력 좋고 오랫동안 회사에 작 적응할 사람을 뽑고 싶어 한다. 너무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면접이라는 그 짧은 몇십 분 동안,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 알 수 없는 제삼자가, 이력서만 보고 판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회사 입사를 위해 준비하고 공부했던 과정과 근무했던 이력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니깐.
너무 불안하지 않았으면 한다. 짧은 경력을 문제 삼지 않은 사람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면접을 많이 본 이후로 생각이 달라졌는데, 지원자가 부족해서 불합격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철학에 알맞은 지원자를 뽑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