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시골 일기 05 - 일상
알비토Alvito는 포르투갈 남동부 알란테주 지역에 있는 인구 2천 명의 작은 마을이다. 이 지역은 인구밀도가 낮고 농축산업과 와인 생산이 활발한 곳이다. 차로 달리다 보면, 인가 대신 소와 양들, 올리브 나무, 코르크나무가 끝도 없이 보인다.
수도인 리스본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작고 평화로운 포르투갈 시골 마을인 알비토는 신랑인 알베르토의 고향이다. 동티모르, 한국, 포르투갈을 오고 가는 우리 가족의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자, 충만하고 천천한 삶이 흐르는 곳!
토요일 아침, 조그만 마을 알비토의 중심은 꽤나 활기차다. 매주 1회, 주간 장터가 서는 때이기 때문이다.
알비토 뿐만 아니라 포르투갈의 여느 시골 마을들도 으레 토요일 오전에 장이 열린다.
시장은 점포가 10개 남짓의 매우 조그만 장소인데, 평소에는 닫혀 있다가 토요일 오전에만 문을 연다.
제철의 신선한 채소와 과일, 허브가 주이고, 생선과 고기, 치즈도 판다.
무척 소박하고 특별한 것은 없지만, 일주일치 필요한 기본 식재료 대부분을 사기엔 부족함이 없다.
토요일 오전은 모든 마을 사람들이 시장 근처에서 만나고 인사를 주고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주 토요 시장에 알베르토와 같이 가면, 과장 조금 보태서 마주치는 사람의 83%와 서로 인사를 주고받는다.
그냥 "봉 디아"라고 일상적인 인사를 주고받는 게 아니라,
"어, 알베르토! 잘 지내나?"
"아, OOO 씨! 잘 지내셨어요? OOO는 어때요? OOO는 아직 리스본 있나요?"
등등, 뭔가 서로를 오랫동안 알고 있는 사이에서 가능한 대화가 오고 간다.
"저분 알아?"라고 속닥거리면,
"응, 저분은
우리 아버지의 친구분인데... /
십몇 년 전 우리 이웃집 사셨던 분의 친척인데... /
옛날 우리 남동생과 잠깐 데이트했던 여자분인데.../
옛날 동사무소서 일하셨던 분이신데... "
(이하 이 분들에 대한 설명과, 과거의 에피소드가 줄줄~)
라고 막힘없이 나온다.
이렇게 이 분들과 인사와 안부를 주고받다 보면 토요일 오전이 순식간에 흘러가고,
시장 앞 도서관에 들러 보배 책을 빌리고,
또 그 바로 옆 카페에 들러 커피와 간식을 먹고 나면 어느새 점심때가 된다.
매주 1회 주간 장날 외, 매월 1회 월간 장날도 있다.
"월간 장날은 뭘 파는데?"라고 신랑에게 물어보니,
"옷이랑 신발도 팔고, 그리고 농사꾼들이나 목동이 필요한 물품, 가정용품, 잡화, 꿀이나 마늘, 기타 먹을 것 등등을 팔지. 시골에는 노인 인구가 많으니, 장을 보러 주변 큰 도시에 나가는 것도 쉽지 않을 때가 있어. 그런데 월간 장날에 가면 웬만한 필요한 것은 살 수 있지"란다.
일종의 소규모 보부상 장터인 셈!
구경할 거리가 아주 많지는 않지만, 신랑 말대로 나름 필요한 것들은 다 있다.
목동들이나 사냥꾼, 농부들이 들고 다녔다는 휴대용 뿔 용기도 있고 (안이 비어서 올리브라든지 이런저런 것들을 넣어 다녔다고),
코르크로 만든 물 뜨는 주걱도 있고,
소나 양 목에 매다는 방울도 다양한 모양과 크기별로 판다.
이 방울들은 실제로 많이 사용하는데, 목동이 가축을 찾기 쉬울뿐더러, 가축들이 서로 놓치지 않는 역할도 하고, 천적들에게 경고의 소리를 내는 역할도 한다고 - 집에 있으면 해가 질 무렵에 멀리서 양 떼 방울 소리가 간간히 들리는데, 얼마나 좋고 평화로운지 모른다.
여긴 알비토보다 훨씬 더 큰 마을 콰르테이라Quarteira의 월간 장터.
(알비토 인구가 2천 정도이고, 콰르테이라가 2만 정도이니 알비토에 비하면 무척 크다!)
돼지비계도 보이고 (요리에 많이 쓰인다),
포르투갈의 소울푸드 바까야우Bacalhau도* 보이고,
각종 소시지와 햄도 보인다.
(* 바까야우Bacalhau - 염장건조대구. 집집마다 바까야우 레시피가 있다고 할 정도로, 포르투갈에서 많이 먹는 식재료이다. 먹기 하루나 이틀 전에, 미리 물에 담가 소금기를 뺀 후 조리한다. 굽고, 찌고, 볶고, 지지고, 다지고 등등 다양한 조리법으로 요리한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도 팔고,
(사람 머리만 한 토마토는 좀 무섭다...)
포르투갈 각지에서 온 치즈도 종류별, 크기별로 팔고,
텃밭에 쓸 채소며 허브의 모종도 팔고,
각종 화분과 꽃도 판다.
사진엔 나오지 않았지만, 닭, 오리, 애완용 새도 판다. 돼지도 한 번 본 적 있다.
북적북적하는 장터를 지나다 보면,
장터 단골손님들이신지, 상인들이신지,
이렇게 좁은 테이블을 놓고 앉아서 구운 정어리와 와인을 나누는 정겨운 풍경도 있다.
우리 가족과 시댁 식구들은 토요 장터도 이용하고, 월간 장터도 이용하고, 근처 (차로 5분 거리) 큰 슈퍼마켓도 이용한다. 기저귀, 분유, 휴지, 세제, 와인 등등 생필품은 역시 슈퍼에서 사고, 슈퍼 간 김에 신선 식재료를 사 오기도 한다. 또 빵은 빵집에서, 와인은 협동조합에서, 치즈나 고기는 이웃들에게서 직접 살 때도 있다.
하지만 토요 장터는 꽤 편리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장을 볼 수 있을뿐더러, 알비토같은 시골 마을에서는 "매주 사교의 장"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다. 월간 장터도 마찬가지!
게다가 직접 들고 와야하니 (마을의 광장이나 장터에서 열리기 때문에 차를 타지 않고 걸어간다), 필요한 것만 필요한 만큼 사게 되는 측면도 있다. 어차피 다음주에 또 사면 되니, 굳이 많이 사놓을 필요도 없다.
한국의 편리하고 재미난 온라인 쇼핑이 아쉬울 때도 많지만,
복닥 복닥 하면서 매번 조금씩 달라지는 제철 식품도 구경하고, 냄새도 맡고, 아는 사람들과 인사하는 재미가 있는 시골 장터의 매력도 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