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포스트> 후기
문득 주변 지인의 추천으로 본 '더 포스트'는 내게 전달하는 의미가 다각적이었다. 글을 좋아하고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내게 주는 시사점, 최근 들어 더욱 큰 조명을 받고 있는 페미니즘, 그리고 미디어 회사로서의 속성과 철학을 담은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에 둔 스티븐 스필버그의 담담한 편집점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었다. 더군다나 최초의 여성 발행인이자 당시 워싱턴포스트의 사주인 캐서린 그레이엄 역의 메릴 스트립, 강직한 편집국장 벤 브래들리 역의 톰 행크스는 군더더기 없는 경력의 조합이었다.
나는 이 영화를 다음의 세 가지의 관점을 담은 주제로 조망하고자 한다.
이사회(Board of Directors)와 유상증자 그리고 언론사의 수익성(Profitability)
최초의 여성 발행인(Publisher), 캐서린 그레이엄
'지켜왔던 것을 하는 것'
이사회와 유상증자 그리고 언론사의 수익성
1970여 년 초의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이 위치한 워싱턴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에 무색하게 중소지역지 위치에 머물러 있었다고 한다. 메릴 스트립이 열연한 캐서린 그레이엄의 아버지이자 워싱턴포스트의 오랜 사주였던 유진 메이어(Eugene Mayor)는 미국 연방제도 이사회(FED) 의장이었을 뿐 아니라 세계은행 총재를 역임할 정도로 큰 영향력을 지닌 거부였으나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뒤 오랫동안 적자를 면치 못했던 것을 보면 그 당시의 워싱턴 포스트는 '자신의 주장이 강하게 실리길 원하는 채널'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가족 기업'이라는 말이 많이 등장한다.
이 덕에(?) 당시 워싱턴 포스트는 경영악화 극복을 위해 유상 증자를 통한 자금 유치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캐서린 이외의 주요 회사 이사진들과 기관 투자자들 상대로 한 유상 증자에 대해 격렬히 회의하는 그림이 나타난다.
"135만 주를 24.5 달러에서 27달러에서 공모.. 고작 2달러 차이라고 하지만, 그게 300만 달러의 차이이고 이 차이면 베테랑 기자 25명을 고용할 수 있는 규모"
지극히 현실을 반영한 모습이었다. 내가 자금 유치를 할 때 우리 회사 경영진과의 회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자금은 곧 회사의 생명이고 생명과 동일시 교환되는 회사의 가치들을 나열하는 과정은 그 어느 곳보다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족벌 기업에서 성숙한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는 모습에서 이사회 중심의 경영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며 이를 이미 실행하고 있던 1970년대의 미국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회였다.
언론사의 기업존치적 과제는 '수익'을 어떻게 창출해낼 것이냐에 있다고 한다. 어떤 회사가 그렇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만 언론사는 '글'을 퍼블리싱하는 기업이기에 현대적 의미의 웹과 앱을 활용한 광고 수익창출 채널이 없던 1970년대 시절에는 '특종'으로 인한 신문 판매 혹은 지면 광고 수익이 전부였으리라. 언론으로서 진실을 파헤치고 알리는 수단의 철학을 살리면서 동시의 수익성 창출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근래의 언론사들에게도 높은 장벽이다. 어쩌면 '편집'과 '사실 전달'의 사이에서 왜곡이 아닌 정합으로 편향이 아닌 강조를 살리는 것이 양립하기에 참 힘든 부분이 아닌가 싶다.
최초의 여성 발행인, 캐서린 그레이엄
극 중에서 가장 감정 선의 디테일함을 살린 인물을 꼽자면 워싱턴포스트의 사주이자 발행인, 캐서린 그레이엄일 것이다. 아버지의 회사이자 먼저 운명한 남편의 회사였던 <워싱턴포스트>를 이어받아 경영을 해야 했던 것은 슬픔과 외로움에 생경함이 더해져 쉽지 않은 일이었으리라. 특히, 정보원의 싸움이자 때로는 격렬한 필체가 난무하는 언론사는 영화에서도 그려지듯이 '남성 중심사회'였고 시대적 배경에서도 최초의 여성 발행인으로 수많은 눈초리와 싸우는 모습을 그려내었다.
정계와 재계를 넘어 언론사주 답지 않은 평화로운 관계를 강조하던 극 초반의 캐서린은 벤 브래들리가 잡은 특종과 역사적 중대 사건의 앞에서 '언론탄압'의 저항하는 결정을 해야 했으며 그 과정의 고민이 여실히 드러났다. 스필버그는 그가 여성으로 받는 눈초리와 차별을 그려냈지만 종국에는 '여성임이 중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담아냄으로 그녀의 위대한 결정사에 큰 힘을 실어주었다. 이 영화에 말미에 잠깐 등장했던 '워터게이트 사건'의 보도까지 이끌어내면서 언론의 역사적 중대한 사건의 중심에 있던 이가 캐서린이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큰 업적이며 그녀에 대한 오마주였으리라.
지켜왔던 것을 하는 것
극 중에서 캐서린이 그녀의 딸과 손주들이 자는 방에서 나누는 대화 속에 작고한 남편 곁, <워싱턴포스트>의 미래를 고민했던 쪽지를 읊으며 했던 말이 있다.
'지켜왔던 것을 하는 것'
자금난을 너머 국가 행정부와 싸워야 하는 '보도의 결정' 앞에서 그녀는 '지켜왔던 것을 하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실제로 어땠을지는 모르지만 극 중의 회사 이사진들이 극구 말렸던 보도를 저 철학 하나로 밀어붙여 종국엔 성공해내었으며 언론 자유에 대한 열망, 바른 것을 알리는 좋은 방향의 기사는 기업의 이득을 가져온다는 믿음을 스스로 증명해내었다. 나 역시 위기와 기회는 한 장의 차이라는 것을 경험한다. 변곡점은 부드럽지 않고 격렬하다는 사실과 이를 넘어서면 다른 환경이 펼쳐질 것이라는 믿음을 되새기는 기회가 되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지켜왔던 것을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