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가족, 떠남과 만남

포르투갈 시골 일기 26 - 동물

by 마싸

알비토Alvito는 포르투갈 남동부 알란테주 지역에 있는 인구 2천 명의 작은 마을이다. 이 지역은 인구밀도가 낮고 농축산업과 와인 생산이 활발한 곳이다. 차로 달리다 보면, 인가 대신 소와 양들, 올리브 나무, 코르크나무가 끝도 없이 보인다. 수도인 리스본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작고 평화로운 포르투갈 시골 마을인 알비토는 신랑인 알베르토의 고향이다. 동티모르, 한국, 포르투갈을 오고 가는 우리 가족의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자, 충만하고 천천한 삶이 흐르는 곳!



알비토 집에는 개, 고양이, 양, 닭, 돼지의 동물가족이 있는데,

(이전 글 참조)

https://brunch.co.kr/@njj0772/33

평소에는 우리 시부모님께서 돌봐주신다.

넓고 탁 트인 공간에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사랑받으면서 사는 동물 가족들로,

이들 때문에 알비토에 갈 때마다 슬플 때도 있고, 숙연할 때도 있고, 기쁠 때도 있다 - 생명이니깐 죽음도 있고, 탄생과 성장과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갔더니,

제카도 죽고

(노령에 의한 자연사. 사람으로 치자면 90 몇 세까지 꽉 채워서 장수한 셈. 마지막까지 편안하게 있다가 갔단다)

키카도 죽고

(안타깝게도 사고사. 혼자 밤에 우리를 탈출해서 마실을 갔다가 차에 치였단다. 제카는 우리를 탈출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키카는 무슨 수로 탈출을 한 걸까?!),

고양이 3마리 중 한 마리도 죽었단다.

(노령에 의한 자연사)


제카의 죽음 자체는 슬프지만, 건강장수 후 편안하게 간 것이어서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고,

키카의 죽음은 충격과 안타까움!

2번 고양이의 죽음 역시, 건강장수 후의 떠남이어서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게다가 그간 알비토 집을 거쳐간 고양이들은 죽을 때가 되면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져서 모습을 감추기 때문에, 떠나보내는 사람 입장에서도 왠지 여행을 떠나보낸 것 같은 마음이 좀 있다.

아주아주 넓은 목초지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우리에 두고 키우는 개들과는 달리, 알비토 집 고양이들은 자유롭게 과수원, 목초지, 텃밭을 오고 가면서 지낸다. 창고에 아늑한 거처가 있긴 하지만, 낮잠 잘 때나 있으려나, 어디에서 무얼 하는지는 순전히 고양이들 마음이다. 매일 아침 문 앞에 와서 울면서 아는 척하고, 산책할 때도 따라나서고, 잔디밭서 낮잠도 같이 자고, 밤에 별을 보러 나오면 슬그머니 다가와 다리를 비비곤 하지만, 고양이들은 기본적으로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자기가 정한다 -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할지는 철저히 고양이들의 자유!

해서 안 보인다 싶으면 "아, 무지개다리를 건넜나 보다"라고 짐작만 할 뿐이다. 신랑 말로는 자기네들만 아는 곳에 가서 조용히 죽는다나...


참, 이번에 우리가 있는 동안, 2번 고양이에 이어, 1번 고양이도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역시 직접 죽음을 목격한 건 아니고, 홀연히 사라진 채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뿐이지만.

하지만 사라지기 전 날, 신랑과 이야기를 했었다.

"엄마 고양이 말이야 (1번 고양이는 제일 나이가 많은 고양이로, 2번과 3번 고양이의 엄마 고양이다), 오늘따라 유달리 친근한데?"

"원래 제일 사근사근하잖아. 항상 가족들에게 와서 아는 척도 제일 많이 하고"

"응, 근데 오늘은 정말 계속 따라오고 비비고 그러네.

아유, 근데 엄마 고양이 엄청 나이 먹긴 했다. 여기 만져봐 봐. 원래도 이렇게 뼈가 만져졌었나? 보기엔 비슷한데 말야. 마른 느낌이 확 나네!"

그렇게 유난히 다정스럽게 굴던 날 다음날부터 주욱 보이지 않았다.

자기가 정한 어느 곳에선가 조용히 떠났으리라 생각한다.

IMG_0227.JPG 떠나기 전 유난히 더 다정하게 굴던 1번 고양이.



자연사와 사고사에 이어, 대규모 학살?! 도 있었다!

닭장 속의 닭들이 수탉 한 마리를 빼고는 전멸한 것.

수탉 한 마리와 암탉 몇십 마리가 있었는데, 하룻밤에 웬 야생짐승에게 당했단다!

들개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야생짐승일 것이라는 것이 시부모님의 말. (가끔 그런 일들이 있단다)

목이 죄다 물어 뜯겨 있었다고!

닭장은 꽤 안전하고 견고한데, 어디서 어떻게 들어왔을까? 수탉은 어떻게 혼자만 살아남았을까? 어떤 짐승의 소행일까? 등등을 생각해봤지만, 오리무중...

새로운 닭들은 여름이 지나고 나면, 다시 들어올 거라는데 그때까진 수탉 한 마리만 외롭게 닭장을 지켜야 한다. 외로워서 그런 것인지, 트라우마 때문인지, 부쩍 예민해졌다.

한 날은 밤에 너무 푸드덕대면서 우는 소리가 들리기에 신랑이 나가봤더니, 닭장 밖으로 쪼르륵 빠져나가는 고슴도치 한 마리가 보였단다. 아마 닭 모이통의 낟알을 훔쳐 먹으러 온 고슴도치였을 것이라는 게 신랑의 설명. 먹이를 조금 훔쳐 먹을 뿐, 너를 해칠 수는 없단다라고 얘기해주고 들어왔다나.

알아들었는지, 포기했는지, 어쨌거나 조용해지긴 했다.

20190722_083529.jpg 당분간 혼자 있어야 하는 수탉


막내 시동생 루이스의 지인 부부가, 너무 커지는 바람에 잠시 보내서 맡기로 한 안나 클레타는 그야말로 폭풍성장!

작년의 그 귀여운 꼬마돼지 안나 클레타는 어딜 가고,

토실토실 복스러운 돼지가 한 마리 꿀꿀대면서 반겨주는데 깜짝 놀랐다.

너무 잘 먹고, 너무 잘 지내서 무척 복스럽게 살이 쪘다.

1563956668813.jpg 작년의 2.3배는 커진 안나 클레타.


새로운 동물 가족은 1살짜리 테레코.

1살이지만, 내 허리 조금 아래까지 오는 큰 개다. 보배 키 만하다.

루이스가 기르는 데, 잘생기고 잘 짖는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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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동물 가족도, 새로 온 동물 가족도, 모두 모두 반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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