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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현 May 04. 2024

살지 말지 고민중

청년이 된 학교밖청소년들

"선생님, 숨이 잘 안쉬어져요."


늦은밤, 정신과 약을 많이 먹어서 호흡곤란이 온다는 OO이의 연락을 받았다.

OO이는 부모가족 없이 혼자 살아가는 1인가구 청년이다.

119를 불러 병원으로 보내고, 치료가 끝나기를 기다려 데리고 나왔다.

반복되는 소극적 자살시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계속 뒷걸음치는 OO이의 행동에 마음이 지쳐간다.



"자꾸 속을 썩여 죄송해요."


퇴원한 OO이를 데리고 돌아왔다. 수년동안 머물러왔다는 고시원 방의 문을 열었다.


빛이 들지 않는 손바닥만한 작은 방에, 언제 세탁했을지 모를 헤질대로 헤진 이불과 베개들.

작동되지 않는데, 고시원주인이 교체해주지도 않는 낡은 TV와 냉장고.

그래도 고시원 사장님은 좋은 분이라고 한다.

고시원비가 몇달 밀려도 나가라고 하지 않는다고.


"밥 잘 챙겨먹고, 인증샷 찍어서 보내."

하루하루 살까말까를 고민하는 청년에게, 고시원을 벗어날 구체방법을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그냥 혼자 데워먹을 수 있는 밥과 반찬 몇가지를 사주고 돌아선다.

답을 찾을길 없는 암담한 현장에서 느끼게 되는 무력감. 마땅한 건낼말이 없다.




"원래, 어제까지만 살려고 했었어요."


죽음에 대해 말하는, 무수한 청년들을 본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서, 어느 쪽을 향해야할지 태연한 표정으로 고민한다.


실제로 죽음을 택한 청년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무수한 자살시도와 자살사고들을 하나하나 맞닥뜨리는 일은 내 마음도 가라앉게 한다.


"지난 주말에 약을 많이 삼켜서, 응급실에 실려갔었어요."

"집에 번개탄을 잔뜩 사다뒀어요. 살지 말지 고민중이에요."

"너무 걱정마세요. 제가 진짜 죽기야 하겠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청년들이 있고

단 한곳에서라도 놓쳐지게 되면, 단 한사람이라도 소홀히 대하게 되면

큰 일이 생길것이라는 짙은 두려움 속을 헤맨다.





"너무 걱정마세요."

"잘 극복하고 살아나가는 모습을 보실 수 있게 할께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잔뜩 듣고,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가는 길.

OO이가 보내온 메시지.


잘 모르겠다. 언제까지 반복해야할까.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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