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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이티브스피커 Feb 12. 2023

소리 질러!! "이. 영. 지!! 이. 영. 지!!"

쇼미11 우승, 이영지

예전에 누가 묻지도 않은 질문에 마땅한 대답을 찾으려 한참 고민한 적이 있다. "나는 배우 양동근이 더 좋은가? 래퍼 YDG가 더 좋은가?" 끝내 답을 찾지 못했다.


경연 프로그램을 좋아하지만 '고등래퍼'나 '쇼미더머니' 시리즈까지 다 챙겨 보지는 않는다. 특히 '고등래퍼'는 프로그램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고등학생들의 랩 게임까지는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잠깐 보게 됐는데 고등학생들의 다소 서툴지만 엉뚱하면서도 진지한 모습이 풋풋하게 느껴져서 멈춰서 보게 되었다. 그중 랩을 시작한 지 반년 되었다는 교복 입은 여학생이 있었다. 이미 또래들 안에서 랩 실력으로 이름이 알려진 참가자도 많았기 때문에 이제 막 랩을 시작한 듣보잡 이영지가 우승까지 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영지의 허스키한 중저음의 목소리와 랩실력은 처음부터 존재감이 컸다. 지금 생각하면 그야말로 미래의 스타의 탄생 순간을 지켜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우연히도. 


그 후 드문드문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영지를 봤고 SNS 상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고 최근에는 입소문에 떠밀려 '지락실'도 몇 편 본 적이 있다. 그러면서 요즘 시대를 대표하는 '이영지의 직업은 이영지'인 젊은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면에서 그의 행보에 관심이 생기는 차였다. N잡러 혹은 부캐가 더 이상 일부 사람의 특성이 아닌 사회 구조의 변화에 따른 시대의 흐름이 돼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영지는 근미래의 주류를 보여주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끔 접하는 거침없는 언사와 납득 가능한 엉뚱함과 자신감 있는 태도는 볼 때마다 기분 좋았다.


그러다가 또 어느 날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쇼미더머니11' 2회 차 방송을 보게 됐는데 거기 이영지가 나오는 것이다. 반가웠다. 래퍼 이영지와 이영지의 랩을 다시 볼 수 있게 됐다는 기대감에 그리고 이영지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번 시즌 '쇼미더머니'를 계속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영지를 래퍼라기보다는 방송인, 유명인으로 보는 사람들이 이영지의 쇼미더머니 참가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듯 이영지의 출사표는 자못 진지했다. "도전으로 자아실현을 하는 타입이다. 자신의 가치를 찾고 싶어 하는 인물들이 나와 싸우는 공간인 만큼 나도 같이 부딪히고 깨져 보며 한계를 시험하고 싶었다... 최선을 다하겠다." 


이영지 때문에 이번 시즌을 보게 됐지만 2회부터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열심히 시청했다. 나는 요즘 래퍼들을 통해 젊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요즘 시대의 최전선에 대한 영감을 얻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TV 경연 프로그램이라는 한계를 간과한 듯하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 출연자들과 그들의 랩에서 어떤 영감도 얻을 수 없었고 이 시대를 뚫고 나가야 할 전선이 어디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들은 입을 모아 자기를 찾아야 하고 자기답게 살아야 한다고 한다. 20대는 그게 제일 큰 화두고 제일 큰 싸움이지 하면서도 진부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중 머릿속에 남은 단 한 장면은 두 마녀(이영지와 황소윤)가 서로 멀찌감치 떨어져 한 무대에 서 있었던 이영지의 'WITCH'(세미파이널) 공연이었다. 어딘가에서 서로를 응원하고 있는 수많은 마녀들을 의미하는 듯. 가사에 나오듯 단두대 같은 연예 생태계에서 가볍게 탭댄스를 추듯 진정한 마녀로 살아가겠다는 이영지를 응원한다. 그전 마녀들처럼 불태워지지 않도록 이영지가 언제까지 춤추고 노래하며 살 수 있도록 나도 어딘가에서 내 할 일을 하며 이영지를 응원할 것이다.



https://youtu.be/GXFZlveklwQ

이영지의 'WITCH'-Mnet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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