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피해의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마음이 아프다. 더 이상의 피해가 없길, 조속히 평안하여지길 기도한다.
사람은 이상하게도 감사한 것에 무뎌지고 둔해진다.
당연히 소중하게 여기고 감사해야할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는 실수를 저지른다.
엊그제는 내 가장 친한 친구였던, 작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생신이었다.
비에 무감하게 슬픔에 잠기다가 또 허락되었던 추억에 감사하는 그런 하루를 보냈다.
언젠가 분명 우리에게도 마지막 순간이 있겠지.
우린 당연하게 멀다고 여기지만 사실 그 시점은 아무도 모른다.
그 순간 우린 무엇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할까.
보기좋은 직장과 남들보다 꽤 괜찮은 통장 잔고와, 그럴싸한 학벌을 떠올릴까.
아니, 오늘 아침에도 감사할 줄 몰랐던 당연한 것들이 떠오를 것이다.
당연하게 돌아올거라 생각했던 집, 당연하게 내곁을 지켜주었던 사랑하는 사람들,
영원할 것이라 생각했던 그 당연한 것들을 떠올릴 것이다.
쏟아지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내 곁에 있는 참 소중한 것들이
시간에 둥둥 떠내려가지 않도록 찬찬히 품에 모아본다.