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마을 문화생활

포르투갈 시골 일기 20 - 일상

by 마싸

알비토Alvito는 포르투갈 남동부 알란테주 지역에 있는 인구 2천 명의 작은 마을이다. 이 지역은 인구밀도가 낮고 농축산업과 와인 생산이 활발한 곳이다. 차로 달리다 보면, 인가 대신 소와 양들, 올리브 나무, 코르크나무가 끝도 없이 보인다. 수도인 리스본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작고 평화로운 포르투갈 시골 마을인 알비토는 신랑인 알베르토의 고향이다. 동티모르, 한국, 포르투갈을 오고 가는 우리 가족의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자, 충만하고 천천한 삶이 흐르는 곳!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라고 생활한 사람으로서 (시골은 책으로 배운 케이스!) 시골 생활을 하기 전, 한 걱정들이 몇 개 있었다

- 벌레가 많으면 어떡하지? 큰 벌레가 나오면 어떡하지?

(걱정만큼 많거나 크지 않았다)

- 쥐가 나오면 어떡하지?

(고양이가 알아서 잡아주더라 - 쥐의 사체 일부분이 가끔 눈에 뜨일 뿐...)

- 심심하면 어떡하지? 지루하면 어떡하지?

(네버! 할 일들이 차고 넘친다. 변화무쌍한 자연과 새로운 일들이 항상 기다리고 있다!)

- 문화생활은 전혀 못하겠지?

(오~~ 나름 문화생활이 있어!)


문화생활은 아기자기 소소한 듯, 생각보다 다양했다.

알비토와 옆 마을 (빌라 노바 다 바로니아 Vila Nova da Baronia)에서는 함께 매월 조그만 '문화 일정'Agenda Cultural 이 발행된다. 양면 펼친 크기가 A4 크기만 한 20페이지 내외의 안내서로, 마을 행정사무소, 시장, 가게, 카페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말 그대로 각종 문화행사가 소개되는데, 계절별, 월별로 다양하고, 문학, 연극, 음악, 요리, 축제 등 분야별로 다양하다.


예를 들어, 2018년 6~7월 일정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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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0일에는 인근 일대의 전통 합창단들의 모임과 공연이 있다.

깐트 알란테자누 Cante Alentejano (알란테주 노래)는,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알란테주 지역의 전통 민속 음악인데, 무반주 합창으로 농사나 축하할 일이 있을 때 부르던 노래에서 시작되었다고. 지금은 참여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전체적으로 연령대가 높아졌다. 하지만 각 지역의 합창단들이 정기적으로 이렇게들 모여서 모임도 하고, 노래도 하고, 음식과 와인을 함께 나누기도 한다.

20180630_184719.jpg 마을 광장에서 열린 합창단 모임-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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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에는 노인대학 (학기) 종료식이 있는데, 학생분들께서 같이 뮤지컬-연극 공연을 하신다. 노인대학에서는 주로 철학, 문학 등 인문학 일반을 함께 공부한단다.


7월 6일에는 퍼레이드가 있다.

가톨릭 국가인 포르투갈에서는 기념하는 성인 성녀가 많은데, 이 중에서도 특히 인기 있는 분들이 있다고. (예를 들어, 수도인 리스본은 안토니오 성인, 포르투는 요한 성인São João 이 도시의 수호성인이자 인기 성인이다. 해당 성인의 기념일은 도시의 큰 축제이기도 하다) 이런 기념일을 맞이하여 보통 퍼레이드를 하고 축제를 즐긴다. 물론 리스본이나 포르투만큼의 규모는 절대 아니지만, 마을 주민들이 함께 만나고 즐기는 자리이다.


7월 13~15일에는 옆 마을에서 1년에 한 번 있는 축제가 있네.

알비토에도 1년에 한 번 축제 겸 장터가 있는데, 얼추 비슷하다는 게 신랑의 설명 - 각종 지역 특산물을 팔고, 놀이기구도 타고, 밤에는 청년들의 파티도 있고, 민속춤이며 노래도 공연하고 등등, 소소하지만 다양한 활동들이 펼쳐진다.

