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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도그

by anego emi

산책하기 좋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무실을 가려고 나왔다가 이런 날이 얼마나 될까 싶어 좀 걷기로 합니다. 골목 어귀를 도니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힙니다. 언제나 명랑한 그곳, 명랑 핫도그 가게는 오전부터 손님들로 북적이네요. 가게 앞에 놓인 벤치에서는 할아버지와 손녀가 나란히 앉아서 핫도그를 먹고 있습니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절로 미소를 짓게 하는 행복한 풍경입니다. 저 또한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행복’을 잠시 감상해 봅니다. 그러다가 아버지 생각이 났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저와 단둘이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이 바로 핫도그였거든요. 오랜 지병을 앓으셨던 아버지는 어쩌다 컨디션이 좋은 날이면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가기도 했는데, 어느 날 군것질이라곤 모르던 아버지가 바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은 만 원짜리 한 장을 저의 손에 쥐어주며 핫도그를 사 오라고 하셨죠. 저는 냉큼 달려가 핫도그 2개를 사서 하나는 아버지 손에 쥐어 드리고, 벤치에 나란히 앉아 함께 핫도그를 먹었습니다. 그날도 오늘처럼 날씨가 참으로 좋았습니다. 지루한 여름이 끝이 나고 가을이 한참 물이 오를 때였거든요. 그때 아버지와 먹었던 핫도그 맛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단지 초점 없는 희미한 눈으로 먼 하늘을 올려다보며 핫도그를 드시던 아버지의 얼굴은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아마도 당분간은… 저는 명랑한 저 핫도그를 먹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의 아버지 얼굴이 떠올라 참았던 눈물을 쏟아 낼 것이 분명하니까요. < 아네고 에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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