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가족과 함께라면 지루할 틈 없는 하루

포르투갈 시골 일기 14 - 동물

by 마싸

알비토Alvito는 포르투갈 남동부 알란테주 지역에 있는 인구 2천 명의 작은 마을이다. 이 지역은 인구밀도가 낮고 농축산업과 와인 생산이 활발한 곳이다. 차로 달리다 보면, 인가 대신 소와 양들, 올리브 나무, 코르크나무가 끝도 없이 보인다. 수도인 리스본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작고 평화로운 포르투갈 시골 마을인 알비토는 신랑인 알베르토의 고향이다. 동티모르, 한국, 포르투갈을 오고 가는 우리 가족의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자, 충만하고 천천한 삶이 흐르는 곳!



알비토 집에는 개, 고양이, 양, 닭, 돼지의 동물가족이 있는데,

(이전 글 참조)

https://brunch.co.kr/@njj0772/21


기본적으로 먹이 주기, 건강 상태 살피기, 달걀 꺼내기, 털 깎아주기 (양) 등과 같은 정기적인 일도 있지만, 항상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서 생활에 활력?! 을 더해준다.

어느 날 아침엔, 알베르토가 보배를 안고 닭장 문을 조심스레 여는데,

그 틈을 노린 암탉 한 마리가 잽싸게 밖으로 나와, 오전 내 탈출 닭을 검거하느라 땀을 쏟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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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닭은 굉장히 여유 있는 포스로 설렁설렁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은데...

뒤를 쫓는 알베르토가 나무 주위를 뛰어다니고

아슬아슬하게 꼬리까지 잡았다가

마침내 닭장 문 앞까지 몰았지만

실패... 어찌나 요리조리 잘 도망치는지!

"저녁때까지 그냥 돌아다니게 두다가, 저녁 먹이 시간이 되어 닭장으로 돌아오면 잡아야겠어"

라는 게, 땀을 잔뜩 흘린 신랑의 체념 결론.



한편 양들은 무척 많이 먹어서, 아침마다 먹이를 챙겨주시는 시아버님께서 일이 많다.

그리고 1년에 한 번, 털을 깎아 줘야 하는데 옆에서 보니 보통 일이 아닌 듯!

매년 여름이 시작될 무렵, 1년 내 자란 양털을 싹 밀어주는데, 인근 지역에서 양털 깎기 전문가?! 분을 섭외, 양털을 깎는다. 힘도 필요하고, 기술도 필요하고, 경험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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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서 긴장한 채로 기다리고 있는 양들을 한 마리씩 끌고 나오는데, 다들 덩치며 힘이 보통이 아니다.

바둥거리는 양의 뒷다리를 턱 하니 잡고 나와 만세 포즈로 고정한다. 일단 그 자세가 되면, 양들도 바둥거리는 것을 멈추고 (약간 체념한 듯), 얌전히 전문가 손에 털을 맡긴다. 이후에는 일사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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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가다 중간에 양들이 바둥거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비교적 수월하게 털을 깎는다.

하지만 양을 계속 제압해야 하고, 상처 나지 않게 꼼꼼하게 제대로 잘 깎아줘야 하는 일이어서 힘과 기술이 필요하다. 게다가 털을 깎으면서, 그동안 자란 털에 덮여, 드러나지 않았던 양의 몸에 있는 생채기나 감염 등의 흔적도 다 살피고 그 자리에서 필요한 약을 바르는 등의 조치도 취해야 하니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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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분 후, 시원하게 가뿐한 몸이 된 양들은, 매매 소리를 내면서 풀밭으로!


그런가 하면, 설레는 새 생명 탄생의 순간도 있다!

1511012305288.jpg 2017년 11월 중순 태어난 새끼. 어미양이 무척 경계해서, 멀리서 당겨 찍었다.

제법 몸이 무거워 보이는 데, 새끼를 가졌나 싶은 암양들을 눈여겨보다가, 까먹을 때쯤엔 새끼양이 어느새! 엄마 옆에 찰싹 붙어서 매매 거리면서 따라다니는데 무척 귀엽다. 보통은 아무 일 없이 잘 태어나는데, 알베르토가 젊었을 적 언젠가 한 번, 엄마 양이 출산 도중 죽어서 갓 태어난 새끼양을 돌봐야 했던 적이 있다고.

