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유동성 공급은 무제한으로 가능한가? 가능하다. 다만 국가 신용이 유지된다는 전제조건에서 말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부도가 나는 이유는 신용을 잃었기 때문이다. 돈을 잃는 건 중요치 않다. 하지만 신용을 잃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국들은 국가부채가 어마어마한데도 망하지 않는다. 반대로 후진국에서는 반에 반토막도 안 되는 국가부채에 모라토리움을 선언한다. 차이는 돈을 갚을 것이라는 믿음, 즉 신용이다.
국가신용이 유지된다면 유동성 공급은 무제한이다. 경기가 침체되더라도 금융시장은 팽창할 것이다. 왜? 금융은 돈과 생산량의 상관관계의 표상이기 때문이다. 생산량이 줄어도 돈이 넘치면 시장은 흥분한다. 시장에 풀리는 돈을 좇아 사람들은 더 열심히 일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당한 몫이 돌아가냐는 분배의 문제는 부차적이다. 많이 먹던 놈은 더 많이 먹으려 할 것이고 못 먹던 놈은 조금이라도 더 먹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작금의 명실상부한 패권국은 미국이다. 그러한 미국이 쇠퇴해 가는 중임은 명약관화하다. 대통령도 늙은이고 관료들도 늙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튼튼하며 미국의 신용은 확고부동하다. 양적완화 이후로 막대한 돈이 시장에 풀려 있다. 미국은 항상 자본을 전 세계에 풀었다가 이득을 취한 후 거둬들이기를 반복해 왔다.
돈을 푼다는 의미는 더 많은 투자처를 물색하여 시장을 확대하고 생산의 과잉을 조장함을 말한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과잉생산만큼의 과잉소비를 해줄 시장의 확대가 일어난 지역에서는 경제적 위기를 통해 기업사냥과 같은 자본편취를 해왔으며, (일례로 한국의 외환위기가 대표적이다.) 총수요가 부족하면 국지전과 같은 군사적 위기를 트리거로 하여 자본의 자국으로의 되돌림을 실현해 왔다.
미국은 회춘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군사력은 막강하다. 누군가 자신을 건드려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경제력 자체로 미국이라는 국가의 신용이 유지가 안된다면 군사력으로라도 자국의 패권을 보여주려 할 것이다. 놀랍게도 이 모든 것을 시장은 반영하고 있다. 넘치는 현금에도 강고한 환율과 채권을 보아라. 효율적 시장가설을 믿어 의심치 않게 해 준다. 시장은 미국이라는 나라도 의심하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 같다. 믿음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그들의 유동성은 무한해 보인다.
(미국장은 수급등의 외부변수로 지수를 견인하여 하방이 제약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