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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이티브스피커 Jul 29. 2023

연극 '메디아 온 미디어'

형식의 다채로움에서 얻는 즐거움



정말 오랜만에 연극을 봤다. 나는 공연 보는 걸 무척 좋아한다. 가수의 콘서트, 뮤지컬, 춤, 연주, 국악, 여러 실험적인 공연까지 장르도 가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유독 연극은 예매 버튼을 누르게 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연극의 형식이 무대와 배우의 연기로만 이루어져서 매우 단조롭다는 편견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 내 편견이 말 그대로 무지한 편견이었음을 깨닫게 한 두 개의 공연이 있었다. 하나는 4월에 본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보이첵' 공연이었고 다른 하나는 최근 본 극단 성북동비둘기의 '메디아 온 미디어'다. 두 연극 공연은 연극도 충분히 형식적으로 다채로울 수 있다는 기분 좋은 깨달음을 주었다. 








메데이아(Frederick Sandys)


'메디아 온 미디어'는 '메데이아' 신화 속 이야기를 현실로 가지고 와서 요즘 시대 메데이아가 '미디어'에 비친다면 어떤 형식과 내용일까 하는 흥미로운 질문에 대한 답이다. 하나의 사건이 '기자회견' '토론회'등 미디어를 거치면서 여론 동향이 달라지고 사건의 성질이 변한다. 신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는 현실에서는 마치 '아침 드라마'처럼 막장으로 치닫고 주인공의 여정은 '게임' 속 캐릭터의 역경과도 같다. 그 밖에도 신화 속에서 포착할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을 '에로 영화', '액션 영화', '범죄 다큐' 등의 형식으로 증폭시킨다. 여러 장르를 관통하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장르의 나열이 산만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보는 내내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다음에 나올 장르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모든 장면이 신선했지만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배우들이 게임 속 캐릭터들처럼 단조롭고 제한적인 움직임을 반복하는 부분이다. 배경음악도 응원가로 익숙한 일본 애니 '쾌걸 근육맨 2세'의 OST를 사용해서 재미를 살렸다. 연극을 보고 집에 와서도 그 배경 음악이 귓가에 맴돌아서 찾아서 들을 정도였다. 

이 연극은 하나의 사건을 다양한 프리즘, 즉 다양한 미디어 형식을 통해서 보여줌으로써 그 사건을 해체하고 재구성하기를 반복한다. 우리가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대부분 '미디어'라는 필터를 통과한 것들이다. 어차피 이것이 현실이라면 차라리 지금의 현실을 '현실 온 미디어'로 인정하는 게 보다 사실에 부합한 인식일 것이다. '미디어'라는 필터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 가능한 한 다양한 미디어로! 결국 판단은 내 몫!


https://youtu.be/lsaWT-Z_VgY

'쾌걸 근육맨 2세' OST




*이 글은 포스팅 제안을 받고 본 연극에 대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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