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다. 서울시가 세계최초로 심야 자율주행버스를 운행한다는 기사다. 눈을 떴다. 아니 떠졌다. 어느 말이 맞을까.
자는 동안 내 몸은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에너지를 축적하고 휴식을 취하게 하는 부교감신경계의 덕택으로 자율운행을 한다.
잠에서 깨는 순간 우리는 이제 내 주변에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에 대비하여 심장박동이나 근육의 긴장강도를 높이는 교감신경계에 의존하는 자율주행모드로 들어간다.
어쨌거나 내 몸은 이미 태어나면서부터 자율신경계에 의존한 자율주행을 하고 있는 존재이다. 그런데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심야버스 운행에 과연 예기치 못한 사고나 부작용은 없을까. 내 몸은 휴식 위주의 부교감신경계의 자율모드로 들어가 있을 시간에 버스는 온갖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교감신경을 깨워서 안전을 지켜야 하는 자율주행을 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안심하고 타기까지는 예기치 못한 수많은 변수를 미리 맞닥뜨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야 실수율이 줄어들 것이고 안전도는 높아질 것이다.
외출준비를 한다. 어떤 옷을 입을까, 어떤 신발을 신을까, 어떤 사람을 만날까, 어떤 마음가짐으로 나갈까,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직장출근 땐 마치 정글에 들어가듯이 단단하고 굳건한 마음으로 상사와 고객의 마음을 붙잡을 태세의 구두끈을 맸다. 여행을 떠날 땐 새로운 공간에 나라는 존재가 던져질 것에 대비한 각오로 흥분과 염려의 신발끈을 맨다. 산책을 나갈 땐 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비운 마음으로 명상하듯이 편한 신발을 고른다. 오늘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모임에 나가는 날이다. 일단 내 이미지에 맞는 편안한 신발을 신는다. 멋진 하루의 주행을 위해 신발을 닦는다. 마음도 같이 털어낸다.
가끔 별일 없겠다 싶었던 자율주행에서 사고가 일어나는 수가 있다. 서로의 대화에서 사소한 다툼이 원인이 되어 마음의 부상을 입는 경우가 그렇다. 하긴 이 몸의 자율주행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많이 부딪쳐봐야 할 것이다. 예기치 못한 자극도 받아봐야 할 것이다. 내 마음의 문제점을 지적해 주는 친구나 내 몸의 모자란 점을 아프게 찔러주는 벗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그래야 내 교감신경이 단단해져 안전도가 높은 자율주행의 위치에 오를 것 아니겠는가.
현관문을 연다. 자, 오늘도 302호 기사의 자율운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여러분 어제보다 개선된 이 차, 이제 믿고 타셔도 될 것입니다. 부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