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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혁 Jan 20. 2018

마지노선(Maginot line)과 9부능선

마지노선이라는 말이 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는가?


이는 마치 필자가 최근에 깨달았던 '바닐라 맛은 바나나 맛이 아니었다'라는 명제의 충격과 비슷했다. 마치 공맹 시절, 현인들의 철학에서 기인했을 법한 품을 가진 이 단어는 사실 프랑스와 독일의 1차 세계대전에서 나온 단어이다. 정확히 말하면 마지노(Maginot)라는 장군의 이름에서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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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노 선(Maginot line)

마지노 선(프랑스어: Ligne Maginot) 또는 마지노 요새는 1936년 프랑스가 독일과의 국경에 쌓은 긴 요새이다. 프랑스의 국방부장관 앙드레 마지노의 요청에 따라 1927년에 짓기 시작하여, 1936년에 알자스부터 로렌에 이르는 마지노 선이 완공되었다.[1] 공사비는 160억 프랑이 들었다.[2]
마지노 요새에는 벙커형태의 건물에 포와 총을 쏠 수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독일군이 그 선을 넘지 못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1940년 독일은 벨기에로 침입한 다음, 우회하여 프랑스에 침공하면서 마지노 선은 쓸모없게 되었다.


우리는 이 단어를 "최후의 방어선" , "넘어서는 안되는 선" , "넘지 못하는 선" 등으로 사용한다. 

사실, 이는 내 삶 속 벗어나고 싶었던 상황과의 거리를 되새기는 지표였고 어쩌면 후퇴하려할 때 뒤에서 총을 갈기던 자발적 동기부여의 산물이기도 하다.


어느새 나를 구성하는 단어로 스며든 '스타트업'을 3년째 일구어오면서 매번 새로운 경험과 결정 속에 놓여져있는 나를 돌아봤다. 


나는 마지노선(Maginot line)과 9부능선의 사이 아주 작은 공간에 서있다. 

작은 실패의 반복만큼의 초조함과 뜻한 바의 가설을 증명했을 때의 작은 만족감을 넘어 '기대감'이 거의 동시에 찾아오는 삶이기 때문이다. 부족하다는 표현으로도 이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재귀적인 이 삶은 끝없는 수평선 속에 북극성만을 바라보고 가는 항해이며 이따금 새파란 풀잎을 물고오는 갈매기에 행복함을 느껴야만 한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정상'에 꼭 올라보고 싶었다. 엄밀히 말하면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고 포기할 생각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내 뒤 한 발자국 뒤가 마지노선이라는 절실한 생각으로 임한다. 그러나 이제는 이 등정이 감사하고 재밌다. 이따금씩 찾아오는 솔바람이 감사하고 위를 경험하고 왔다고 믿는 등정 선배들과의 담소도 흥미롭다. (아닐 확률이 크겠지만) 올라가며 보이는 뾰족한 맨 윗돌이 정상이라고 믿는 기대감도 덤이다. 어쩌면 그 분들도 지금의 나처럼 마지노선과 9부능선 사이의 아찔함을 어느 정도의 낙관주의(樂觀主義)로 이겨내온 사람일 수도 있을 테다.


나는 오늘도 마지노선과 9부능선의 사이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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