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시골 일기 27 - 동물
알비토Alvito는 포르투갈 남동부 알란테주 지역에 있는 인구 2천 명의 작은 마을이다. 이 지역은 인구밀도가 낮고 농축산업과 와인 생산이 활발한 곳이다. 차로 달리다 보면, 인가 대신 소와 양들, 올리브 나무, 코르크나무가 끝도 없이 보인다. 수도인 리스본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작고 평화로운 포르투갈 시골 마을인 알비토는 신랑인 알베르토의 고향이다. 동티모르, 한국, 포르투갈을 오고 가는 우리 가족의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자, 충만하고 천천한 삶이 흐르는 곳!
알비토 집에는 개, 고양이, 양, 닭, 돼지의 동물가족이 있는데, 그중 양이 제일 손이 많이 간다.
(이전 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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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먹이 주기나 건강 상태 살피기 등은 다 똑같지만, 양은 털도 깎아줘야 하고, 새끼가 때마다 태어나니 출산이며 새끼 돌봐주기도 이래 저래 손이 많이 간다. (그래도 새끼들의 탄생은 기쁜 일이긴 하다, 당연히!)
이번에도 갔더니, 양 가족이 수가 많이 늘었다. 동시다발적으로 새끼가 태어난 것!
첫 번째 새끼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 몇 개월 전인데, 순식간에 컸다.
신기한 건, 새끼들 중 까만 양 한 마리가 있다는 것.
영어에 black sheep (of the family)라는 표현이 있는데, 가족이나 그룹 내에서 다른 멤버들과 다른 사람, 그리고 여기서 확장해, 집안이나 조직의 골칫덩어리, 환영받지 못하는 애물단지를 가리킨다.
하지만 정작 실제의 블랙쉽은 다른 새끼양들과 똑같이 잘 먹고, 잘 어울린다.
신기하기는 하다 - 다 하얀 양들인데 어쩜 저렇게 딱 한 마리가 검게 태어날까? 열성 유전자의 발현이라고 하는데, 유독 한 마리만 그렇게 딱 표시가 나게 태어나는 걸까?
하여간 검은 양이건, 하얀 양이건 다들 귀여운 새끼양인 건 마찬가지.
정작 문제는 블랙쉽이 아닌, 다른 양!
아직 젖먹이 새끼양을 거느린 어미 양 한 마리의 젖꼭지 한쪽이 너무 심하게 부어서, 새끼가 젖을 잘 못 먹고 있다. 척 봐도 젖이 너무 크게 부어 있고, 새끼가 빨려고 할 때마다 어미가 피한다. 아마 너무 아파서 그런 것이리라.
해서 신랑과 시아버지가 치료 처치를 하기로 했다.
일단 어미 양을 몰아서, 우리 안에 가둔다. 새끼양은 무조건 어미 양 옆에 찰싹 붙어서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새끼 양도 자연스럽게 우리 안에 같이 들어온다. 그러면 기다란 갈고리 막대기 같은 것으로 어미 양의 발 한쪽을 잡아당겨 넘어뜨린 후 제압한다.
힘이 보통이 아니어서 제압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일단 눕혀진 후에는 아주 얌전하다.
사실 신랑의 말로는 어미 양의 얼굴이 무척 시원해하는 것 같았다며,
"매애애~ 제발 어떻게 좀 해 봐 봐~~매애애~"라는 얼굴이었단다. 나도 상당히 공감한다.
왜냐하면 이렇게 양을 눕힌 후에, 한 일은
- 일단 퉁퉁 불어 거의 땅에 닿을 지경이 된 젖을 다 짜낸다 (시아버지께서 거의 10분을 짜내셨음)
- 이후 감염 치료와 예방을 위한 항생제를 투약한다.
- 부드럽게 마사지를 해 준다
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미젖을 못 먹었던 새끼에게는 따로 우유를 준다.
양은 아니지만...
첫째 출산 후, 유두염 때문에 젖이 불고, 온 데가 아파서 한 일주일을 엄청 고생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퉁퉁 불은 젖을 짜내는 것만으로 얼마나 시원한 느낌일지, 감히 상상이 간다.
하여간 이 과정을 이틀하고 나니, 다행히 어미 양은 말끔히 나았다.
역시 모유 수유는 모든 엄마들에게 쉽지 않은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