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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MH Nov 01. 2020

아이들의 흥미를 관찰하기

호주의 유아원에는 교육 계획안이라는 것이 없다. 교육과정을 미리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와 교사가 함께 교육과정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의 흥미와 관심사에 따라 프로젝트를 만들어 가지만 그것도 먼저 결과를 예상하거나 계획할 수 없다. 왜냐하면 어린이들이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그들의 흥미나 관심이 이끄는 대로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교사가 하는 일은 어린이들이 흥미를 가지는 것이 무엇인지를 관찰하고 즉각적인 교육적 지원을 해 주는 것이다. 개개인마다 관심사가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일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다반사이다. 다 함께 모여 함께 활동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이러한 우리들의 교육 철학에 어긋난다고 생각해서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의 교육적 준비는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많았다. 모래놀이터에서 모래를 쌓더니 화산이라고 말하는 아이가 있었다. 우리는 바로 점토, 베이킹 소다와 식초, 그리고 빨간 물감을 준비하고 화산 실험을 진행했다. 모든 재료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는 했다. 한 사람씩 나와서 식초를 점토로 만든 화산에 부으면서 좋아 했다. 어떤 아이들은 점토 만들기에 시선을 뺏기고 어떤 아이들은 과학 실험에 마음을 주고 어떤 아이들은 화산 이야기에 관심을 쏟았다. 다음 날은 한 테이블에는 점토를, 다른 테이블에는 화산 그림과 화산 책을, 또 다른 테이블에는 식초와 베이킹파우더를 놓아두었다. 그 다음 날은 어떤 준비를 해야할 지 아무도 모른다. 매일 매일이 이렇게 흥미롭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김밥을 만들고 모두 김밥을 맛있게 먹는 사이 한 아이는 김에 관심을 보였다. 김이 바다에서 나오는 해조류라는 이야기에 놀라더니 김 한 조각을 들고 거울 앞에 가서 코 밑에 붙이고는 이리저리 살피더니 깔깔거렸다. 그 얼굴을 그려보라고 했더니 수염이 도드라지게 그려져 있다. 다음 날은 가면을 장식할 수 있게 테이블에 놓아두었더니 쏜살같이 가면에 색칠하고 두툼한 종이를 덧대 수염을 만들었다. 다양한 수염에 대한 그림을 모아 전시해 두고 면도 솔이나 빗도 역할놀이 공간에 가져다 두었다. 은근슬쩍 수염에 대한 관심이 빗으로 옮겨가고 교사들의 머리를 빗기고 올리고 하느라 한 동안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을 지원해주는 것이 언제나 용이한 것은 아니었다. 어른들의 눈으로 보았을 떄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곳에 관심을 두는 경우도 있어서 난감할 때도 있다. 그 좋은 예로 다른 센터에서 한 아이가 총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총싸움하는 시늉을 하루종일 하고 다녔다고 한다. 장난감 총이라도 주면 그 아이는 흡족해 하겠으나 비록 장난감이라고는 하지만 총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겠느냐가 문제였다. 그 때 한 교사가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달리기 시합을 한 것이다. 모두 출발선에 세우고 총으로 출발을 알리는 놀이를 한 것이다. 물론 그 출발을 알리는 역할은 그 아이의 일이었다. 그러면서 총이 나쁘게 사용될 떄와 좋게 사용될 때에 대한 토론도 놓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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