"어떻게 돌봤는데?" 했더니,

"보배 신생아 때랑 비슷해. 3~4시간마다 우유를 줘야 했지. 새끼지만 덩치가 있으니, 먹는 양도 엄청나고, 빠는 힘도 엄청났어. 자다가 일어나서 졸면서 우유를 줬지."

"어머나~ 그래도 그 새끼양은 엄청 따랐겠다. 엄마라고 생각했을 거 아냐."

"그럼~ 내가 어디 갈 때마다 졸졸 따라다녔어. 무척 귀엽고 사랑스러웠어. 나도 예뻐하면서 잘 돌봐줬지."

"그랬겠다."

"내가 이름도 붙여줬지, 슈파디냐Xupadinha라고."

"귀엽다. 그게 무슨 뜻인데?"

"음... 작은 양고기 스튜라는 뜻이야. 엔수파두 드 보레구Ensopado de borrego라고, 양고기와 감자를 주로 만든 스튜 같은 요리가 있거든. 정말 맛있어. 거기서 따서, 엔수파디냐Ensopadinha라고 부르다가, 더 줄여서 슈파디냐Xupadinha라고 불렀지."

"허걱! 너무한 거 아냐?! 양한테 양고기 스튜야~ 라니!"

"아하하하하. 왜?! 시골생활은 그런 거야. 슈파디냐는 정말 사랑받고, 잘 먹고, 잘 뛰어놀고, 행복하게 잘 살았어. 평생을 좁은 우리에 갇혀 항생제니 뭐니 맞으면서 고기만을 위해 키워지지 않았다고. 이 공기 좋고 넓은 목초지에서 잘 살았어. 봐서 알겠지만, 우리 가족은 슈파디냐는 물론이고, 다른 가축들을 다 예뻐하고 소중히 돌봐. 하지만 시골에서 가축은 가축이야. 우리 가족이 잘 키워서, 나중에는 감사하면서 잘 먹거나, 아니면 파는 거지."


흠...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다. 비인간적이고, 비동물적인, 더 빠르고 더 많은 생산만을 위해 환경과 동물을 모두 해롭게 하는 대규모 상업-공장식 축산을 아직까진 이곳에서 보지 못했다. 소와 양들은 넓은 목초지에서 한가롭고 자유롭게 본능에 따라 먹고 돌아다닌다. 그리고 사람은 정성스럽게 가축을 먹이고 잘 돌보고, 때가 되면 그 가축으로 나와 내 가족을 먹인다.


가축이 아닌, 개와 고양이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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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787511118.jpg 항상 우리 가족 주위를 어른거리는 개와 고양이들. 심지어 밤엔 굳이 자기네집을 놔두고, 집 앞에 세워놓은 보배 유모차안으로 기어 들어가서 잔다!


개들은 너무 발랄한 것만 빼면 괜찮고 (그래도 아기랑 같이 있을 땐 항상 옆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한다),

고양이들은 무심한 듯 개냥이어서 다 괜찮으나 (보배랑도 잘 노는데, 그래도 역시 옆에서 잘 봐야 한다)

항상 사냥 본능이 충만하니 주의해야 한다.


20180626_142357.jpg 시어머님의 애완조를 호시탐탐 노리는 줄리. 정원에 날아드는 야생새를 곧잘 사냥하는데, 어쩌다 딱 한 번 꽤 높은 곳 새장 속의 애완조 사냥에도 성공! 가족들이 다 놀랐다.


개들과 고양이들과 같이 산책을 가면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사실... 우리가 산책을 나서면 키카는 항상 따라오고, 고양이들은 그날그날따라 기분 내키는 녀석들이 따라온다), 무척 흥미진진하다. 개들과 고양이들이 들판의 냄새나 동물의 냄새를 맡고, 토끼나 새를 쫓는 것을 보는 것도 재밌고, 어디선가 쥐 시체나 뱀 껍질 같은 것을 물고 와서 신나 하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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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일 좋은 것은, 동물들과 보배가 같이 어울리는 것을 보는 것이다.

귀여운 것은 둘째 치고, 어른과는 좀 다른 느낌으로 어울리고 소통? 하는 아기와 동물을 보는 것은 나름 경이롭다. 이러니 자연 속에서, 동물과 식물과 더불어 아이를 키우는 것이 좋다고들 하는구나를 새삼 느끼게 되는 알비토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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