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인이 이야기하는 포르투갈 -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1)
30대 후반, 동티모르에서 일하던 중 만난 포르투갈 사람과 가족을 꾸리고, 아들이 태어난 지 1년.
나의 새 가족은 한국, 포르투갈, 동티모르를 같이 접하면서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포르투갈에 대한 이런저런 호기심이 생겼는데,
최근들어 관광객이나 관심이 많이 늘고는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포르투갈이 한국에서 덜 알려진 나라라는 생각이 종종 든다. 아무래도 이웃 관광대국인 스페인이나 프랑스 대비, 규모도 작고, 한국에서 가는 직항편도 없다 보니, 보통은 스페인과 묶어서 들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라 자체가 작기도 작고, 서로에게 서로가 알려진 바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래서 그런가, 요즘 "비긴어게인2"에 포르투갈이 나와서 엄청 반갑게 보고 있다!)
나만 해도, 포르투갈 가족이 생기기 전에는 포르투갈 하면, "호날두, 에그타르트, 리스본" 정도였으니 말이다. 내가 만난 포르투갈 사람들도 한국 하면, "월드컵, 북한, 케이팝" 정도니, 제한적인 표제어 중심으로 희미하게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은 서로가 피차 비슷하다.
사실 "다른 나라"에 대해 몇 가지 표제어 중심으로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은 일반적이다. 그 표제어나 단편적인 지식의 개수가 좀 더 많으냐 적느냐의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여행을 하면, 아무래도 낯선 장소를 온몸으로, 온 감각으로 겪게 되기 때문에, "표제어" 보다는 좀 더 입체적으로 경험하고 인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만약 현지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이야기를 할 기회라도 생기면, 경험은 더 농밀해진다.
이 책은 내가 관심을 가지게 되고, 좋아하게 된 포르투갈에 대한,
"현지인과의 대화를 통해 포르투갈 엿보기"를 염두에 두고 기획했다.
포르투갈에 대한 가이드북, 인문교양서, 여행 에세이는, 다른 지역/나라 대비, 수가 많지는 않지만, 충분히 좋은 책들이 나와 있다.
내가 염두에 둔 것은, 포르투갈인이 직접 말하는 현재의 포르투갈, 아직 우리에게 덜 알려진 매력 넘치는 나라 포르투갈 곳곳을 현지인들에게 직접 듣는 경험이다. 보통 여행 관련 가이드나 에세이는, 여행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것 대비, 이 책은 현지인들과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현지 생활에 대해 “그들의 관점”으로 이야기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포르투갈인들이 직접 자기들의 나라, 고향, 도시, 생활, 가족과 친구들에 대해 수다 떨 듯이 친근하게 이야기해준다. “포르투갈판 알쓸신잡" 느낌이랄까?
외국인 여행자가 서울에 와서 4일을 머물며 경복궁 보고, 난타 공연 보고, 남대문 시장과 이태원에 가고, 국립중앙박물관을 보고,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산낙지에 놀라고, 명동에서 화장품 사고, 강남에서 싸이 말춤상 앞에서 사진 찍고 가는 것이 다가 아닌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경험들이 나쁘다, 얕다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사실상 제한된 시간과 예산으로, 낯선 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전형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대부분은 수도나 잘 알려진 관광지에만 머물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자의 시각은 낯선 곳에 대해 신선하고 흥미진진하기에, 현지인이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조금 더 현지의 사람들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 있다면, 여행자의 경험은 더욱 흥미진진해질 수 있다. 한국에 온 외국인 여행자가 한국에 사는 친구, 혹은 한국인 친구가 있다면, 광장시장 노천 포장마차에 앉아 막걸리를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일반적인 한국의 유행이며, 관광지 같은 이야기들을 하다가, 좀 더 분위기가 무르익는다면, 요즘 사람들의 삶과 생활, 생각, 한국인, 문화 등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부분을 담아내고자 했다 - 포르투갈에 가서, 리스본 하루 관광을 마치고, 야외 카페에 앉아 오늘 다녀본 사진들을 주욱 보면서, 와인도 한 잔 하면서, 한가롭게 주위 사람들을 둘러볼 때, 누군가 현지인 친구가 있다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들. 관광객들은 잘 모르지만, 현지인에게는 익숙한 이야기들. 현지 일상의 수다.
낯선 여행지에서 오고 가는 현지인들을 보며, 한 번쯤은 궁금해해봤을,
“여기 사람들은 어떻게 생활하나? 어디를 가고,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생각들을 하면서 살까?”하는 질문에 대해, 어느 정도 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전혀 모르고 떠나 마음껏 상상해 보는 것도 여행의 묘미다. 하지만 직접 현지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는 것은 나름대로 여행의 농도를 짙게 해 줄 것이다. 물론 꼭 여행이 아니더라도, 그냥 포르투갈이 궁금한 사람이 읽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