* 알비토 축제-장터는 이전 포스팅 참조

https://brunch.co.kr/@njj077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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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기간 중에는 "여름 안주와 디저트 경연대회"도 있네 - 벌써 5회째. "참여하세요 - 1등 200유로, 2등 150유로 상금"으로 대대적인?! 홍보도 하고 있다.

노래 경연대회도 있다. 가라오케라고 쓰인 것으로 봐선 노래방 기계 반주에 맞춰 노래 부르기 경연인 듯. 1등 상금이 250유로로, 안주&디저트 경연대회보다 많다.


21일에는 알비토 고성에서 오케스트라 연주회가 있고, 26일에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자 손녀 산책" 행사가 있다. 말 그대로 마을 광장과 중심가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자 손녀들이 함께 나와서 걷고 뛰어놀고 하는 시간이다.

이 외 도서관에서 "이번 달의 작가"와의 만남도 있고, 아이들 대상 스토리텔링도 있고, 매월 열리는 장터 안내도 있다.


뭐가 다양하긴 한데, 과연 사람들이 참여를 할까??? 싶었는데...

한다!


물론 참여인원이 항상 많거나 활발하지만은 않다. 그리고 당연히 대도시에서 즐길 수 있는 것만큼 화려하거나 근사하지도 않다. 무척 소박하고 "별 거창한 것"이 아니다.

작은 행사라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소박하게 즐기면 그걸로 충분하다 - 작년 겨울, 마을 성당에서 열렸던 교회음악과 클래식 콘서트에 시어머니와 둘이 갔더랬다. 쌀쌀한 날씨에, 밤 10시에 열렸기에 (마을 성당은 13~14세기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로 천장이 높고 통풍이 잘 된다 - 즉슨, 아주 아주 춥다!) 마을 주민 10명 남짓한 사람만 앉아 있어서, 정말 콘서트를 할 건지 걱정했었다.

웬 걸?!

외지? 에서 오신 현악 4중주와 테너 1인, 소프라노 1인이 들려준 콘서트는 매우 아름답고 훌륭했다 - 높은 천장, 빈 공간이 훌륭한 콘서트홀이 되어주고, 오래된 성당이 빚어내는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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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행사 일정은 마을 내,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쉽게 볼 수 있고, 나름 화젯거리가 된다. 그리고 각자 관심사나 각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다.

시부모님께서는 노인대학 연극을 보러 가시고, 시동생네는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보러 간다. 축제나 퍼레이드는 모든 연령대가 나름 즐길 수 있다 - 아이들은 놀이기구와 군것질에 신이 나고, 청년들은 새벽까지 이어지는 디제잉과 클럽 나이트를 즐기고, 그 윗 세대들은 마을 축제를 맞아 오랜만에 고향에 찾아온 반가운 얼굴들을 보면서 같이 먹고 마시고 이야기한다. 장터에서 파는 올리브, 건과류, 과일 등 특산품과 장터 음식은 모두가 좋아한다.


도시의 문화자본은 확실히 거대하고, 다양하고, 잘 짜이고, 멋지고, 근사하다.

그러나 그만큼 소비와 많이 연계되어 있고, 생각만큼 즐기기가 쉽지 않을 때도 있다. 돈이 없어서,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어서, 돈도 있고 시간도 있는데 체력이 달려서, 아니면 그냥 귀찮아서 (도시 직장인 생활을 하다 보면 쉬이 지쳐서 주말에는 문화생활이고 뭐고 그냥 자고 싶다) 등등의 이유로...

알비토의 문화생활은 그에 비하면 확실히 무척 소박하고 소소하지만, 온기가 있어서 좋다 - 아이들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골고루 즐길 틈을 준다는 것도 좋고, 느슨하게 모두가 즐기고 만나고 누릴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좋다. 정겹게 얼굴을 봐가며, 미소를 나누며, 음악도 듣고, 와인도 마시고, 책도 읽고, 연극도 하고... 이 정도면 꽤나 정신과 감성을 살찌우는 훌륭한 문화생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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